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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Mar 28. 2024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

(chapter 01. 나는 누구인가)

어느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늘 듣고 자라던 말이 있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대답은 대통령, 판사, 검사, 의사, 가수, 파일럿 등 다양했고 나 또한 어렸을 적엔 이중 하나인 파일럿이라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에 따른 세부적인 과정과 노력하는 방법은 전혀 모른 채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꿈을 정했기에 마음을 바꾸는 것 또한 쉬웠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1학년 때 공부라는 벽을 느끼던 시점에 가수의 라이브 영상을 여럿 접하게 되었고 그때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멋있어 보여서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면 행복할 거라는 상상에 젖어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실용음악 학원에서 노래를 배울 수 있게 되었고 이때부터 내 인생에서 감히 노력이라 말할 수 있는 노력이란 걸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보통 어렸을 땐 현실적인 부분과 타협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기 마련인데 그 당시 가수라는 꿈을 갖기 전에도 진로를 고민하는 데 있어서 확고한 나만의 철학은 있었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자’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늘 아버지는 오후 6시, 어머니는 오후 10시에 귀가하셨고 나이 차이가 꽤나 나는 동생을 돌보며 부모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당연함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그만큼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항상 가지고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부터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는 가정환경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땐 아버지의 크나큰 실수로 인해 집안 형편이 더욱 안 좋아졌고 그 해 여름 방학 때는 어머니와 둘이 아파트 단지를 돌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의 잦은 음주로 인해 집안은 늘 떠들썩했고 모든 갈등의 시발점은 돈이었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돈이 없으면 화목했던 가정에도 불화가 있을 수 있고, 모든 문제와 고민의 8할 이상은 돈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에 이다음에 크면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교 실용음악과 입시를 다 떨어지고 재수를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나름 합리화를 했던 건 좋은 대학에 가서 대학 교수를 하고 학벌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목표라 생각하니 노력의 방향을 입시가 아닌 기획사 쪽으로 틀었다. 대학 입시와는 달리 가수가 되려면 춤도 잘 춰야 하고, 다이어트 식단을 해야 하며 좋은 몸을 유지해야 하고, 피부과를 다니며 피부 관리 포함 모든 면에서 자기 관리를 하며 노래 실력도 더 올려야 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게 좋고 가수가 멋있어 보여서 시작을 한 것 대비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느꼈다. 막 성인이 된 20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주변에 친구들은 다 하고 있는 즐거운 술자리, 여행, 게임, 연애와 같은 것들을 보며 나 또한 그러고 싶었지만 나 자신과의 다짐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다 보니 절제하는 습관이 이때 생겨났던 것 같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때 배웠다. 지금에 와서 보면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면 이렇게 독기를 품고 노력하지 못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덕분에 점점 내면이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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