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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Sep 05. 2022

아이들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집밥에 행복 한 스푼 감성 두스푼

 



몇일 전 우연히 미국생활을 오래 하신 목사님께서 미국식생활의 문화와 우리나라 식생활의 문화를 비교하며 그 문제점을 지적해주시는데 많이 공감이 되었다. 한국밥상의 불편한 진실"에 눈이 확 띄었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둘러앉아 나눠먹고 한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먹고 입에 댄 고추를 함께 먹는 쌈장에 또 담그고 그렇게 정을 나눈다며 침 바이러스를 나누면서 정겹게 식사를 한다.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에 반해 미국인들은 빵 하나조차도 손을 깨끗이 닦은 후 손으로 떼어내 잼을 발라 먹거나 발사믹 소스에 개별적으로 찍어먹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문화와 교양이 갑자기 크게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오가는 정"이 있는 우리나라의 밥상 문화와 정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오히려 미국인들은 더 가정적인 문화를 즐기며 가족인에서 오가는 정을 즐긴다. 미국인들도  금요일이 되면 "불금"을 외친다. 하지만 우리처럼 유흥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불금을 즐긴다. 가족끼리 모여 맛있게 스테이크를 구우며 소소한 파티로 금요일을 맞이하고 다가오는 주일을 감사하며 지낸다는 것 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불금이 이상하게 변질되어 불금이 되면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유흥을 즐기는 모습이 상반된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한 편으로는 미국의 가정적인 분위기가 참 부럽고 말이다.







우리집도 여느 평범한 한국의 가정집에서 볼수 있는 풍경의 식사시간이 펼쳐진다. 메인반찬과 각종 반찬그릇, 그리고 밥공기에 밥을 떠서 한상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치열하게 숟가락 전투를 시작한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식사시간은 비단 숟가락 전투 뿐 만이 아닌 그야말로 엄마의 고군분투의 현장이 된다. 아이들 손에 닿지 않는 반찬 챙겨주랴, 아이들이 먹지 않는 반찬들도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랴, 흘린 거 닦으랴, 잔소리 하랴, 나 또한 아직 어린 아이들과 식사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란 쉽지 않았다. 엉덩이 붙일 틈 없이 분주하게 뒤치닥거리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았다 들었다 하며 먹는 소위 말하는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모르겠는' 식사를 할 바엔 차라리 안 먹는 게 나았다. 다 식고 볼품없어진 아이들이 다 먹고 난 반찬들을 거의 잔반처리하듯 먹어치우게 되는 식사시간이 엄마인 나는 즐거울 리 없었다.







아이들 식사를 식판에 차려주면 그나마 조금 수월하긴 한데, 난 이상하게 아이들 식사를 차가운 식판에 주는 것이 싫었다. 집에서도 식판에 밥을 담아 주는 것은 이상한 양심의 가책이 들었고 어쩐지 정 없게 느껴졌고 감성 넘치는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이였다. 차가운 식판에 담아내기보다는 번거로워도 정성껏 그릇에 담아내 정성껏 식사를 차려냈다.





아이들이  크면 수월해지겠지, 나아지겠지 은 마음에 우아하고 맛있는 식사시간은 포기하고 지낸지 오래였는데 우연히 "혼밥식기세트"  알게 되었다.






혼밥식기세트....뭔가 외로워보일 듯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감성넘치는 식기로 정갈하게 1인식을 차려낼 수 있었다. 따뜻하고 감성넘치는 가정식 백반이 완성되는 것이다. 요즘 부쩍 그릇에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는데 내 마음을 처음으로 훔친 그릇세트는 바로 "혼밥식기세트"였다. 전에는 그냥 필요해서 의무적으로 그릇을 구매했다. 의무적으로 그릇을 구매했던 나에게 디자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가성비가 좋으면 고민없이 결재완료였다.





 


주부인생 12년차 처음으로 너무나 갖고 싶어 안달이 았던 이 그릇세트를 때마침 다가온 생일에 남편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다. 그릇으로 생일선물을 받다니 12년차 주부생활 처음 있는 일이였고 한 편으로는 이제 시작인가 싶었다. 어김없이 요리에 관심이 생기고 요리가 요리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예쁜 그릇이 가지고 싶고, 예쁜 그릇을 그냥 못 지나쳐 하나 둘 사서 모으기 시작하는 주부의 취미말이다.



 무엇보다 이 "혼밥식기세트"는 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에 충분해보였다.







먼저는 마음에 걸렸던 미국문화와 상반된 위생문제다. 개별식기 사용으로 우리나라의 식사문화를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위생적이였고, 식판이 아닌 도자기그릇에 예쁘게 음식을 담아낼 수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 먹는 반찬을 조절해서 각각 담아줄 수 있었고, 아이들이 혼자서 맛있게 먹는 재미를 맛 볼수 있었고, 흘려도 무방했고 흘릴 수 없도록 뭔가 정갈한 느낌의 쟁반과 식기앞에서 아이들은 덜 흘리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물까지 완벽하게 세탕해 나도 함께 둘러앉아 여유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하게 평안하고 즐거운 식사시간이 찾아왔다.










차리기 전, 세팅하는 것과 설거지 등이 많아져 번거롭긴 해도 이 두가지의 단점보다 유익한 장점이 훨씬 크고 만족감이 크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갈하고 예쁜 도자기그릇을 보며 쟁반에 세팅하는 것도 즐겁고 깨지지 않게 조심조심 정성들여 설거지를 하는 것 조차 즐겁다.





무엇보다 식사시간이 여유롭고 풍성해졌다. 대화가 절로 시작되었다. 삶의 질이 확 높아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한상 앞에 식사를 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전과는 다르게 우아하게 함께 둘러 앉아 식사를 즐길 때,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가족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나는 뼈속까지 뿌듯함이 느껴져 풍성하고 여유로운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







식사시간이 이렇게 즐거워질  있을까. 나는 식사시간이 기다려지고 식사를 마치고 치우는 시간까지도 사랑하게 되었다. 한상 차려내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생각보다 고되지만   의미있고 감사한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





#식사 #그릇세트 #식사시간 #식생활 #주부 #주부에세이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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