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강아지의 낙은 룸메이트들 출, 퇴근길 반기기
셰어하우스에서 강아지 키울 수 있어??
아니죠. 동물 강아지 아니고요. 사람 강아지, 접니다.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보통 나의 아침은 여유롭다. 밥 먹으러 2층 거실에 내려가면 방에서 출근 준비하는 게 들린다. 시리얼을 두 그릇, 세 그릇씩 말아먹으면서 앉아 있으면 룸메들이 방에서 나온다. 요즘 야근하느라 잘 못 보는 룸메에게는 어제 언제 들어왔냐며 말을 건네고, 도시락을 챙겨가는 룸메에게선 운 좋게 고구마를 얻어먹기도 한다. 가끔 기운이 나면 현관문 앞까지 가서 배웅하기도 한다.
장난꾸러기 같은 룸메와는,
“자기야 나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응~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
같은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오글거리기도 한데, ‘우리가 이런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구나’를 생각하면 신기하다.
얼마 전, 새벽에 자다가 깨서 2층 거실로 내려왔다. 2시가 넘은 시간인데, 현관문 키패드가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A룸메가 늦게 올 거란 걸 알고 있어서 당연히 그 룸메인 줄 알고 반가운 마음에 현관까지 갔다. 문을 잡기 전에 먼저 바깥쪽에서 열렸는데, B룸메였다. 그 새벽에 사람이 신발장에 서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룸메는 꺅- 소리를 지르며 매우 놀랐다. 나도 덩달아 놀랐다.
“아니... 왜 안 주무셨어요...........”
“A룸메인 줄 알고 간 거였어요.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미안함이 몰려왔다. 강아지였으면 풀이 죽어서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겠지 싶었다.
인사하는 강아지가 제일 섭섭할 때는 상대방이 눈을 보지 않고 핸드폰만 쳐다보며 인사할 때다.
“인사는 눈을 보면서 해야죠~!”
이러면 화들짝 놀라며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인사를 해준다. 참 유난스럽다 싶겠지만, 중요하다. 짧은 순간 눈 맞춤은 즐겁다. 새삼스레 인사의 한자 뜻을 찾아봤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란다. AI가 점점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이것만큼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반갑고 정답게 인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