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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r 22. 2022

딴나라 세상 우리집 아이들

딴나라 세상 바깥 아이들

난 학교 앞에 잘 나가지 않는다.

우리 집은 초품아인데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은 찻길 한번 건너지 않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시간은 불과 5분 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모습도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여건속에서 아이들이 지내고 있다.



전에는 어린 자녀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겠다고,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불량식품을 먹이며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해주느라 흔히 말하는 놀이터죽순이가 되어 놀이터를 배회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건강한 정서로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들하고도 다양하게 어울리며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지만 큰 아이가 어느정도 크자 그런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큰 아이가 밖에서 놀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였다.차분하고 조용한 큰 아이는 커갈수록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보다는 학교 마치고 돌아와 집에서 쉬며 할 일을 하고 다니는 학원을 착실하게 다니는 바른생활사나이다. 그런 생활을 편해했고  점점 그런 패턴으로 굳어져갔다. 큰 아이가 친구를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친구가 없어도 집에서 편안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3살 터울이 나는 둘째아이와 절친처럼 친하게 잘 지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거리고 웃음꽃이 피어난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아주 건강하게 , 우애 좋은 형제로 자라나고 있다. 막내 동생에게는 한 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삼촌처럼 아빠처럼 챙기고 살피고 귀여워해준다. 아이들은 서로가 있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다. 아들만 셋 인게 부쩍 감사해지는 요즘이다. 친구가 필요없다는 말이 이런건가 싶다. 동생들이 있고 동생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는 아직도 많이 순수한 듯 하다.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우애좋은 형제로 자라나고 있고 서로 의지하며 자라나고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엄마로써 난 자연스럽게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에 진가를 발휘한 삼형제의 우애와 애정을 보면서 친구에 연연하고 집착하지 않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엄마로써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동생들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삼형제의 관계속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고 충족되는 모습을 보며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동생들과 노는 게 시시하고 유치해지면 자연스럽게 친구를 찾아 떠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자연스럽게 오기 전에 내가 억지로 바꿀 수없다. 아이들이 필요해지면 스스로에게 맞는 좋은 친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때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틈틈히 기도하고 있다. 엄마로써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수 있는 건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기도해주는 것 뿐이다.





어제 오랜만에 학교 앞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원래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집으로 와서 숙제를 하고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으며 쉬다가 간식을 챙겨먹고 학원에 간다. 밖에서 간식을 잘 사먹진 않는데 어제는 학원픽업 시간이 애매해서 학교 앞 분식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문해주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은 분식집 풍경이 나에겐 진풍경이였다.




아이들은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함께 꼬깃꼬깃한 천원짜리들을 들이밀며 떡볶이, 슬러쉬, 콜팝 등의 간식들을 받아서 퇴장했다. 엄청난 아이들이 몰려있었고 주문하는데도 꽤 오래 시간이 걸렸다. 줄이 딱히 없었는데도 아이들은 서로 먼저 온 순서를 지키며 차례차례 주문을 했고 나도 눈대중으로 대충 살펴본 후에 나보다 먼저 온 아이들의 주문이 끝나자 비로소 주문할 수 있었다.



분식집에는 뒤쪽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꽤 많은데 분식집에 앉아서 주문한 간식을 먹는아이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에서 그 뜨거운 떡볶이와 콜팝을 먹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놀이터 어딘가에 툭 걸치고 앉아 먹기도 하고 집에 가서 먹기도 하고 엄마가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을수도 있다. 그럼 엄마의 케어 안에서 간식을 먹으리라...


뒤쪽에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한 간식을 먹고 있는 고학년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능숙하게 핸드폰에 깔려있는 지역화폐 앱으로 라면을 주문했고 친구 것도 주문해주었다. 보려고 본 건 아니였지만 우연히 보았더니 지역화폐 앱 안에 100,000원의 잔액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간식비로 쓰라고 엄마가 결재해서 선물해준 것일 것이다.



"야 네가 제일 돈이 많으니까 네가 라면 사." 라는 소리를 듣고 있자 우려심이 밀려오기도 했다. 아직 돈관리가 익숙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쉬운 어린 아이들인데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서 돈을 함부로 쓰게 될까봐 엄마로써 우려도 되었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또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하는거니까...



우리 큰 아이보다 어려보이는 아이들도 꼬깃꼬깃한 지폐를 들고 있었다.

그 모든 광경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였다.



우리 아이들은 용돈 한번 준 적이 없다. 용돈을 줄 일이 아직은 없다. 어쩌다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잘 챙기는 큰 아이에게 돈을 따로 챙겨준 적은 있지만 고정된 용돈을 주지 않고 있다. 아직은 혼자서 뭔가 사먹거나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늘 집에 있고 내가 늘 집에서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있기에 우리집 아이들은 혼자서 꼬깃한 지폐를 내밀며 간식을 사 먹어본 적이 없다. 밖에서 사주더라도 내가 늘 계산을 해주었다. 내가 늘 함께 있는 상황이였고 챙겨줄 수 있는 상황이였기때문이다.



순간 내가 너무 아이들을 우물안 개구리처럼 키우나 싶어졌다. 내가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것 처럼 아이들도 너무 세상물정 모르게 우물안 개구리처럼 키우고 있나 싶어졌다.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를 찾아다니고 친구랑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노출될만한 일이 별로 없는 우리집 아이들이다. 그저 조용히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간식을 먹고 쉬고 동생과 형아랑 같이 놀고 서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남는 시간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내는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매일집에만 있는 건 아니다. 친구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게 되는 상황들도 있다.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친구랑 못 놀거나 트러블이 자꾸 난다면 엄마로써 심하게 걱정되었을텐데 친구와 많이 어울려지내지 않았어도 형제가 있어서 그런지 우리집 아이들은 처음 보는 친구랑도 잘 어울렸고 트러블없이 잘 놀았고 문제도 잘 해결해나갔다. 우리집 아이들에겐 형제지간처럼 지내는 친한 교회 친구들이 있다. 평일엔 평범하게 지내며 학업에 열중하다가 주일에 교회 친구들을 만나서 에너지를 쏟는 아이들을 보며 또래관계가 아예 결핍된 상황이 아니기에 난 아이들의 친구관계에서 좀 자유할 수 있었고 아이들의 성향과 집에서 쉬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그저 맞춰주며 지내던 중 오랜만에 나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늘 벌어지는 모습에 난 좀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삼삼오오 앉아서 분식집에서 능숙하게 라면을 시켜 먹던 아이들을 무심코 보았더니 역시나 모두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다. 고개를 처박고 라면국물을 떠먹느라 치열한 숟가락 파티를 즐기고 있다.

그 모습도 싫었다.

내 아이가 그러고 있으면 너무 싫을 것 같았다.




하지만 더 놀랐던 건, 그 중에 한 아이의 엄마가 중간에 분식집에 들어왔는데 '왜 연락이 안 되느냐' 는 말만 던진체 아이가 잘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 아이가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 게임을 하며 라면국물을 두고 친구들과 숟가락전쟁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늘 있었던 일인가 보다.



전에는 길가에서 컵라면을 들고 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깜짝 놀랐다.



코로나로 인해서 편의점에서 음식섭취가 안되니 컵라면을 들고 나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먹는데 먹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 창피하지도 않은지 길가 한 복판에서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 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부쩍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걸까? 워킹맘의 자녀들이 다 그렇진 않을텐데. 누구보다 많이 신경쓰고 엄마의 부재에 미안함으로 간식도 더 신경써줄 텐데...



밖에 있는 아이들이 뭐 전부 그렇다는건 아니다.


그건 짧은 시간 일어난 일에 불과하고 그 아이들은 계속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신나게 뛰어노는 시간도 있겠지. 잠깐 학원 가기 전 자투리시간에 스트레스를 푸는 거겠지..남의 집 아이들을 내가 일일이 다 신경을 쓰고 단편의 모습만 보고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딴나라세상 아이들 같이 느껴졌다. 우리집 아이들은 평일에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만 핸드폰이 있는데 게임을 허락을 맞고 겨우 한다는게 두뇌게임 장기게임 같은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지 않고 잘 놀고 잘 지낸다. 집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각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해야 할 공부를 마친다.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밀리는 법이 없다. 스스로 경쟁하듯이 알아서 한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종이를 접는다. 심심해하는 아이들에게 허락하는 미디어는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이 전부이다. 그렇게 평일을 보내는 우리집 아이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여유있고 화목해보인다.



어떤 불만도 없다.

만족함이 더 크다.

가정에서 건강하게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친구관계가 필요해지고 중요해지는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친구관계를 잘 만들어나가리라 믿는다. 그 때를 위해, 아이들의 좋은 친구관계를 위해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은 기도해주는 것 뿐이다. 그때, 내 아이들이 만나고 형성해나갈 좋은 친구관계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우리 아이보다 어질고, 우리 아이보다 성품 좋고, 우리 집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우리 아이보다 더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우리 아이보다 더 공부도 잘하고 우리 아이보다 더 성실하고 우리 아이보다 더 하나님

잘 믿고, 우리 가정보다 더 하나님 사랑하는 가정에서 자란 좋은 친구 만나게 해달라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친구 관계 허락해달라고...



기도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아직까지 그런 친구를 만나지 못한걸까 . 하하...



꿈은 크게 꾸고 기도는 입을 더 크게 벌려 구하라 하셨으니 내 욕심을 힘껏 더 담아 기도를 올려드린다.






각자의 삶은 다 다르다.

모두 같을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딴나라 세상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과 성향과 상황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친구 #친구관계 #요즘아이들 #학교앞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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