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에서의 심폐소생술
- 데이터는 쌓고 다니냐
최근 빵으로 빵 터진 사건이 있었다. 우연히 운전 중 배가 고파 빵을 먹었고 그로 인해 음주단속에 걸렸다. 빵으로 음주단속에 걸린 사건 자체가 기가 막혔지만 이 또한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도 사라질 수 있어 사건 현장을 상세하게 글로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늘 그렇듯이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는 몇 안 되는 소중한 독자님들의 ‘라이킷’ 알림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글을 올린 다음 날 빵 때문에 또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저녁 식사 후 교회 갈 준비를 하다 조회수를 검색했는데 저녁 7시경 조회수가 900이 넘어 있었다.
브런치에 글 쓰시는 다른 작가님들을 보면 구독자수도 100이 넘고 라이킷도 많이 받겠지만 지금까지 글 한 편당 총조회수가 300이 안되는지라 나에게 900이라는 숫자는 엄청난 숫자였다. 그러더니 900에서 1000을 넘기고 2000을 넘기게 되었고 그 글의 조회수만 7000이 넘었다.
도대체 내 글이 어디에 올라와 있는지 찾고 싶었지만 내 실력으로는 내 글의 위치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조회가 되었다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삼일천하'로 끝이 났고 조회수만 올랐을 뿐이다. 그 외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조회수 폭탄이라는 일이 내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브런치 작가가 처음 되었을 때만큼이나 놀라움과 떨림이 가득했던 사흘이었다.
이제 9월 23일이면 브런치 작가가 된 지 꼭 1년이 된다. 작년 8월에 우연히 한겨레 문화센터 광고에서 이윤영 작가님의 <브런치 작가 되기 프로젝트>란 수업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라니 그런 작가도 있나 싶었지만 5주 과정으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광고에 가벼운 맘으로 신청했다.
그때까지도 내가 아는 브런치는 브런치 카페에서 먹는 브런치 빵이었다. 사실, 강의를 신청하고 나서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보면 알 수 있었을 텐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첫 수업 때까지도 브런치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면서 강사님의 친절한 지도하에 글을 쓰게 되었고 나만의 경험을 살려 글 3편을 완성하게 되었다. 5주 차가 되어 강사님이 브런치 작가 시청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고 초등학생처럼 열심히 배운 데로 따라 하다 한 번에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작가 승인을 받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승인을 받고 나서야 브런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고, 그 세계에서 재능 있는 수많은 작가님들이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뱁새가 황새들이 사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을.
과연 내가 이 세계에서 계속해서 글을 쓰면서 생존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 두려움과 함께 나의 ‘브런치스토리 디지털 세계’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공부방 운영과 고3 아들 수험 준비로 바빴던지라 일주일에 한 편만이라도 쓰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몇 개월 동안 겨우 한 달에 서너 편을 쓰다가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는 한 달에 한편 쓰기도 버거웠다. 그렇게 겨우겨우 한 두 편씩 쓰다가 빵으로 조회수가 빵 터진 것이다.
빵 사건 이후 작년 9월 첫 글을 쓰던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통계 그래프를 살펴보게 되었다. 나의 그래프를 보니 마치 응급실에서 생명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심박동 그래프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숨이 끊어질 듯하던 시기에 심폐 소생술을 받아 심박동이 잠깐 정상적으로 회복한 것 같은 그런 그래프였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디지털 세계에서 겨우 한 달에 한 두 편씩 글을 올렸다. 자신감도 그래프처럼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때 ‘조회수 폭탄’이라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그나마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조회수와 '글 쓰는 실력'은 별개라고 한다. 그렇다 해도 디지털 세계에서의 조회수는 중요한 수치이다. 그 조회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플랫폼에서 사진과 영상, 글 등의 데이터를 쌓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각 분야의 실력자가 되는 길은 양질의 데이터를 수없이 쌓아야 한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가 그 사람의 능력이 되고 수익이 되는 시대다.
현실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하듯이 디지털 세계에서는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
데이터는 쌓고 다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