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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11. 2022

편의점 알바의 하소연에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나요?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감성

저는 신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참 살기 좋은 곳이지요. 바로 앞 해안도로를 끼고 산책길이 잘 조성된 공원에서는 아름다운 은빛 바다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아이들과 산책을 즐길 수 있어요. 갯벌체험장도잘 되어 있어서 코로나로 갈 곳 없고 답답했던 시절 탁 트인 자연에서 바위 틈에 숨어 있는 게를 잡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보냈던 그 시간은 이루말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는 찻길을 건너지 않고 초등학교를 갈 수 있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초품아입니다. 아이들이 차를 타지 않고, 찻길을 위험하게 건너지 않고 학교에 등원할 수 있다는 건 참 안전하고 편리하죠. 신도시답게 아이들이 넘쳐납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데 저희 동네는 다자녀엄마들이 넘쳐나니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세 아이를 키우고 있고 주변에 네 아이의 엄마들도 꽤 있으니 말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니, 이웃간 불미스러운 일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니 그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가겠거니 싶었지요. 하지만 몇일 전 들린 집 앞 편의점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막내 축구화를 당근마켓을 통해 아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고 보내주신 택배를 찾으러 편의점에서 들렀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값 택배 어디서 찾나요?"

"아! 저 쪽 박스 안에 찾으면 되세요. 그런데 바코드가 있어야 가져가실 수 있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편의점에서 실시하는 반값 택배를 이용해본지라 초보티 팍팍내는 저를 보며 저랑 비슷해 보이는 인상 좋으신 편의점 알바 분은 계속 바코드를 보여주어야 택배를 찾아갈 수 있음을 은연 중에 강조하며 말했습니다. 나도 속으로 당연히 그렇겠거니 싶어 오래 전에 받은 바코드를 핸드폰에서 부지런히 찾아내어 확인을 받고 나서야 물건을 가져올 수 있게 되었고 그 택배는 진짜 내 물건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바코드를 확인 받고 인수 과정이 안정적으로 끝이 나자 그제서야 경계를 풀며 자기가 한 행동이 합법적인 이유였음을 또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이해했고 그려려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에 쌓인 말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몇일 전 아이들이 계산대에 줄서 있었고 아이들 물건을 차례대로 계산하고 있는데 뒤에 서 계시던 아이 엄마가 자신이 먼저 왔는데 먼저 계산을 해주지 않았다고 아이들 앞에서 쌍욕을 막 퍼붓기 시작하더라는겁니다. 물론 앞 뒤 상황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 엄마는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퍼부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또 다른 손님으로 머물러 있던 건장한 청년들이 제어해서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 엄마가 아이들 앞에서 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정말 속상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듣고 있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이 당한 일에 감정이입을 하니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그 분은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앞에 있던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 합니다.


"아줌마가 잘못을 해서... 저 아줌마가 살짝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거야. 아줌마가 잘못해서 그런거야."


"아줌마가 뭘 잘못했어요? 아줌마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저 아줌마가 이상한거에요. 아줌마 힘내세요."





그 얘길 듣는데 가슴이 짠했습니다. 그 순간 그날 쌓였던 감정이 솟구쳤는지 아줌마 눈에도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집니다. 그날 당했던 억울한 감정과 내 눈에서 공감의 눈물빛이 보이자 그 공감하는 감정을 알아차리자마자 눈에 눈물이 가득해지는 그 분을 보며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분을 위로해준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 분도 아이들이 오히려 위로해주었다고 말하며 감정을 추스립니다.




참... 세상에는 아직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구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데리고 작은 아이들이 가득한 편의점에서 편의점 알바에게 쌍욕을 했던 개념없는 엄마들이 사는 곳이구나. 그런 개념없는 엄마들도 여전히 이 곳에서 함께 누리며 살고 있구나. 편의점에서 알바하며 이상한 사람 별일 다 겪으며 상처를 받은 그 분이 겪었던 황당한 일에 공감의 눈물을 삼키고 편의점을 나오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감사하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내가 진심으로 공감해준 걸 그 분이 느껴준 거 같아서요. 그리고 잘 모르는 그 분에게 공감해줄 수 있어서요. 편의점을 스쳐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인 저를 통해서 공감받았다는 사실에 그 분도 오늘 하루쯤은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공감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사람이 그 때 느꼈던 감정을 함께 느껴보면 되는 겁니다. 그때 느꼈을 그 마음에 함께 머물러주며 속상한 순간이였다면 가슴아픔을, 기쁜 순간이였다면 정말 내가 다 기쁜 것 같은 기쁨을 만끽하고 누리면 되는거더라구요.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으면 그 사람도 느끼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지난 날 공감하고 있지 못하면서 공감하는 척 하고 앉아있었던 무수히 많은 만남들이 참 아쉬워집니다.




다시 누군가가 아픔을, 상처를, 기쁜 문제를 가지고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죠. 내 아이들에게서도 공감해줄 수 있겠죠. 오늘 내 아이들이 겪게 될 감정들을 외면하지 말고 진심으로 공감해주어야겠습니다. 그래서 내 아이들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아픔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공감하고 아파해주고 기뻐해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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