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일상에세이
며칠 전, 둘째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어. 지금 넘어져서 못 일어나고 있는데... 다리랑 팔에 좀 피가 나고요...”
철렁했다.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온 피부가 다 쓸렸구나... 그런데 사고현장에서 만난 아이의 팔과 다리의 상처는 비교적 양호해보였다. 많이 안 다쳤나보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이가 왼쪽 팔을 감싸안고 울먹이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팔목을 보니 부어오른것이 아무래도 뼈가 잘못된 모양이다.
정형외과에 바로 가서 진료를 받았다. 예상대로 팔목 뼈는 댕강! 제 자리를 이탈해있었고 천만다행으로 수술이라는 큰 고난은 비켜갈 수 있었다. 그나마 통기브스가 아닌 반기브스라는 사실도 다행이었다. 오른쪽팔이 아닌 왼쪽팔이어서 다행이었고 더운 여름이 지나간 때라 또 감사했다. 그렇게 두 어달이 지나갔고 아이는 잘 회복되고 있다.
계속 친구들이 한 말이 생각났다
“자전거 바람도 다 빠져있고 이 자전거 되게 위험한 상태에요. 타면 안될거 같아요.”
늘 형이 타던 낡은 자전거를 물려받아도, 불평 한마디 없던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팔이 다 나은 아이에게 생애 첫 자전거를 사주러 갔다.
자전거집에서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이가 선택한 자전거는 가장 저렴한 가격표가 붙은 자전거였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면서도 애잔하게 다가온다. 일부러 조금 더 멋진 자전거를 추천해줬다. 처음엔 손사래를 치더니, 결국 그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게 더 잘 어울려.”
“우와 멋지다 우리 아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남편이 툭 한마디 한다.
“막내 것도 바꿔줘야겠는데? 막내것도 좀 위험해 보여.”
형들과 다르게 물욕이 많아 갖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건 다 손에 넣고야 마는 우리 막내는 고민도 없이 ‘이거요!’ 하며 자전거를 골라왔다. 심지어 둘째보다 훨씬 비싼 걸로.
“이게 좋은 이유가 뭐야?” 묻자,
“안장이 이렇게 생긴 게 훨씬 편하거든요.”
말끝에 덧붙는 그 당당함이 귀엽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좋은 걸 알아보는 본능이랄까.더 저렴한 자전거를 추천해주려는 우리 부부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의도한 영악함이 아닌 본능적이고 선천적인 당당함이다. 둘째와는 너무도 다른 그 디테일함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쩜 이렇게 다를까, 한 배에서 나왔는데도...
한 아이는 늘 형의 물건을 물려받으며 조심스럽게 크고
한 아이는 세상에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말하며 자란다
우리 남편은 삼남매중 막내이다. 그런 남편을 보며 우리 시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문득, 시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막내는 걱정 안 했어.
워낙 야무지고 알아서 잘 하니까.”
그땐 그냥 웃어넘겼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아직은 어린아이 같고 엉뚱하기만 한 막내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아는 단단함이 있다. 이제 새 자전거를 타고 달릴 시간이다. 형은 검정 MTB, 둘째는 파란색 프레임, 막내는 빨간색 프레임.세 자전거 바퀴가 나란히 굴러가며, 가을바람이 뺨을 스친다.
넘어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된다.
삐걱대던 낡은 바퀴 대신,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달려가면 된다.
“아이들은 결국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며,
부모는 그 속도를 믿어주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