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도 값지게 살아야 하는 이유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내가 온전한 노력으로 새벽을 깨워 하루를 시작하는 변화의 파동의 물결은 나의 하루에 유익이라는 잔잔한 물결로 내 삶 속에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아침잠을 밤에게 양보하고 닭이 새벽을 알리기 위해 지붕 가장 높은 곳을 찾아 목청 터뜨리며 울기 시작하는 것과도 같은 알람소리는 포근한 이불 속 유혹을 이겨 내게 한지 오래입니다.
알람을 무시로 끄는 행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에는 4시 30분부터 울려대는 알람을 계속 끄며 잠에서 여전히 취하고 싶어 버티고 버티다 5시 30분에 간신히 일어났는데 이제 나는 4시부터 울리는 알람을 듣고 최소한 4시 30분에는 기지개를 펴고 이불 밖을 탈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우리의 몸은 신비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로 변화되고 고착됩니다. 먼저는 그 변화를 일으키려는 사고가 필요하지요. 그 과정에서 두려움은 용기로, 막막함은 담대함으로, 알 수 없는 실패의 확률과 모호한 도전은 점점 성공적으로 점진되어 감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5시 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5시 30분에 일어나도 시간이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한 시간만 덜 자고 4시 30분에 일어나자 '였습니다.
이제 나는 4시 30분에 일어납니다.
좀 더 여유있게 아침을 맞는 기도를 드릴 수 있고, 좀더 마음에 새기며 성경을 읽을 수 있고, 좀 더 정성스럽게 꾹 꾹 눌러 성경필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넉넉하니 이제 글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아이들이 깰까봐 밤에 몰래 먹는 얇고 탱글탱글한 사발면이 씹지도 않고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듯이 글을 썼다면 이제 한 문장 한 문장, 글귀에 하나 하나에 더 신경을 쓰며 정성 있는 아름다운 문체를 담아 써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내 글이 단번에 옷을 갈아입고 몰입력과 흡입력을 지닌 뛰어난 글이 되진 않겠지만 어차피 더러워질 걸 알면서도 다시 청소기를 집어들고 바닥을 걸레로 박박 닦아내며 윤기내는 거실마루를 보며 흐뭇했던 것 처럼 그렇게 오늘도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그러면 이러저리 정신없이 얼굴을 차갑게 때리며 잡을래도 잡히지 않으며 흝날리는 작은 눈송이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따뜻하고 포근하게 수북히 쌓인 그 하얀 길에, 아무도 밟지 않은 그 길에 나의 글의 발자국이 하나 둘 정확하게 새겨지겠죠.
이제 한 시라도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원래 타고난 새벽형 인간이라는 것이 누군가에는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비애가 되기도 합니다. 남편의 이야기인데, 남편은 새벽 4시 30분만 되면 눈이 번쩍 떠진다고 합니다. 그런 자신도 괴롭다며, 더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는 비애를 터 놓으며 그렇기에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어합니다. 밤에 불을 밝히며 살던 저는 결혼 12년차에야 남편을 이해하게 됩니다.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아침,
4시 30분에 눈을 뜨며 잠시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 시간, 잠과 사투를 벌이며 새벽을 깨워 글을 쓰려 하는가? 내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이렇게 유난을 떨며 변화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벌써 한달 만에 나약한 나의 모습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며 사는지, 글 쓰기에 집중하는 것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하루를 바라보며 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하루를 붙들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자고 싶은 대로 자.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글 같은 거 써서 뭐하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쓸데 없이 시간낭비 하는 거야. 그러다가 말거면서...몇일 하다가 열정이 사그러들걸...
얼마나 더 가나 보자....
본능적이고 쾌락을 중시하는 원초적 본능인 나의 이드가 역시나 어린아이 같이 나의 초자아를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순간 동요될 뻔 했습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런 하루 하루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어제 읽은 책 글귀가 생각나자 눈이 번뜩 떠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군자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높이 두며, 묵묵히 바로 앉아 공손하기가 마치 흙으로 빚은 사람 같고, 말은 도탑고도 엄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뒤에야 능히 뭇사람을 위엄으로 복종시킬 수 있고, 명성이 퍼져 마침내 오래도록, 멀리까지 이르게 된다.
다산 정약용
저는 군자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도 될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쓰는 게 좋고 무언가 자꾸 쓰고 싶은 어정쩡한 엄마입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의 말을 인용한다면 내면의 충실함은 엄정한 겉모습이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떠올랐던 것 입니다.
일상은 단지 하루만의 모습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쌓아가는 것이고 이런 모습이 누적되고 쌓이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안팎의 사람들은 첫 닭이 울면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옷을 입는다. 베개와 대자리를 걷고 방과 마루, 뜰에 물을 뿌리고 청소한 다음 자리를 펴 놓는다. 그런 다음에 각자가 맡은 일을 한다.
[예기] (내칙)
[예가]에서 말하는 하루의 시작은 오늘 말로 바꿔본다면 요란한 알람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나 세수와 양치를 하며 옷 또한 단정하게 입으며 몸을 가듬고 침구 등 주변정리를 합니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며 각자맡은 일 시작하는 것 입니다.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주어진 일상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그런 모습이 쌓이고 누적되어 어느날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어있습니다. 기회가 찾아오게 되고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겠지요.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이제 나는 4시 30분에 일어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어제와 똑같은 하루이지만 그 하루가 누적되고 쌓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를 막강한 힘을 지닌 하루를 기대하며 시작합니다.
그저 오늘도 묵묵히, 조용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때요. 삶 자체가 놀라운 선물입니다. 그 삶에 후회가 없게 살면 그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4시 30분에 일어나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것 입니다. 어정쩡한 주부의 일상도 언젠가는 빛이 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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