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존재 목적
당신이 이십 대를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잘 습득해 놓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 관련 지식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금융 기관, 바로 은행이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해보겠다. 이 은행이란 녀석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이에 대해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은행의 기본적인 기능을 한번 생각해보자. 은행은 우리의 돈을 맡아주는 곳이다. 마땅히 돈을 맡길 곳이 없는 우리는 은행이 있기에 안전하게 돈을 보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은행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은행은 기업이다. 기업의 1차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존재하는 1차적 이유는 자본을 얻기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을 벌지 못하면 기업은 망한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야만 은행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은행은 은행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 은행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 돈만 잘 맡겨주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첫걸음을 이제 막 내디딘 것이기 때문이다.
이십 대 여러분은 앞으로 은행을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은행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은행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죽을 때까지 우리는 은행과 거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계좌번호가 있고 내 통장에 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그 은행을 신뢰하여 이미 거래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단은 은행의 존재 목적을 알았으니, 그다음 질문에 한번 대답해보길 바란다. 은행은 어떻게 돈을 벌까? 도대체 은행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여기서 대답을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지금 이 글에서 확실히 알아가길 바란다. 은행은 '대출'로 돈을 번다. 즉,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그 돈은 자신들의 돈이 아니다. 일부는 자신들의 돈이지만, 대부분은 남의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자기들의 돈도 아닌데 어떻게 남의 돈을 빌려줄 수 있을까?
쉬운 이해를 위해 예시를 들어보자. 여기 10억 자산가 김 아무개가 있다. 10억을 현금으로 들고 있을 순 없으니, 김 아무개는 자신의 돈을 A은행에 예금으로 넣어두었다. 여기서 은행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10억이 A은행에 가만히 잠자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10억은 계속해서 어딘가로 흐르고 있다. 어디로? 바로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로 말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 바로 다음 상황을 보자.
김 아무개가 10억을 맡기고 난 뒤, 박 아무개가 A은행을 찾아와 5억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럼 A은행은 김 아무개를 포함하여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수십만 고객들의 돈의 일부를 합쳐, 박 아무개에게 2~3% 내외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고객들의 돈을 지렛대 삼아 대출을 해준 다음, 대출이자를 받는 대가로 A은행은 자신들에게 예금을 맡긴 모든 고객들에게 예금이자(약 1% 내외)를 돌려준다. 은행에 일정한 돈을 맡겼는데 몇 십원 혹은 몇 백원이 해당 은행으로부터 입금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은행이 당신의 돈을 이용한 대가로 지불한 이자인 셈이다.
1만 원을 맡기든 100만 원을 맡기든 100억 원을 맡기든, 그 돈은 가만히 잠자고 있지 않는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수중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은행은 수십 수백만 고객들의 예금으로 자연스럽게 쌓인 엄청난 돈을 굴려서, 또 다른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박 아무개가 A은행으로부터 5억을 빌려간 뒤에, 김 아무개가 다시 찾아와 맡겼던 10억을 전부 인출한다면? A은행은 이미 김 아무개의 10억을 굴리고 있는데, 장본인이 찾아와 전액을 출금하면 은행의 입장에서 다시 돌려줄 돈이 모자라지 않을까?
다행히도 그렇진 않다. A은행은 김 아무개의 돈 말고도, 수백만 아무개들이 맡겨놓은 돈이 충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은행이 고객들의 돈을 100% 대출로 이용할 순 없다. 언제든 김 아무개와 같이 다량의 예금을 인출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정한 돈은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지급준비제도(Reseve Requirement System)'라고 한다. 이 제도 덕분에 갑작스럽게 예금 인출이 몰릴 때도 은행은 안전하게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A은행에 돈을 맡긴 모든 고객이 일제히 찾아와 모든 돈을 인출한다면, A은행은 파산하게 된다. 이것을 뱅크런(Bank Run) 현상이라고 한다.
다행히 모든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예금 전액을 인출하는 현상은 드물기 때문에, 오늘도 시중 은행은 여전히 안전하게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줌으로써 이자를 받으며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이제 조금은 은행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이라 내용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수학을 잘 못하더라도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금융 상식이다. 앞서 말했듯, 은행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거래하는 금융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장을 통해 당신은 두 가지 물음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은행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두 번째, 은행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덤으로 지급준비제도와 뱅크런현상에 대해서도 배웠다. 기초 금융 지식의 첫걸음을 뗀 것을 축하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식, 펀드, 주주, 투자, 외환투자, ETF, 채권, CMA, 청약통장, ISA, 스톡옵션, 세금, 세율, 비과세, 양도세, 인플레이션, 양적완화, 테이퍼링, 제로금리 등. 이러한 경제용어들을 100% 다 외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언젠가 유용하게 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아는 것은 힘이니까 말이다.
십 대와 달리 이십 대인 지금부터는 수동적으로 누군가 알려줘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닌,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금융 지식을 배우고 습득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