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미숙했던 둘째 아이의 받아쓰기 100점의 비밀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보았습니다. 첫 아이는 한글을 빠르고 쉽게 터득하고 배웠는데, 둘째 아이는 큰 아이랑 조금 다르더라고요. 느렸고 더디게 학습하는 둘째 아이를 보면서 '아이마다 학습의 속도가 다르다'라는 사실을 계속 머릿속에 새기면서, 큰 아이랑 비교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한글 공부를 하고 학교에 입학했지만, 완벽하게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 보낸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고 신경이 쓰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입학해서 아이들이 배우는 거라곤 한글뿐입니다. 기본적인 학교생활과 규칙과 인성들과 더불어 학습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한글입니다. 한글을 학교에서 배워도 괜찮을 만큼, 꾸준히, 체계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미리 다 한글을 배우고 익힌 상태에서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하지요. 함께 배우고 다 같이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는 거라면 괜찮지만, 보통 다 한글을 떼고 학교에 입학하는 게 대부분이고, 엄마들도 사활을 걸고 한글을 완벽하게 익힌 후에 학교를 보냅니다. 다 알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 나 혼자만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까 봐 다들 그렇게 죽어라 입학 전에 한글 공부를 시키고,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둘째 아이에 수준에 맞게 욕심부리지 않고 한글을 가르쳤더니 60% 정도만 숙지한 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조금씩 더 배우면 금방 배울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학교 선생님께서 상담 시간에 저에게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우리 현준이!!
완벽합니다.
정말 깔끔한 친구예요. 흠잡을 게 없어요. 친구들하고 관계도 너무 좋고요. 짝꿍들에게 다정해서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아요. 한글만 더 알면 우리 현준이 아주 완벽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이게 칭찬인지, 뭔지 좀 아리송해지더라고요. 혼날 일 없이 선생님의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둘째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면서, 한글을 잘 모르는 단점 하나만 빼면 완벽하다니!! 한글을 잘 모르는 단점 하나로 무수히 많은 장점들이 온전히 칭찬받지 못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어서 기분 좋은 칭찬이었지만 기분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한동안 계속 그 말씀을 곱씹으며 둘째 아이를 보 보니 좀 더 신경을 써줬어야 하는 건가 싶은 후회와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지만 이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섬세하고 예민하며 주위를 잘 살피는 배려심과 사랑과 양보와 희생의 정신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드러나는 따뜻한 성품을 가진 둘째 아이의 강점을 인식하고 인정했더니, 그런 아이가 한글 공부에 좀 미숙한 것은 전혀 흠이 되는 것이 아녔습니다. 완벽할 수 없는 게 사람 아닐까요? 잘하는 것이 있으면 당연히 부족한 것이 있듯이 아이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받아쓰기를 한다니, 이상하게 긴장이 되기도 하면서, 받아쓰기야 연습만 잘하면 다 100점 맞을 수 있는 것이니 아이랑 최선을 다해서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도 다행히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받아쓰기를 하기 일주일 전부터,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연습을 했습니다. 역시, 노력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아이는 100점을 받아왔습니다. 다 습득한 걸 확인했으면서도, 사실 아이가 정말 100점을 맞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노력하더니 한글에 미숙했던 둘째 아이가 받은 100점짜리 시험지를 보고 있으니 신기하고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받아쓰기가 시작됐습니다.
첫 번째 받아쓰기기가 훨씬 난도가 높았는데 100점을 맞았기에 비교적 쉬워 보이는 두 번째 받아쓰기는 훨씬 수월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결과는 10문제 중, 5문 제 만 맞았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아이를 다독여주고 다음 날 다시 연습을 하는데도 어제보다 더 많이 틀리는 아이를 보면서 '얘가 어떻게 100점을 맞았지?'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퍼뜩 떠오르더라고요. 큰 아이가 마지막에 둘째 아이를 붙잡고 알려주고 문제를 내주고 틀린 걸 고쳐주고 다정하게 알려주던 모습이 그제야 퍼뜩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그랬구나....
엄마랑 공부해서 100점을 맞은 게 아니라 형아가 알려주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어서 100점을 맞은 거구나!!.
그래서 큰 아이에게 둘째 아이 받아쓰기 공부를 부탁했더니, 공부량도 많고 학원도 다니느라 시간도 많이 없는 큰 아이가 선뜻 봐주겠다며, 둘째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불러주고 둘째 아이는 받아 적기 시작합니다. 틀린 문제를 설명해주고 띄어쓰기도 제대로 알려주는 큰 아이와 그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둘째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하던지요... 며칠 동안 바쁜 형아를 따라다니며 '받아쓰기 시험 내줘'라고 부탁하고 그 부탁을 들어줬던 형아의 합작으로 둘째 아이는 또 100점을 받았습니다.
100점을 맞은 것이 기특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큰 아이가 엄마가 자기에게 해줬던 그 방법 그대로, 시간을 내어서 작은 아이에게 문제를 내주고 틀린 걸 알려주고 고쳐줍니다. 작은 아이는 틀린 문제를 잘 인지하고 고쳐나가며 형아가 알려주고 함께 하는 공부하는 시간이 꽤나 즐거워 보입니다.
큰 아이는 늘 100점을 맞고 잘하는 아이이지만 교만하지 않고 친절하게 동생을 가르치는 모습이 따뜻하고 듬직해보였습니다. 늘 큰 아이가 100점을 맞고 잘하는 모습을 동생이 보았기에 좋은 자극과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큰 아이는 이미, 열심히 노력하면 100점을 맞을 수 있고, 그 보람과 성취감을 느껴보았기에, 동생도 그걸 맛보기를 바랐을 겁니다. 동생 또한 그런 형아가 잘 가르쳐주었기에 생애 첫 시험에서 100점이라는 좋은 결과를 맛보았기에 노력에 대한 기쁜 보상과 성취감을 느꼈을 겁니다. 100점이라는 결과 앞에서 100점이라는 사실이 기쁜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자극제와 동기부여가 돼서 스스로 열심히 서로 격려하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명철했고, 기억력이 좋았습니다. 공부머리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혜가 없는 저는 날마다 이렇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하나님.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무엇을 가르칠지 저에게 알려주세요" 하나님께서 삼손이 나실인으로 태어날 것을 그 부모에게 알려주었을 때 삼손의 부모님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물었던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의 기도제목을 붙들고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낳을 그 아이에게 어떻게 행할지를 우리에게 가르치소서.
사사기 13:9
그리고 함께 붙들고 기도했던 제목이 있었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에게 주셨던 지혜와 믿음을 큰아이에게 허락해주셔서, 학문을 주시고 모든 서적을 깨달아 알 수 있도록 지혜를 달라고, 큰 아이가 잘 자라서 동생들도 좋은 영향력을 받으며 잘 자랄 수 있도록 다니엘 1장 17절 말씀을 붙들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 이 네 소년에게 학문을 주시고 모든 서적 깨닫게 하시고 지혜를 주셨으니 다니엘은 또 모든 환상과 꿈을 깨달아 알더라.
다니엘 2장 17
아이는 여전히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 어떻게 자라났는지 결과물은 제 손에 들려있지 않지만, 지금도 함께 하시고 앞으로도 함께 하실 하나님께서 내가 기도했고 간구했던 것보다 우리 아이들을 더 존귀하게 사용하시고 높여주시고 축복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기도하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의 마음을 만져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면 사실, 형제간의 다툼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의 권위를 큰 아들에게 위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없을 때, 큰 아들은 부모의 권위로 동생들을 다스립니다.
힘 있고 머리 좋은 형이 사랑 많은 통치자가 되어 보호하고 가르치고 함께 할 것이며, 동생들은 형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첫 아이를 잘 양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경으로 키우는 엄마 (최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