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웠던 적
2차 세계대전.
수많은 나라들과 협력하여 일어난 엄청난 규모의 전쟁.
인력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많은 남성들을 강제로 군인으로 훈련시켜 전장으로 내보내었고,
그 수많은 군인들 중, 파릇파릇한 시절의 우리 할아버지가 있었다.
지금의 할아버지는 고지식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동생과 부모님, 나… 이렇게 가족끼리 할아버지 집을 갈 때면,
할아버지는 언제나 햇빛이 들어오는 흔들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으셨다.
' … 정부는 언제 우리 같은 사람들을 기억해 주려나… '
라고 할아버지는 대체로 이런 느낌으로 맨날 중얼거리셨다.
신문을 보다 새벽이 오면 그제야 잠을 청했고,
마치 군인처럼 하나라도 빠짐없이 철저히 준비하였다.
… 진짜 군인도 아니면서.
우리들도 예외란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무엇이라도 대충 하면 할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 모습에 동생과 나는 할아버지를 굉장히 두려워했다.
' … 그것도 17년 전이구나. '
17년 후… 그 긴 시간 동안 우린 할아버지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른다.
할아버지 집에 가는 것이 뜸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할아버지 집이란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더 이상에 기억 또한 잘 나지 않았다.
동생과 나는 처음엔 걱정을 했지만,
곧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우리들의 일을 시작했다.
" 우리들도 살기 힘든데. 누굴 기억해? "
" 띠리 리리 "
하얀 대리석 바닥, 수많은 이들의 한탄소리.
우린 할아버지를 잊고 회사에서 일만을 하였다.
엄마, 아빠도 이제 슬슬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부모님의 은퇴를 위해 더욱 열정을 불태웠다.
전화기의 벨소리가 울리고,
나는 덥석 잡아 빠르게 받았다.
' 또 똑같은 사람이겠지 '
언제나 무엇을 요구하는 녀석들의 전화…
거의 대다수는 매우 무례하거나, 무리한 부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대충대충 받았다.
' 아 여보세요-? '
언제나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이상 들려온 소리에 나는 몸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 아 그 OO시에 OOO 씨 맞으시죠-? '
' 네 맞는데 왜…? '
' 그… OO 씨의 할아버님이 많이 위독하십니다… '
할아버지…?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그땐 할아버지를 거의 완전히 잊은 때였으니..
' 아… 알았습니다. '
나는 급하게 전화를 끊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나는 하루빨리 택시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아무 택시나 불렀다.
' 어디 가세요-? '
' OO 쪽에 있는 OO병원 쪽으로 가주세요…! '
택시는 그렇게 출발했고, 나는 택시에서 불안감에 다리를 떨었다.
" 딱… 딱… "
손톱을 물어뜯으며 생각했다.
" 어차피 나랑 이제 거의 관련도 없는 사람인데… "
" 굳이 가야 하나…? "
머릿속을 스친 멍청한 생각,
하지만 이미 회사를 뛰쳐나왔고, 이미 택시를 탔으니 그냥 옛정을 위해서라도 가기로 결정했다.
' … 도착했습니다. '
' 아 네…! 이거 받으시고요! 저 내리겠습니다…! '
' 어… 손님 잔돈은…? '
' 그냥 가지세요! '
" 정부는 이런 푼돈도 아까워하면서, 왜 그런 선택을? "
… 나는 빠르게 뛰어 병원 문을 지나 할아버지가 있다는 OO호로 뛰어갔다.
" 드르륵…! "
문이 열리자,
그곳엔 정말로 굉장히 노쇠해진 할아버지가 있었다.
' 왔니…? '
할아버지가 굉장히 힘겨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짖었다.
' 네… 할아버지. '
할아버지는 나를 보곤 희미하게 웃음을 지으셨다.
' 허… 잘 컸구나… 나도 네 또래였을 적이 있었는데. '
할아버지는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을 흘리더니,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나도 너처럼 그저 살아가고 싶었단다. '
'전쟁이 발발했을 때… 청천벽력 같은 정부의 말에 나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단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말하지 못했던… 그 참담한 현실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뱃속에 있는 아이를 이 계집 혼자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큰 건… 두려웠지. 음… 그게 가장 컸을 거야.'
'하지만… 이 작은 아씨가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단… 나 하나가 싸게 먹힐 거라는 걸 그제야 알았지.'
'그때부터 나는 숨지 않기로 결심했어.'
' 그때부터 전쟁에 참여하신 건가요…? '
할아버지는 말을 아낀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인공조명을 쓰며,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엔… 숨지 않은 그 사람들의 희생 덕분 아니었을까?
'… 수많은 총탄과 화약의 쓴 냄새… 모래바람이 휘날려도 사람들은 눈하나 깜빡이지 않았던…'
'멀리서 볼 때도 비극이었지만, '
'가까이서 본 그것은 절대 비극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퉁 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
할아버지는 무언가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기침을 연이어하셨다.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그 햇빛을 보며 힘겹게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군생활 중 가장 친했던 동료는 먼저 죽었어.'
'내가 군생활을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같이 따라와 준 고마운 친구였지.'
할아버지가 눈물을 왈칵 쏟으셨다.
나는 근처에 있던 휴지로 할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할아버지는 손을 떨며 말했다.
'근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몰랐단다.'
'죽기 전 마지막 말이… " 죽지 마 "였나…'
'멍청한 녀석… 자기 목숨이나 생각할 것이지…'
할아버지가 이렇게 안쓰러워 보였던 것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듬직하고, 언제는 또 무서웠던 할아버지였는데.
'그렇게 나와 같이 군생활을 같이했던 전우들은 모두 대부분 폭약에 죽었거나… 할복… 했다지…'
'너무… 두렵더라.'
'그때 그곳에서 생각했어.'
" 이 전쟁이 끝나고, 아씨와의 인생을 맺으리라. "라고.
그렇게 거짓말같이 나 혼자 살아남았지…'
'… 혼자요? '
할아버지는 자신 빼곤 군생활을 같이했던 동기들은 모두 전사했다고 말해 주었다.
"… 안타깝구나. "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모두 울고 있더라.'
'긴장이 풀리고… 죽은 전우들이 생각난 게야…'
'나는 그때 생각나는 건… 아씨뿐이었지.'
'그래서… 나는 돌아갔어.'
'남은 건 깊은 죄책감이 전부였지…'
' 그럼… 할머니 만났어요? '
그래… 아씨 집에 가니까… 아씨가 반갑게 내 손을 잡아주었어.
'그 손 한 번으로 이 전쟁을 왜 치렀는지… 알게 되었어.
이 아씨를 구하려고 전쟁을 치른 게야.'
안타까운 미래, 나는 알고 있었다.
' 할아버지, 하지만… 할머니는… '
할아버지는 순간 침묵하셨다.
그러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응, 맞아. 며칠 뒤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
'영양실조… 오랫동안 지속된 감기…'
'돈 같은 건 없어서 거의 노숙하듯 지냈고…'
'그렇게… 나는 폐지를 주우면서 혼자 애를 키웠어…'
'돈을 벌 수 있다면 더러운 일도 모두 했었지…'
" 과연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이 변했을까? "
… 그 순간 병실은 차가운 기계음만이 울려 퍼졌다.
'… 변하는 건, 없더라.'
'그 애도 다 크더니 독립을 결정했고…'
'거의 맨날 오던 너희들도 갑자기 안오기 시작했고…'
'아씨는 이젠 볼 수 없지…'
'그렇게 혼자 폐지만 줍다가 이런 상황이 나온 게야.'
" 결론은… "
나는 나라를 지켰지만… 나라는 나를… 버렸어.
'…'
"참… 더러운 인생이었구먼 그래…"
할아버지의 숨이 거칠어지셨다.
" 두근… 두근… 두근… "
" 삐-… "
사실 할아버지가 하나만 틀려도 불같이 화를 냈던 건…
모두 우리가 잘못되지 않길 바랐던 것이었고.
맨날 보던 신문은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나라의 일을 모두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고지식한 사람처럼 보이던 것은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잔소리인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는 차가워 보였지만… 속은 무엇보다 따뜻했다.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이었다.
… 햇빛이 저물 때였다.
' 잘 가세요. 할아버지. '
할아버지의 순간은… 나밖에 보지 못했다.
모두 연락을 받았지만… 오지 않았다.
… 불쌍한 인생을 사셨구먼…
나라도, 힘이 되어 드리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 … 파렴치하지만 지금이라도, 말할게요. '
" 안녕히… 주무세요. 할아버지. "
이 글을 마치며 : 이 모든 것은 " 2차 세계대전 "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픽션입니다. 현실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내용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긴 하나, 이런 참전영웅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용사분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이것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