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May 26. 2022

올바른 줌 사용법

한 사람의 부주의가 던진 큰 파장

몇일 전 둘째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 이 줌으로 있었다. 줌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참여하는 참관수업으로 진행되는 학교도 여럿 있는 듯 했지만 우리 학교는 줌으로 진행되었다.


줌으로 진행되는 거지만 접속하기 전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아이들도 부모님들께서 줌으로 접속해서 수업하는 모습을 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아이들 또한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이고 무엇보다 많이 준비하셨을 선생님 또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실 것이다.


줌으로 참관수업을 하기 전, 무수히도 많이 안내해주었고 강조했다. '무음'으로 해 둘것...


하나 둘씩 부모님들이 줌으로 입장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어떤 부모님이 전화통화를 하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건지,전화통화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말하는 소리가 분명하게 줌을 통해 다 전파되었다.


열심히 수업내용을 설명하시는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며 그런 식의 수업을 하려고 한다는 등, 선생님이 나이기 좀 있어... 라는 식의 말이 줌을 통해 울려퍼졌고 내가 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선생님께서 "00어머님. 음소거 해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부탁했고 아이들 또한 동요되어서 '음소거 해주세요" 라고 소리소리를 질렀지만 그 부모님만 못 듣는 듯 했다. 여전히 누군가와 웃으며 애기하고 있었고 끝까지 음소거는 해제되지 않았다. 선생님도 포기하고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고 얼른 알아차렸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음소거는 해제되지 않은 체 온갖 텔레비전 소리, 심지어 설거지도 하는 지 그릇 부딪히는 소리, 물소리가 다 들렸다. 그 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발표하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어휴... 어찌나 화가 나던지...

종이에 가만히 써서 내 비디오 화면을 켜고 종이를 비추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00어머니~ 음소거 부탁드려요~~"


내 화면을 보고는 다른 부모님들도 하나 둘 똑같은 방법으로 화면을 바꾸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부모님은 음소거를 해제하지 못했다. 전혀 안 보고 전혀 안 듣고 있는 듯 했다.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는 엄마라면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집에서 텔레비전 소리, 설거지 소리, 뭔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정리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다 들렸다. 줌으로 입장은 했지만 참관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 아이의 학급발표 시간인데... 아무리 그래도 올해 첫 '학부모 줌 참관수업'인데 너무 했다.



우리 아이가 뭐라고 뭐라고 열심히 발표하는데 하나도 듣지 못했다.다른 아이들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음소거를 해제 하지 않은 그 부모의 집의 소음만 가득했다. 정말 이건 엉망진창이였다.


그래도 뭐 어쩌나... 그럴 수도 있지... 그 분 나중에 알고 나면 얼마나 민망할까... 그러고 말았는데 점심시간에 선생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내가 줌 화면에 띄운 '음소거 부탁드려요' 라는 걸 보신 모양이다. 정말 많이 준비했는데 생각지 못한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많이 당황스러워하시고 속상해하시는 기력이 역력했다. 내가 다 속상하고 아쉬웠다. 열심히 준비하셨을 선생님. 당황하시고 아쉬우셨을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한 사람의 부주의가 던진 파장이 생각보다 참 크다. 그 작은 부주의가 던진 파편으로 열심히 준비한 이의 정성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 선생님에게 두고두고 아쉬웠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에게도 줌하면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편리한 듯 하지만 줌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