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
여기저기 쓰고 싶은 글을 쓰다보니까 시간은 째깍째깍 물 흐르듯이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저녁먹을 시간이 다가온다. 오후 4시에 느꼈던 여유도 점점 사그러든다. ‘네가 여유롭게 글이나 쓰고 있을 때냐, 얼른 저녁밥 지어야지‘ 주부본성이 작가 본성을 자극하며 글쓰기를 방해한다. 배고픈 시간이 지났지만 꽤 오래동안 참고 있던 남편의 책망을 듣기 전에 하던 것을 멈추고 일어나 저녁밥을 짓는다.
보통 이렇게 공사가 다망한 날은 저녁밥을 하기가 싫어지는데 유혹을 이겨내고 앞치마를 질끈 묶고 소매를 걷어부치고 압력밥솥에 일단 밥을 짓는 것 까지 성공하면 반은 성공이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먹을만 한 재료들이 생각보다 풍성하다. 고기가 먹고 싶다는 남편님 주문에 소고기를 촵촵 볶아 찹스테이크를 만들고 양배추를 7분 동안 알맞게 삶아 미리 만들어둔 환상의 맛 쌈장과 함께 곁들여낸다. 표고버섯이 있길래 버섯도 휘리릭 볶아내 김치냉장고에 있는 김장김치 한 포기도 훅훅 썰어내니 이 보다 맛있는 저녁 밥상이 또 있을까 싶다.
‘기분 좋다. 까짓 것, 후식까지 완벽하게 대령해드리지.’
내가 먹어도 맛있었던 저녁 밥상을 기분 좋게 드신 남편님에게 귤과 방울 토마토를 접시에 예쁘게 담아 전달한다. 황송한 몸짓과 낯설다는 표정으로 과일접시를 받아든 남편의 한 마디.
“어우~ 서비스가 왜 이렇게 좋대~~~”
생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다~~ 여보 돈이야~~~”
여보 돈으로 먹은 소고기, 여보 돈으로 먹는 귤이다.
오히려 새삼 고마워지는 오늘은 남편의 월급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