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대화가 아니라 수다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엄마들은 대개는 아이들의 교육문제나 현재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화두가 된다. 아이들 이야기가 어느정도 끝나가면 남편들의 이야기가 도마에 오른다. 남편이야기가 도마에 오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대화의 화제는 시월드 이야기이다. 어느 모임이나 어느 누구를 만나도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나마 둘이서 은밀하게 만나면 서로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고 이런 저런 대화를 주고 받고 질문을 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그저 겉만 핥다가 끝나버리는 단순한 수다가 아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것도 물론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와 있을 때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여럿이서 함께 만나는 문화가 익숙하고 편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만나기도 쉽지 않고 모이기도 쉽지 않기에 날짜를 잡고 한 번에 만나 대 여섯명이 애둘러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수가 모여서 떠드는 수다는 주로 주최하고 주도하는 누군가가 늘 정해져있고 그가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살짝 반박하기도 하고 웃고 떠들며 가볍게 그동안 밀린 대화를 나눈다고 앉아있지만 실상 그것은 대화가 아닌 정말 수다에 불과한 것 이다.
혹 무겁고 심오하게 나누어할 주제가 도마에 오르면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금방 사그러들고 만다. 우리 마음 안에는 내가 누군가의 주장에 반박하는 것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깃들어 있고 그렇기에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동적으로 동조한 다음에 내 의견을 아주 살짝 드러내 보이거나 의미 없는 웃음과 침묵으로 일관하게 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말하는 것 보다 듣는 것에 익숙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그런 우리가 상대와 다른 의견으로 반박논리를 펼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이다.
우리가 이런 대화에 익숙해진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우리는 학연과 지연이 중시되어 서열을 따지는 사회에서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에 눈을 감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사회분위기가 있기에 우리는 이런 식의 대화가 쉽지 않다. 또 우리가 토론에 익숙하지 못한 것은 한가지 쟁점을 놓고 내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반박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기피하고 내 의견이 사람들에게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내 논리가 혹여나 그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까봐 우리는 자유롭게 내 생각을 나누는 토론식의 대화가 불편하고 어색하고 쉽지 않은 것 이다. 이런 이유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빠지지 않는 대화의 형식들은 가벼운 신변잡기와 성적인 농담이나 누군가의 뒷담화가 주로 이루어지는 것 **이다. 힘들게 어렵게 시간을 내어 자리를 마련하여 나름 바쁘다는 사람들이 모여 만나서 하는 대화라는 것이 이런 시덥지 않은 수다들로 황금보다 귀한 시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기 바빴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한때는 나도 블로그나 sns에 자유롭게 내 생각을 글로 남기면서 몇 번을 쓰고 지웠는지를 모른다. 나만의 공간이고 나의 개별적인 공간임이에도 불구하고 내가 쓴 글을 자유롭게 공유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이 두려워 장문의 글을 썼다가도 올릴까 말까 몇 번을 고민하며 쓴 글이 아까워 올렸다가 이내 후회가 되면 삭제하기도 하고 올리기 전 '이 글을 올릴지 말지' 를 두고 얼마나 많이 고민하는지 그것이 sns를 이용하면서 나의 가장 큰 어려움이자 고민이였다.
내가 쓴 글에는 여지없이 내가 드러날 수 밖에 없고 내 글에는 내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나를 들키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 다행히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치유되고 회복시킬 수 있었다.
내가 나를 잘 몰라서, 내가 쓴 글을 통해 나타난 내가 낯설고 부끄럽게 느껴졌고 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고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고 초조해했던 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직시하게 되었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서 나는 나를 더 만나게 되었고 나를 더 알게 되었고 이제 글로든 말로든 나를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글로 표현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사람의 눈을 보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혀나고 반박하는 토론식의 대화란 얼마나 어려울까 싶다.그러다보니 그냥 가볍게 수다를 떠는 자리가 편해졌고 누군가와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점점 더 뜸해지는 것 이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거리를 쏟아져나와 카페 자리를 잡고 이날 치른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버드의 토론 수업과 글쓰기 수업도 유명하다. 하버드에서는 강의식의 수업을 찾아보기 힘들고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번갈아 자기 생각을 말하는 토론 수업이 주를 이룬다.
우리도 유대인처럼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열띤 토론으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 생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그런 토론의 문화와 대화형식으로 모든 모임이 이루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대화가 자연스럽고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어느 모임, 어느 자리에서, 어느 누구와도 내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반박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하며 불꽃튀는 사고력이 벌어지는 현장이 대화의 장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런 능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또 토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샤 다양한 독서모임이 있고 독서모임을 통해 그 힘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나 또한 계획하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우리 아이들과 토론하는 문화를 시작해보는 것이다.
일단 토론 문화가 정착되려면 아이들과 함께 많이 읽고 써봐야 한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고 공감하고 비판하면서 네 의견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고 나와 다른 상대방의 의견도 긍정하며 받아들이기도 하고 반박할 수도 있는 것 이다.
책통아의 비경쟁 독서토론은 책을 어떻게 읽고 토론의 말하기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훈련하며 쓰기를 통해 생각 정리를 마무리하게 돕는다.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을 통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공감하는 능력이 키워진다.
한 책을 읽고 둘러앉은 아이들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느끼고 배운다.
책으로 통하는 아이들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시시콜콜한 수다가 아닌 진정한 대화로 건전하게 삶의 이유를 나누고 문제 앞에 서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격려해주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 건전한 문화속에서 내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반박하고 수긍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아이들이 그렇게 잡다한 수다와 다른 사람의 험담으로 이루어진 저속한 대화가 아닌, 삶을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지적인 준과 대화능력을 갖춘 아이들이였으면 좋겠다. 만나서도 각자 핸드폰을 보며 개인의 시간과 여가를 더 소중히 여기며 작은 핸드폰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내 앞에 있는 누구와도 변론을 시작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리 나라에도 빨리 시작되고 정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문화가 우리 나라에도 조금씩 시작되고 있고 변화를 맞이하는 변곡점이 반드시 올 것 이다. 그에 맞게 나와 우리 아이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되겠다.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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