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무서운 말 “엄마 배고파”
아침밥을 차린다.
밑반찬에 스팸 하나 노릇노릇 구워서 갓 지은 밥에 곁들여 나름 풍성한 아침상을 차려낸다. 스팸에 장조림에 진미채와 김이면 나름 풍성하지 않은가.
이렇게 먹으면 배가 부르다. 배가 든든해서 커피를 먹을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간식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리고 오늘 한 끼도 온 가족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렇게 먹고 치우면 12시까지는 아임 프리덤이다.
모든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주방을 빠져나오는 기쁨은 정말 짜릿하다. 금방 다시 들어가야 하는 슬픈 사실은 잠시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나 이렇게 먹고 이따가 11시에 한 번 더 먹어야 해.”
아침을 차리며 얼른 먹고 치우고 정리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으로 고단한 손을 달래던 나는 진심으로 남편을 보며 동공이 흔들렸다. 순간 동공이 흔들린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싶었다.
나는 진심 동공이 흔들렸다. 3시 예식이 있는 남편이 3시까지 안 먹기엔 너무 배가 고프니까 중간에 한번 더 먹겠다는 것이다. 분명 그래서 아침도 평소보다 덜 먹었을 것이다.
이건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집 남자들의 문제다
이건 우리집 남자들의 문제만도 아니다.
모든 남자들의 문제다.
모든 남자들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것이 문제다.
한 번 든든하게 먹으면 끝인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든든하게 먹여놓아도 수시로 “배고파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남편은 ‘원래 남자는 그런 거라며 양껏 먹이라고 한다. 찾는만큼 다 주라고 한다.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는 말은 간식이 먹고 싶다는 말과도 같다. 끊임없이 간식을 달고 있는 아이들
아무리 밥을 많이 먹여놓아도 간식거리를 찾는 아이들.(우리집만 그런가요?)
“엄마 배고파” 이 소리가 나는 가장 무섭다.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을 무제한으로 허락해줄수 없다. 먹는 것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식은 언제나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밥을 양껏 먹은 아이가 쉴새없이 끊임없이 포만감이 있는 간식을 계속 먹어대기에 제지하지 않고 그냥 놔두었다. 그러더니 몇 시간 후, “엄마 너무 많이 먹었나봐. 토할것 같아...”
절제 없이 무자비하게 퍼 먹은 댓가로 더부룩한 배를 끌어안고 밤에 토할까봐 겁도 함께 집어먹고 잠이든 아이의 모습이 안스러웠다.
도대체 어디까지 먹어야 하나.
도대체 얼마나 먹고 또 먹을 것인가.
엄마는 하루에 3번 하는 것으로도 족하다.
3번 주방에 들어가 차리고 먹고 치우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고단하니까.
파업하기 전에 각자 알아서 적당히 잘 챙겨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