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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10. 2022

엄마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고민이 되는 아이

코치보다는 격려와 칭찬을

초등학교 2학년 우리집 둘째 아이는 아직 핸드폰이 없습니다. 제가  집에 있고 아직은 제가 케어가 가능하기에 굳이 핸드폰을 사주지 않았지요. 사실,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어서 바로 핸드폰을 사주었어요.  아이에게 핸드폰을 해주었던 가장  이유는 온전히 '엄마와의 원활하고 편리한 연락' 때문이였습니다. 아무래도 핸드폰이 있으면 아이가 필요한 순간에 엄마에게 연락을   있고 빠르게 만날  있어서 편리합니다.


하지만 겪어보니 너무 어린 아이에게 핸드폰은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엄마가 무언의 안도감으로 위로를 받게 됩니다.  안도감을 가지고 말한다면 어린 아이에게 핸드폰은 더욱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한 순간엔 전화를 받지 못합니다. 가방을 놀이터에 던져두고 놀고 있거나, 목걸이 가방으로 걸고 있어도 놀다보면 불편한   한가지. 잠깐 던져 놓고 놀게 되거나 걸고 있더라도 노느라 전화를  받거나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엄마가 필요한 순간에 아이가 전화를 받지 못하면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핸드폰을 사준  가장 많이 후회하는 순간입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위치추적 기능으로 아이가 어디 있는지 파악이 된다는 사실인  같아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거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과 함께 핸드폰을 받습니다. 번쩍거리는 핸드폰을  모실  있는 예쁜 크로스백도 함께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엄마 없이도 삼삼오오 자기들끼리 잘도 만나고 잘도 놉니다.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며 라이딩을 즐기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화입니다. 그런 문화에 살고 있는 둘째 아이는 아직 핸드폰이 없습니다. 아이도 저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 않기에 굳이 필요하지 않고 통제능력이 없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굳이 사줄 마음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아이가 핸드폰이 없기에,

그리고 저는  집에 있기에 학교를 가는 아이에게  했던 인사말 중에 하나가 "끝나면 집으로 ." 였습니다. 그럼 아이는  곧장 집으로 왔습니다.  또한 외출할 일이 있어도 아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 아이를 반겨주었습니다. 가끔은 '여느 아이들같이 학교 끝나고 한눈 팔고  놀다 와도 되는데...'싶은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표현하진 않았습니다. 언젠가 놀고 싶으면 아이가 찾아서 놀겠지 싶은 마음으로 아쉬움을 접어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 하나...



'혹시 내가 만날 끝나면 집으로 오라고 해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하고 그냥 곧장 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아이에게  혹시나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엄마말을 너무  듣는, 가끔은 너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FM성향의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날 아침은 평소와  다르게 말해보았어요.  


"현준아. 학교 끝나고 친구들하고 놀고 싶으면 놀다 와도 괜찮아. 영어 공부방이 2시 30분까지니까 그 전에만 오면 돼." 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1시가 되었습니다. 평소같으면 현관문을 누르고 들어올 아이가 오지 않습니다. 1 30분이 지나갑니다. 웃음이 피식 났습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놀고 있나 봅니다. 그동안 내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 라고 했던 말이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아이는 어쩜 토도 한번 달지 않고 그대로 했는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조금 놀다 와도 된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들과 노느라  같이 집에 왔던 아이가 집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짠하기도 하면서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땀범벅이 된 아이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40분가량을 놀고 들어온 아이는 친구들이 슬러쉬를 사 먹는데 자기만 돈이 없어서 못 먹었다고 속상해합니다. 너무 덥고 영어공부방도 가야되니까 들어왔다고 말하며 연신 땀을 닦아내는 아이가 어찌나 귀여웠던지... 그 다음날 부터 아이의 가방에 달려있는 보조 지갑에 천원 짜리 한장씩을 꼭 넣어줍니다.




 뒤로 저의 인사법이 달라졌습니다. " 친구들하고 놀다 와도 . 학원 스케줄 시간만 맞춰서  " 라고 얘기해주었더니 아이가 평소에 차지 않던 손목시계를 차고 등원을 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그동안 놀고 싶은데 엄마가  집으로 오라고 해서 아이는 집에 왔던 걸까요?  조금 놀다 와도 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나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엄마 말을  듣는 아이가 엄마가 이번엔 친구랑 놀다 오라고 했으니까 친구랑 놀다 와야지 싶은 마음인 걸까요? 엄마 말을 너무  들어도 엄마는  걱정입니다. 엄마 말을 너무   듣는 아이 또한 엄마의  걱정이겠지요.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잠깐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 있었던 둘째아이와 7 막내축구공과 농구공을 가지고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저는 얼른 설거지를 마치고 뒤따라 나가보았는데요 아뿔사.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입을 치게 됩니다. 작은 7 막내가 하나도 버거운    개를 가슴 팍에  끌어안고 둘째형아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나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거든요. " 잃어버리지 않게  챙겨"





 보니 둘째 아이가 막내에게 시킨  같더라구요. 막내는 형아가 시키니, 밖에서 의지할 사람은 형아 뿐이니   농구공, 축구공  개를 가슴팍에 끌어안고 종종 걸음을 치며 형아를 따라다니는 모습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모르겠습니다.  뒤로 아이들에게 무언가 말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주도적인 아이들인데, 주도적인 아이들로 키워야 하는데 아이들을 케어한다는 것이 너무 이래라 저래라 은근 잔소리를 했나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까 케어와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제시해준 사소한  마디  마디가 아이들을 혹시 억압하고 있지 않은지 순간 두려워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심하게 잔소리를 하는 편은 아닌데,  생각을 너무 강조하거나 주입하는 편은 아닌데    들어도 너무  듣는 아이들을 보며  육아고민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남자아이들은  일일이 짚어주고  집어서 말해주기도 해야 하는 수동적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미흡함이 많지요. 그건 아이들의 아빠인 남편에게서도 많이 느끼는 모습입니다. 그러기에 이렇게 저렇게 코치를 많이 해준다고  것이 아이에게 강요하고 본의 아니게 아이를 억압한 것은 아닌지 미안해지더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부모 말을 신뢰하고  따르고 있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그런 아이에게 이제부터는 다른 말을 좀더 많이 해주어야겠습니다. 뭐뭐 해라.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아이가 힘을 얻고 자신감을 가지고 용감하게 미래에 도전해서 행복을 쟁취할  있도록 말입니다. 소소한 코치 대신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부딪히고 경험하고 넘어지고 아파하고 웃을 수 있도록 주도권을 줘야합니다. 아이가 잘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있도록 칭찬하고 실수 보완할 점을 말해준 뒤에  칭찬하며 아이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면 되는 겁니다. 이제 저는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순간에만 대답해주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정말 지혜로우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엄마는 네가  할거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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