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나는 누구인가)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던 성격유형검사(MBTI)를 누구나 한 번쯤은 재미 삼아해 봤을 것이다. 요즘엔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면접을 볼 때 MBTI로 채용한다는 얘기가 들릴 만큼 신빙성 없이 재미로만 하는 검사만은 아니다. 나 또한 당연히 해봤고 결과는 ‘ESTJ’가 나온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ESTJ’는 지도력과 추진력이 있는 현실적인 엄격한 관리자 유형이라고 나온다. ‘내가 ESTJ라고?’ 몇 번을 다시 해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렇게 보니 또 이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이걸 회사 팀원들에게도 물어보니 다 맞는 것 같다고 하니 이 모습이 내 모습이겠거니 하고 지내왔다. 어느 날 회사 팀원들과 워크숍을 간 적이 있다. 대화를 나누다가 화두로 MBTI 얘기가 다시 나와서 그날 집에 갔을 때 아내와 밥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보는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 바로 검사를 다시 한번 해봤더니 전혀 다른 ‘INFP’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한 번 더 해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걸 보니 신기하면서도 아이러니했다. 지금 MBTI의 특성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밖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내 모습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보는 내 모습은 아예 다르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내용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집에서의 내 모습은 모든 걸 미루는 게 다반사지만 일할 때의 내 모습은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하려고 하고, 쉬는 날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하는 내가 밖에서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사적으로 여행을 갈 땐 계획을 아무것도 세우지 않고 즉흥적인 걸 좋아하는 반면 사회생활을 하면서의 내 모습은 모든 계획을 세워서 리드하려 하고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상대방이 편리할 수 있도록 주차 가능한 식당까지 미리 다 파악해서 얘기해 주는 노련함(?)까지 몸에 밴 걸 보니 MBTI는 100% 진짜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직업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저는 원래~’라는 문장이다. ‘원래’라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인가. ‘원래’라는 단어는 변수가 전혀 없는 것에만 쓰일 수 있는 단어다. ‘나는 원래부터 키가 작았어요 ‘, ‘나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에요‘ 는 맞는 말이지만 ‘나는 원래부터 키가 작아서 농구를 못해요‘라는 말은 핑계가 있는 모순덩어리라는 것이다.
‘원래’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본인 스스로에게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고 성장의 폭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은 더욱 제한적이다. 200만 원을 벌려면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으면 되고 2000만 원을 벌려면 잘 될 수 있는 직업에 내 적성을 맞춰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직업도 영업사원으로 시작해서 영업 관리자까지 왔지만 ‘원래’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다면 진짜 MBTI인 ‘INFP’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CHAPTER 1에서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성공하고 잘 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고 경쟁력 있는 일 안에 적용시키면 어느 누구나 성공하고 잘 될 수 있다 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