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한뼘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모두 등원시키고 깨끗하게 청소를 마친 집안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기분좋은 오전 시간, 유치원으로 예상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막내 유치원인 것 같은데... 무슨 일일까?
아니나 다를까, 막내 유치원 담임 선생님의 전화이다.
이 오전 시간에, 아이들이 한참 활동하고 있을 시간에 받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는 유쾌하고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무슨 일일까?
막내가 제일 친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오늘 등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일 그 친구랑만 단짝처럼 놀다가 그 친구가 없어서 당황해서 그런지 성운이가 심심해하고 통 놀지를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도 살짝 아프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별일 아니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음... 이게 엄마인 나에게 전화해서 알려줄 일인가? 이건 선생님께서 재량껏 해결하셔야 하는 문제 아닌가?' 라는 생각이 밀려와서 잠시 당황스러웠다.
"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성운이를 데리고 갔으면 하셔서 전화를 주신걸까요?
친한 친구가 안 나왔더라도, 그래서 조금 심심하더라도 다른 친구와 놀거나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라고 야무지게 말하자 선생님께서도 약간 당황하신 듯, 물론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적이 처음이여서 전화를 드려본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니 또 막내의 불편하고 어려운 마음을 모른 척 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엄마인 나에게 알려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배가 아프다고 하는 막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배가 아픈건 대변이 마려운데 유치원이여서 불편해서 성운이가 참고 있는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 집에서도 볼일을 자주 보는 편이거든요.
성운이가 유치원에서도 배가 아프면 편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알려주시고 격려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주신뒤에도 많이 불편해하면 제가 데릴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은 하고 전화를 끊긴 했지만 역시나 엄마로써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친한 단짝 친구가 나오질 않아서 다른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워하고 있다니,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니, 배가 아프다고 한다니 별일 아니여서, 큰 일 아니여서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이는 건 엄마마음이다.
데릴러 갔어야 했나, 셋째 아들이여서 내가 너무 쿨했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만약 첫째 아이에게 일어난 상황이라면 난 버선발로 달려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래서 키울수록 여유가 생기고 요령이 생겨서 육아가 편하다는 것이다.
셋째여서가 아니라 , 육아에 여유가 생겨서가 아니라 그런 문제는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에 엄마가 개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치원에서 데려오는 것이다. 심심해하고 외로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온다면 아이는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똑같은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이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며 부딪히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느껴볼 기회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작은기회의 사다리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대포장한 과잉보호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유치원에 있는 한은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선생님의 도움과 격려속에서 문제를 만난 막내가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부딪혀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친한 친구가 없어도 다른 친구와도 어울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고 새로운 놀이감을 찾으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막내가 온전히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만약 마음이 약해져서, 선생님이 유치원에서 직접 전화까지 주셨으니 엄마인 내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그 길로 막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왔다면 순간, 작은 어려움을 만난 막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빼앗을 뻔 했던 것이라며, 엄마로써 잘 했다고 나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크고 작은 문제를 만나게 될는지... 그 때마다 엄마가 슈퍼맨처럼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 스스로 부딪히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아이도 성장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작은 고비를 잘 이겨냈다.
"성운아. 내일도 그 친구가 유치원에 오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러면 성운이는 그 친구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있잖아.
같이 놀자! 하고 성운이가 먼저 다가가야 해. 성운이가 가만히 혼자만 외로워하고 심심해하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 성운이가 친구들에게 용기내서 먼저 다가가는거야. 친구가 안 놀아주면 그냥 '그래 그럼 다음에 놀자' 그러면 돼. 그럼 또 다른 놀이감도 찾아보고 성운이가 놀고 있으면 친구가 '나도 같이 놀자' 하고 다가오기도할거야. 내일도 다을이 유치원에 안와도 성운이 다른 친구랑 더 재미있게 사이좋게 놀 수 있겠지?"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씩씩하게 말한다.
"엄마. 나 오늘 다른 친구랑 재미있게 놀았어 .다을이가 안와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지 모야. "
작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아이가 기특하다.
작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아이가 한뼘 성장한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며 애써 태연한척 해보았지만 누구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가 탔던 엄마는 두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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