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준 바람소리 작가의 <공감>을 읽고
푸르른 나무가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서리풀 산책로의 쉼터 벤치에 앉아 테니스 에세이집 <공감>을 펼쳤다. 브런치라는 따뜻한 공간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의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가 보내준 책이다.
서리풀은 ‘상서로운 풀'이란 의미로 서초(瑞草)의 순우리말이다. 보기만 해도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풀이다. 서리풀공원에 조성된 약 4.8km의 서리풀길은 고속터미널역에서 방배역까지 연결된 복잡한 도심 속 평안한 쉼을 주는 숲길로 자주 찾는 나의 쉼터이다.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의 쉼터는 테니스이다. 오래도록 벗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 지친 삶에 심신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가는 행복 쉼터이자 충전소이다.
작가는 나이 서른에 부인의 권유로 테니스에 입문해, 빠져든 지도 30년이 넘어 예순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그에게 테니스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영원한 친구이자 삶의 전부이다.
테니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즐테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30년 테니스 인생은 과연 순탄했을까. 그에겐 ‘장애인 듯? 장애 아닌, 장애 같은… ’이라 표현하는 장애들이 있다.
우선, 오른쪽 귀가 안 들린다. 경기 중, 네트 앞에 떨어진 볼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향하다 네트를 건 포스트에 머리 뒷부분을 크게 부딪혔다. 귓속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겨 오른쪽 귀에 삐이하는 이명현상이 이어지고 수평유지도 힘들게 되었다.
눈썹 부위에는 큰 흉터가 있다. 경기 중 들어오는 톱스핀 서브를 헛스윙하면서 라켓프레임이 눈썹 위 깊숙이 닿아 검붉은 피가 흐르며 찢어졌다. 새끼발가락 부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은 수없다. 초보 시절 배운 오랜 톱스핀 서브로 생긴 경추의 이상은 목통증, 양손 팔 저림, 오른쪽 어깨의 만성 통증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는 테니스장 나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 좋은 사람들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볼소리에 마음이 고조된다. 네트 위를 오가는 노란 볼을 보면 엔도르핀이 솟는다. 기량을 최대치로 발휘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과 짜릿함이 온몸에 전달되는 순간, 테니스의 묘미는 가히 마력적인 수준이다.
테니스에 입문을 하면 어려운 과정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는 노력의 성취감으로 테니스 하기를 잘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며 적극 권유하니 나도 시작하고 싶어 진다.
그가 테니스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다음(Daum)의 테니스카페 ‘테니스마니아의 세상’ 첫 정모에서부터이다. 그러니까 테니스 입문 후 14년 차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글을 써 왔다. 브런치스토리에서도 스포츠분야 크리에이터이다.
그는 벌써 <공감시리즈>1,2,3,4편, <초급자를 위한 테니스 길라잡이> 외에 테니스를 주제로 고전과 연결시키는 <고사성어로 풀어보는 테니스 세상> 이렇게 6권이나 출간한 작가이다.
<공감시리즈> 5편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한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작가이다. 자비를 들이지 않고도 클럽 회원들과 주변에서 십시일반 인쇄비를 마련해 주어 책을 출간한다. 소량이지만 인쇄비 정도만 받고 주문받아 책을 낼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공감’은 볼을 보내며 외치는 ‘공이 갑니다(ball coming)’와 ‘공감(共感)’한다는 두 가지 의미이다. 동호인 테니스 클럽활동의 전반적인 이야기, 실력을 극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 흔들리는 멘털 대처법 외에 삶 속의 짧은 단상 등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집이라 우리 모두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테니스는 보통 단식경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호인 테니스는 단식보다 2인 1조의 복식경기가 더 활성화되어 있으며, 아마추어로 입문하게 되면 경기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한 후에 거의 복식경기 위주로 활동을 한다. 혼자 배우기도 힘든 테니스를 함께 하며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 복식경기는 네 사람 모두 매 순간 서 있는 위치에서 각자 할 일이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일반적으로 초보자 중 레슨 후 클럽에 가입해 게임을 하게 되는 비율은 30% 정도뿐이라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꼭 구력과 스타일에 맞는 라켓 선택을 하고, 바른 폼을 위한 좋은 코치 선택을 하라고 조언한다. 나중에 교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테니스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었다.
저기 山이 있어 올랐는데
山 너머에 산이 있고
그 너머에 또 산이 첩첩이 있다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는 알아갈수록 점점 어려운 것이 바로 테니스라 한다.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기술, 체력, 멘털을 꼽는다. 기술 습득 과정과 게임 시 파트너십의 어려움, 기량 향상의 회의감을 모두 거친 후에야 비로소 즐거운 마음으로 테니스를 할 수 있는 즐테인이 되는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따라야 하며, 초보시절 상수로부터의 핀잔, 잔소리, 의미 없이 당한 수모를 기량향상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비로소 내적으로 멘털이 견고해지는 실력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파트너에게 부치는 편지에서 선의의 충고를 부탁하기도 한다. ‘양약고어구이어병[良藥苦於口而於病] 충언역이이어행(忠言逆耳利於行)’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 치료에 이롭고,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 ‘ 하며 조언을 구한다. 애정 담긴 조언은 싫은 소리가 아니다.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는 22,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다음 카페 ‘테니스 산책’ 운영자이며, 매일 운동한다는 ‘365 ET 밴드’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인간관계 십계명은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하다.
<인간관계 십계명>
1. 먼저 손 내밀어라
2. 호감을 가져라
3. 통하라
4. 따뜻한 말을 하라
5. 상처 주지 마라
6. 속을 보여 줘라
7. 많이 웃고, 많이 웃겨라
8. 챙겨 줘라
9. 참고 이해하고 용서하라
10. 먼저 등 돌리지 마라
취미생활하다 만난 사람들 대다수는 부딪침이 생기면 안 보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SNS 상에서도 활발하게 소통하다 등 돌리는 경우가 많다. 적절하게 주고받는 양과 적당한 거리가 꼭 필요하다. 소중한 인연에 등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누구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상대의 단점이 어느 순간 표출되고 반복되더라도 포용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방적인 것은 오래가지 않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작가의 글은 우리 모두가 새겨 두어야 할 내용이다.
작가는 ‘아내의 빈자리’로 글을 맺는다. 8박 9일간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떠난 부인의 빈자리에서 부인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이 테니스보다 우선함을 확인하며 글을 마친다. 아쉽게도 부인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테니스를 하지 않는다.
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옛 시절을 잊지 않아야 하고,
이미 옥처럼 귀한 존재가 되었다고는 하나,
옥처럼 귀하려 하지 않고
돌처럼 소박해야 한다.
-조원준 바람소리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의 브런치스토리에 가면, 테니스를 통해 들려주는 많은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조원준 작가가 책을 또 출간했다.
<고사성어로 풀어보는 테니스 세상>이다.
이 책은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고전과 생활스포츠인 테니스를 주제로 쓰였다. 그 두 가지 주제를 같은 맥락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최초일 것이다.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주지만,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이 든다.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