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진보해야 할 타이밍
세상에는 읽어야 할 좋은 책 들이 너무나 많다. 읽고 싶은 책도 너무나 많다.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그 중에서도 입을 모아 우리는 인문학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하도 많이 들어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에 입문은 했어도 그 문턱을 넘어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바로 잡고,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고 고민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고는 말하지만 인문학을 붙들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나마 고전문학은 재미붙이기에 알맞았고 쉽게 읽혔고 교훈도 많았다. 인문학의 입문용으로 알맞다. 고전문학으로 재미를 맛 본 후에 조금 지경을 넓히기 위해서 역사에도 도전해보았지만 동양철학부터 서양철학까지, 도무지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게 막막했다. 광범위하게 느껴지는 것이 차갑고 어두운 바다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기분이 들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철학도 한번 맛이나 보자며 집어들었던 책이 [소크라테스의 변명] 이였고, 이내 [일리아스] [논어] 등으로 반경을 넓혀나가긴 해보았지만 쉽게 읽히지 않고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 수천년 전의 천재들과의 위대한 만남은 '이런 거 읽어서 뭐하나.' 싶은 안일함과 주부라는 현실에 벽에 부딪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 읽기 쉬운 육아서,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 금융서적 등을 읽었다. 읽기는 쉽게 읽혔고 당시에는 유익한 듯 했지만 남는 것이 없이 쉽게 휘발되어 사라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꾸준히 독서모임을 유지하고 인문학을 접하고 있는 친 언니가 내가 읽고 sns에 올린 책 들을 보면서 "이제 이런 책 그만 읽고 인문학 도서를 읽어보라'고 권했지만 한번 현실과 한계에 부딪혔던 지라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문학이 밥 먹여주나요?"
누구나 인문학을 권하는 사람들에게 되물을 수 있는 질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돈이 행복한 사람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돈 많고 성공한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가진 듯 풍요로워 보이지만 그들의 뒤편에 보이지 않는 실상에는 꼬리표처럼 불안정한 정서가 따라다니는 듯 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 없이 묻고 탐구해야 하고 불안전한 미래에서 내가 바로 보고 서기 위해서 필요한 공부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이젠 함께 읽기다]의 저자 신기수는 말한다.
인문학은 고매한 이론이나 수준 높은 교양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현재 내 모습을 반추하고 새로운 생각을 빚어내고 삶을 가다듬게 하는 공부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당장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잡아주는 방향타이다.
[이젠 함께 읽기다]
인문학은 흔히 문사철이라고 말한다. (문) 문학을 가리키는 말로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시나 소설, 수필 등을 말한다. (사)는 역사로써 인류사회의 변천과 흥망성쇠의 기록을 (철)은 인간이 가진 정서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고전문학을 통해 우리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고 인간의 추악함을 마주하며 분노하게 되고 이러한 직시와 반성은 성장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정서적인 반응은 타인을 이해하는 시발점이 된다. 그 시발점은 결국 나에 대한 이해로 귀결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에서 '나라면 어땠을까?'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고 대입해보며 타인과 나의 보이지 않는 소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을 통한 이러한 인문적 사고는 결국 타인과 나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둘러싼 세상의 통찰로 나아간다는 것 이다. 문학은 인간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텍스트라고 소설가 이효석은 말 한다.
인간은 아무리 천하고 추잡해도 문학은 그것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마력을 가졌다.
소설가 이효석
이런 과정과 성찰을 통해서 주관을 가지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 인지,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하는 과정이 결국 나를 성숙하게 하고 생각하고 사고하며 나만의 생각과 주관이 생겨나게 되는 모든 과정이 내 삶이 주인이 비로소다른 사람이 아닌 온전한 내가 되고 나만의 철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것 이다.
특히 저자는 앞만 보고 달려온 40~50대 남자 직장인들은 특히 더 인문학을 들춰봐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한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덕목과 지혜와 성공사례를 갖추고 배우기 위해 보통 자기계발서를 많이 선택하는데 취업하고 승진하기 위해서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같은 실용서만 보던 습관에서 벗어나 문학과 철학, 역사책을 들춰봐야 한다고 말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들은 뒤늦게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자신의 삶에 회의에 빠지기 쉽고 그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성공사례가 아니라 스스로를 점검하고 자기성찰을 통해 돌아본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원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저자에 말에 공감이 되었다.
주로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만 읽던 한 참석자는 처음에는 "왜 답도 결론도 없는 인문학 서적과 고전문학을 읽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지만 그 과정을 마친 뒤에는 "가장 좋았던 점은 명쾌한 답이 아니라 모호한 그 감각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그 모호함 까지도 견디는 힘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그간 수십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을 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면 변화의 추동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젠 함께 읽기다] 독서토론 실제후기
자기계발서만 10년 넘게 읽다 보니 점점 한계에 부딪쳤다. 현실은 빨리 바뀌지 않았고 성공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상실감이 컸다. 조금씩 자기계발서 저자들에게 믿음이 가질 않았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하면 성공하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 를 끊임 없이 외치는 자기계발서.
불안심리를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성공을 꿈꾸게 만들고 맹목적인 희망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허탈했다. 책이 조금씩 겹치기 시작했고 비슷한 문구가 보였다. 분명 유익한 부분이 있지만 성공지향적인 책만 읽는다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이젠 함께 읽기다 [독서토론 실제 후기]
생각지 못했던 자기계발서의 폐해를 여러 사람들이 간증하고 고발하는 걸 들으면서 적잖이 놀랐다. 나 또한 자기계발서를 보며 성공한 사람들의 마인드와 사상을 배워나가며 성공을 꿈꾸기도 했고 무엇보다 성공을 원하는 나의 남편이 10년 째 열심히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를 읽고 있기 때문이였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실사례는 누구나 꿈꿀 법한 이야기가 된다. 어렵고 힘든 고난의 시간을 겪고 그 자리에 올라간 그들의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이 위로가 된다. 나도 마치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그 자리에 서 있을 것 같은 희망과 용기가 샘솟아나지만 실상 내 위치와 상황은 변한 것이 없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체, 왜 나의 삶은 변하지 않는 건지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는 것이다.
그럴 수록 우리는 더 인문학과 고전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깨닫고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문학과 고전문학은 성공이 아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게 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짚게 해주고, 스스로 삶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 이다.
불안한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자기계발서는 계속 읽힐 것 이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헤쳐가야 한다. 누구에게도 답을 구할 수는 없다. 순간의 위로일 뿐, 순간의 달콤함 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젠 함께 읽기다
이제 나는 자기계발서 대신 베스트셀러 대신 다시 고전문학과 역사, 철학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남편도 이제 10년 넘게 보아온 다른 사람의 성공사례만 들춰보지 말고 언제 어떻게 시련이 닥칠지 모를 세상에서 어떤 주관을 가지고 지혜롭게 살아갈 것 인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 것 인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하는 여정을 이제라도 함께 찾아나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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