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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y 25. 2022

어둡고 무거운 그림자

있을 때 잘해 (소설 #1)

"엄마랑 연락이 안돼!

아무래도 엄마한테 무슨일이 생긴 게 분명해!


몇 시간 전부터 엄마랑 연락이 안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동생이 조바심을 이기지 못한 결론을 내버렸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해!"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엄마랑 연락이 안 되는 것이 왜 그렇게 안절부절하지 못할 일인지,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떨어대는지 이해하질 못했다.


"기다려봐. 엄마가 핸드폰보면 연락오겠지.."


정말 그렇게 생각했고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동생과 나는 pc방에 있었다. pc방에서 넉넉히 두 세시간은 너끈히 보낼 수 있었던 동생과 나는 pc방에 자주 갔다. 그 땐 특별한 오락이 없었고 pc방 데이트가 인기를 끌만큼 pc방이 핫플로 떠오르던 시절이였다. pc방에 앉아서 게임을 하며 엄마에게 연신 전화하던 동생은 아무래도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며 그만 집에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하던 게임을 끝내고 집에 가기가 아쉬웠지만 동생이 가자고 하니 투덜대며 옷을 주섬주섬 챙겼다. 이상하게 내 머리속에도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은 생각이 슬며시 들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막연한 찝찝함이였다. 그냥 막연한 찝찝함으로 끝났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우리를 향해 다가오던 무거운 그림자는, 우리의 공기를 무겁게 누르던 알 수 없게 무거운 그림자는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뭐? 엄마가 쓰러졌다구?!!!"


동생의 예감이 적중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것이 맞았다. 그냥 보통 일이 아닌 듯 했다. 애타게 엄마 전화를 기다리던 동생에게 여기저기에서 전화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광주에 있는 산에 기도하러 가는 사람들을 따라 갔던 엄마가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오래동안 안 나오길래 들어가보니 쓰러져있었고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땐 아주 추운 겨울이였다.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둘째언니가 함께 있던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먼저 엄마에게 가보겠다고 했다. 우리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전라남도 광주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집에서 동생이 받는 전화연락을 어깨넘어로 듣고 상황파악을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믿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쓰러졌다.

엄마가 의식이 없다.

병원으로 이송중이다. 이 사실 밖에는 머리속에 입력된 사실이 없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어안이 벙벙했다. 언니가 광주에 있는 의식이 없는 엄마에게 남자친구 차를 타고 달려가고 있다. 집에서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다. 무겁고 무서운 그림자가 동생과 둘이 있는 엄마가 없지만 엄마의 흔적이 너무 많은 어두운 집을 드리우고 있었다. 동생은 계속 울고 있었고 나는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엄마한테 같이 가봐야 할 것 같아. 엄마가 많이 위독하시대...형부랑 데릴러 갈테니 준비하고 있어"


큰 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 너머로 엄마가 '위독하다'라는  말을 듣자 그제서야 눈물콧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형부랑 데릴러 갈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다. 같이 광주에 있는 엄마에게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고 나서 그제서야 이상하리라만큼 무감각하게 반응하고 있던 모든 신경세포들이 제정신을 차린듯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쓰러졌다.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의식이 없다.

우리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의식이 없고 위독한 상황이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

보통일이 아니였다.

무겁고 어둡고 슬픈 그림자는 그 날을 시작으로 꽤 오래동안 우리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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