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커피

전업주부의 작은 사치

by 쓰는핑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촉촉한 봄비에 내 마음도 촉촉히 젖는다..라는 표현이 이런 것인가 보다.

정말 내 마음도 촉촉히 젖는 듯 하다.

토요일은 모든 긴장이 풀리는 날이다.

아이들도 긴장하며 일주일을 보낸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긴장하며 보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나도 긴장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 모든 긴장과 바쁨을 내려놓을 수 있는 토요일이 참 좋은데 비까지 내리니 더 없이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이였다.


그래도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이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밀린 집안 일을 하나씩 해나간다. 모든 바쁨과 긴장을 잠깐 내려놓을 수는 있는 토요일이지만 집안일까지 다 내려놓을 수는 없는 전업주부의 고단한 노동이다. 청소기까지 다 돌리고 나니 반짝반짝해진 집 안에 여유롭게 널부러져 휴일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평안해보여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 한잔 마시며 글을 쓰고 싶어지는 전업주부의 여유로운 시간이 잠깐 생긴다.

평일에 텔레비전 시청과 핸드폰 게임을 전혀 하지 않고 성실하게 지낸 아이들에게도 선물같은 시간으로 주말에만 허용해준다. 물론 정해진 시간 안에서이다.


아이들이 너무 행복한 그 시간, 나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커피 한잔이 필요하다.

집 안에서 내린 소소한 기쁨인 캡슐커피 말고 카페에서 파는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다.

비도 온다.

비를 맞으며 살짝 여유를 즐기고 싶다.

좋아하는 음악을 아이팟을 귀에 꽂고 비를 맞으며 살짝 여유를 즐기고 싶어졌다.

전업주부에게 그런 시간이 있겠느냐만은 억지로 만들어낸다면 가능하다.

마트에 가야하는데 그 작은 사치를 누리기 위해 '옳다구나' 마트로 향한다.


비를 맞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마트에 간다.

기분이 좋다.

마트에 들렸다. 필요한 몇 가지만 사오려고 했는데 1+1의 상품들이 왜 이리도 많은건지, 오늘 저녁, 내일 아침까지 장을 보고 나니 들기 무거울 지경이다.

마트 바로 옆 카페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샀다.

기분좋은 커피향이 촉촉한 봄비와 어우러져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왔다.

비가 온다.

우산을 들어야 한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모시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촉촉한 봄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었던 전업주부의 현실 앞에서 잠시 당황스러워졌다.


'장 바구니를 어느 손에 들지...'


감성돋는 봄비의 정취는 장바구니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팔목에 끼고 그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우산을 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있자니 봄비를 맞으며 커피를 홀짝이고 싶었던 로망도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난 전업주부니까..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커피 한잔 놓고 글을 쓰고 싶었던 여유시간도 사라져버렸다

후다닥 장을 본 걸로 점심을 차려낸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전업주부도 가끔은 우산을 들고 커피 한잔만 들고 빗길을 걷고 싶다.

전업주부도 여자니까...

여자는 가을에도 봄이고, 봄에는 더 여자가 된다.


다음번 비오는 날 커피와 비를 즐기고 싶다면 마트는 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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