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내 짝궁!! 내 편!! 내 남편!!

평생의 공공의 적

by 쓰는핑거

재택근무중인 남편과 점심을 먹고 왔다.

요즘 부쩍 재택근무가 많아진 남편은 혼자 있고 싶은 나를 자꾸 괴롭힌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게 의지하고 아내만 졸졸 따라다닌다고 하던데 요즘 전초증상이 온 것 같은 남편의 모습에 귀찮귀고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대놓고 구박하기도 한다. 늘 바쁘고 무뚝뚝했던 남편이 자꾸 말 걸고 나랑 놀고 싶어 죽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면 난 자꾸 튕기고 싶단 말이지...



아침부터 여유로울 틈이 없는 전업주부는 후다다닥 아이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이고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놓고 집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그렇게 깨끗하게 정리된 집에서 아이들없이 조용하고 고요한 적막을 즐기며 책을 읽든 블로그를 하든 브런치를 쓰든 뭐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뒹굴거리고 싶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 자꾸 나를 방해한다. 이미 커피도 마셨는데 커피숍에 가자고 한다. 커피숍에서 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자는 거다. 마음은 고맙고 남편이 원하는 시간을 보내주고 싶은데 난 이미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난 지금 커피숍에 앉아있는 것보다 집에서 뒹굴거리길 원한다. 몇번이나 퇴짜를 주고는 이내 미안하기도 하다. 커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분위기 내기 좋아하는 나를 위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하는 남편인데 한번 맞춰주질 못했다. 그러면서 농담삼아 막 핀잔도 준다.


"아니 왜 재택근무하면서 일을 안해!!"

내일 또 재택근무야!??

왜???

회사가~~~!!


어떤 남편이 제일 사랑스러운 남편인 줄 알아 여보?

저녁 먹고 9시에 퇴근하는 남편!!!"



남편도 맞장구 치며 웃어준다.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구박을 늘어놓아도 다 받아준다. 그래봤자 일주일에 한번이다. 애교로 봐주고 그 시간을 함께 즐겨보자. 내가 복에 겨웠다.


어쨌든 밥은 먹어야하니 커피숍은 패스했지만 밖에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아이들 없이 여유롭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남편과 함께 먹는 식사시간에 잠시 행복함을 느낀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한참 연애중인 젊은 남녀커플보다 우리가 더 신나보였고 우리가 수다스러웠다. 대화거리가 있다는 사실에, 웃으며 얼굴을 마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내 평생 내편, 내 짝궁으로 이렇게 듬직하고 멋있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집으로 오기 전 스타벅스에서 돌체라떼를 하나 테이크아웃해왔다. 지난주에도 재택근무를 한 남편과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타벅스 가는 길에 있는 빽다방 앞에서 지난번과 똑같은 대화를 다시 나눈다.




"근데 왜 스타벅스야? 여기 빽다방도 있는데?"


"빽다방은 우리 집앞에도 있잖아.

스타벅스는 우리 집 앞엔 없잖아. 자주 먹을 수 없으니 여기 온 김에 기왕이면 스타벅스지."


"이그 된장녀"


이번주에도 스타벅스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는 빽다방을 보며 똑같은 레파토리를 던진다.

잊고 있었던 듯이 똑같이 대답했다.

그러자 신랑의 추가된 한 마디!!


"지난주에도 왔는데 일주일에 한번 정도 먹음 자주 먹는 거 아냐?"



그래.

그건 그렇다.

그럼 집 앞에 없어서 자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빽다방 이 아닌 스타벅스 커피를 먹는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빽다방보다 스타벅스커피가 더 맛있고 특별하다고 말해야겠다.




집에 돌아와서 스타벅스 커피를 홀짝 거리며 브런치 글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남편이 살며시 다가와서 말한다.



"요 앞에 서울대병원 생기면 그 안에 편의점 같은 것도 있을텐데....


('응? 편의점? 편의점을 해보고 싶은가 ?

차리자는 건가?)


"그런 편의점에서 일해보면 어때? 그런 곳은 별로 위험하지도 않고 안전할 것 같은데..."


"어머! 나 편의점에서 알바하라고 그러는거야 지금??"


"아니... 집에서 그렇게 커피 마시고 그렇게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단 뭐... 여보도 세상물정을 좀 알아야지. 어려움도 좀 알고...세상과 동 떨어져 사는 것 같이 보여서...."


"아... 내가 집에서 커피나 마시고 글이나 쓰고 빈둥거리니까 꼴 보기 싫었어?? 나가서 일이나 하라는거지?

햐~~~

전에는 나가서 일 하지 말라고. 계속 지금처럼 아이들 잘 돌보라고. 일 안해도 된다고 그러시더니만 이젠 대놓고 나가서 일하라 그러네??"



"아니~~ 돈보다 그냥 세상 물정을 좀 알았으면 해서..:여보도 뭔가 준비를 해야지..."


"사회복지사 준비하고 있어. 이번 학기에 끝나. 그거 준비해서 그걸로 일 할거야~"


"그래..뭐..."



신랑이 자리를 뜨고 대화를 곰곰히 곱씹어보며 내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커피나 먹고 글이나 쓰고 애들 돌보는 내 팔자가 아주 편해보였나보다...

계속 이렇게 살고 싶은데...

정말 일하길 원하는건지...

순간 내 모습이 자기 마누라여도 너무 팔자좋아보였던건지...


후자에 가까웠을거라는 느낌이 확연한 여운이 자꾸만 남는다.


귀여운 남편!

지금 티 안나게 나 디스한거지?


평생 내 짝궁

평생 보이지 않는 내 공공의 적 !


다음부턴 커피숍 같이 가줘야겠다....

한방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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