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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22. 2022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의 숨은 행복 찾기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숨은 행복


큰 아이는 다니고 있는 영어학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7시가 됩니다. 5시쯤 영어학원에 도착해 저녁 7시에 돌아오는 것 입니다. 그래서 가기 전, 간식을 든든하게 먹이고 다녀와서 늦은 저녁밥을 먹습니다. 저녁을 먹고 하다보면 어영부영 8시가 다 되어가고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각자 할일을 하며 하루를 정리해나갑니다.






저는 산책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이렇게 늦은 저녁, 해가 뉘엿 뉘엿 지고 있어도 저녁 공기를 맞으며 아이들과 산책을 즐기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큰 아이가 피곤할 거라 생각이 들어 굳이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늘 저녁 먹고 치우고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던 큰 아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산책이나 갔다 올까?"



그 말을 듣고는 처음에는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먼저 굳이 나가자고 하는 아이도 아니고, 내가 아이들과 산책가고 싶을 때 갈지 안 갈지를 물으면 아이들이 결정하는 식이였습니다.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행동은 시계를 보는 것이였고 시계를 보자마자  생각은 ' 시간에?'였습니다. 시간은 저녁 8시를 향해가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평소에 표현하지 않는 말을 건넨 큰 아이의 모습에서 무엇인가 욕구를 느꼈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될거 같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 작은 욕구라도 아이들이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꼭 들어주고 싶은 본능이 우리 부모들에겐 있죠. 그 날도 그런 본능이 치고 올라옵니다.




저녁 8시가 뭐가 중요한가요.

아이가 산책을 가고 싶어하는데 말이죠. 아이는 내일이 아닌, 오늘 산책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고 내일이 되면 그 마음은 사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피곤하고 밤이 늦어서 "오늘은 안돼. 내일 가자." 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거부당했다는 이유로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이 시간에 산책은 안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며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모든 욕구를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혹은 불가능한 일이여서 아이의 욕구를 거부한 적도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날은 왠지 아이의  욕구가 마치  지켜줘야  보물처럼 여겨졌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살 걸을까 싶기도 했지만 남자아이들 셋을 데리고는 상상했던 대로 잘 되지 않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뛰어놀기 바쁘죠. 신나서 깔깔거리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색다른 산책을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자전거입니다.


모두 자전거를 타고 집앞 공원에 잘 조성되어 있는 자전거도로를 씽씽 달리기 시작합니다. 막내가 아직 어려서 각자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제법 큰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엄마와 형아들을 곧잘 따라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렸는데 말이죠. 온전히 1인 자전거를 즐기던 된 엄마는 아이들이 부쩍 컸다는 생각이 들며 색다르게 찾아온 독립의 자유를 만끽해봅니다. 아이를 태우지 않아도 되어서 부쩍 가벼워진 자전거를 타고 엄마도 시원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립니다. 서로 서로 잘 오고 있는지 챙기며 속도를 맞추며 신나게 달리고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저를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부쩍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에 품으며 그 자연속에 던져진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아이들과 함께 했던 무수히 많은 산책 중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이였습니다. 왠지 모르게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오늘 하루, 주어진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주어진 행복은 바로 그것이였습니다. 아이의 욕구를 들어주었고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은 아이의 만족과 행복이 느껴졌고 그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전거 산책은 누구보다 엄마인 나에게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였습니다.





이래서 가끔은 일탈도 필요한가 봅니다. 늘 저녁을 먹고 치우고 집에 앉아있던 그 시간, 탁 트인 자연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시원한 바닷바람 맞고 있으니 늘 같은 시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그 같은 시간에 다른 행복을 맛보고 있습니다.




행복은 그런 것 입니다.

눈을 돌려보면 늘 뻔하게 여겨지던 일상 가운데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 입니다. 행복은 보물찾기라고 하던가요. 어제의 숨은행복찾기는 아이들과 누렸던 소소한 산책이였습니다. 오늘의 숨은행복은 어떤 것일까요? 똑같은 일상이지만 아이들을 손으로 품고 눈으로 품고 가슴으로 품으며 오늘의 숨은 행복 찾기에 진심을 다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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