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호이저(Thannhauser)가 기증한 현대미술작품들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건축 걸작이다. 유네스코(UNESCO)는 2019년에 구겐하임을 포함해 라이트가 설계한 8개의 건물을 세계유산으로 선정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으로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로 비유했다. 강철을 건물의 힘줄과 근육으로, 콘크리트를 지방 조직으로, 그리고 방수 페인트를 피부로 비유했다. 뉴욕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살아있는 건물 유기체를 탐험하며 멋진 곡선 안에서 펼쳐지는 전시를 한 번 볼만하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공동 설립자이자 첫 번째 관장이었던 힐라 레베이(Hilla Rebay)는 미술관을 라이트에게 의뢰하면서 ‘정신의 성전(temple of spirit)’을 원한다고 말했는데, 돔을 올려다보면 마치 대성당의 장미 창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계단이 없는 나선형 구조이다. 라이트는 구겐하임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설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 전시를 보며 내려오게 계획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큐레이터들은 아래에서 위로 전시를 기획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지름이 넓어지는 미술관 설계는 전시 공간 이용상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트는 "퀵 램프"라는 가파른 나선형 램프를 설계했으나, 미끄럼틀처럼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실제로는 건설되지 않았다. 그 대신, 퀵 램프의 흔적은 미술관 설계에 남아 '범프 아웃'이라 불리는 돌출된 반원 구조로 나타난다.
구겐하임의 경사로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순차적으로 감상하게 하며,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한다.
경사진 바닥에서 그림을 건다면 어떻게 걸어야 할까, 똑바로 걸까, 아니면 바닥의 각도에 맞춰서 걸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물 곳곳에 경사진 바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뒤로 105도 기울어진 공간을 디자인해 그림을 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멀리서는 그림이 기울어져 보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구겐하임의 독특한 방식은 그림을 공중에 떠 있는 듯하게 전시하며, 걸기 장치는 그림 뒤에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전시 설치가 어렵지만, 이것이 구겐하임의 특별한 매력이다.
지난번에,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공장소와 국제 전시회에서 자신의 날카로운 생각을 글로 펼쳐 온 제니 홀저의 라이트 라인 ((Jenny Holzer: Light Line) 전시를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상설전시인 탄호이저 컬렉션의 주요 작품(Key works in the Thannhauser Collection) 은 수집가이자 미술상인 저스틴 K. 탄호이저(Justin K. Thannhauser)(1892–1976)가 수집한 모더니즘 작품들이다.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등 혁신적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30여 점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저스틴 탄호이저는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현대 미술을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1941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구겐하임 재단에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했다.
탄호이저의 기증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현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 시기는 예술가들이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탐구하는 다다이즘, 입체파, 미래파, 초현실주의 등의 급진적인 새로운 스타일인 아방가르드(avant-garde) 예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1867년에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가 그린 <퐁투아즈의 에르미타주, ca(The Hermitage at Pontoise, ca)> 는 돌집들을 지나가는 흙길과 시골 마을의 모습이다. 평화롭고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역사나 신화 속 장면들이 더 품격 있는 그림 주제였으며, 중산층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비속하다고 여겼다.
캔버스 위에는 밝은 빛과 어두운 그림자가 교차한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출간한 해로, 변화하는 사회 질서를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을 완성한 직후, 피사로는 이 작품에서 보여 준 사실주의를 버리고, 인상파 스타일로 전환했다. 이 큰 풍경화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가 한 여성과 그녀의 애완 앵무새를 그린 <잉꼬와 여자 (Woman with Parakeet)> 는 초상화와 장르화 사이를 오가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 그림을 그린 1871년의 그 시대의 특징을 담고 있는데, 고급스러운 옷과 배경을 통해 그 당시의 동반자(companion), 또는 코르티잔(courtesan, 情婦) 임을 알 수 있다.,
현대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은 매력적인 이 그림 속 모델은 실제로 르누아르의 동반자로, 다양한 복장을 하고 여러 차례 그에게 포즈를 취한 여인이다. 르누아르는 이후 밝은 색조의 인상파 스타일로 유명해졌지만, 이 초기 작품에서는 어두운 팔레트와 절제된 붓놀림이 보인다.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는 1876년에 네덜란드 왕위 계승자의 정부(情婦) 였던 유명한 여성을 그렸다. 당시 파리의 유흥 문화를 반영한 <거울 앞에서 (Before the Mirror)> 작품은 사적인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포착된 여성의 모습을 느슨한 붓질로 강조하며, 시선이 그녀의 코르셋에 집중된다. 마네는 "새틴 코르셋이 우리의 시대에 새로운 누드일 수 있다"라고 표현했다.
19세가 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1900년 10월 세계 박람회가 열리던 시기에 파리에 도착했다. 현대 도시의 광경은 젊은 그를 매료시켰고, 몽마르트르의 유명한 댄스홀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첫 파리 작품 중 하나가 <르 물랭 드 라 갈레트(Le Moulin de la Galette)>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빈센트 반 고흐 등 여러 아방가르드 화가들이 이전에 이 장소를 묘사했으며, 피카소 역시 이들을 따라 다양한 손님들이 어둠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작품의 양끝에는 신비로운 인물들이 배치되어, 군중 속으로 향하는 길을 암시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7월 14일(The Fourteenth of July)>은 1901년 여름에 그려진 작품으로, 프랑스의 국경일인 바스티유 데이 (Bastille Day)를 생동감 있게 묘사한 유화이다. 그림은 빨강, 흰색, 파랑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채가 어우러져 있으며, 왼쪽에는 군중을 바라보는 인물들이, 오른쪽에는 몰려오는 군중이 묘사되었다. 피카소는 두꺼운 붓질로 국경일의 환희와 함께, 도시에서 목격한 소외와 가난의 우울함을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스페인 출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파리에서 그의 ‘청색 시대(Blue period)’ 라 불리는 기간에 <다림질하는 여인(Woman Ironing)>을 그렸다. 여전히 가난한 무명 예술가로 살고 있던 1904년, 피곤함과 고된 노동을 하는 주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빨래를 다리고 있는 여성의 피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림에서 어두운 색채는 우울한 감정을 표현한다. 두 손으로 다리미를 누르는 모습과 날카로운 도구로 표면을 긁어내어 강조한 어깨의 굴곡으로 다림질 동작을 극대화했다. 입체파(Cubism) 이전의 작품이지만, 피카소는 이미 자연주의적 묘사에서 벗어나 과장된 표현을 시도하고 있었다.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녹색괘 노란색의 무용수(Dancers in Green and Yellow, ca).>는 19세기말 파리의 활기찬 분위기를 담고 있다. 발레리나들도 이 시기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드가는 말년에 무용수들을 자주 그렸으며, 종종 독특한 구도를 실험했다. 무대에 나가고 싶어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는 무용수의 순간적인 장면을 포착한 느낌을 준다. 이는 드가가 사진 촬영에 관심을 가졌다는 증거이다.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의 <앤트워프 근처의 풍경(Landscape Near Antwerp)>는 안트베르펜(Antwerp) 근처의 강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도시의 회색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브라크는 실제 풍경과 일치하지 않는 색채의 자유를 통해 전통적인 풍경화와는 다른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그렸다.
브라크의 소위 ‘포비즘(Fauvism)’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Fauve‘는 ’ 야수(wild beast)‘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하며, 강렬하고 다소 자의적인 색채 사용을 특징으로 한다. 브라크는 이 작품을 그리기 1년 전,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와 앙드레 드랭(André Derain)의 혁신적인 포비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자신의 이전 작품들을 모두 파괴하고 포비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앙리 루소(Henri Rousseau)는 다른 예술가들과는 다르게 40대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그의 그림에는 경쾌함이 담겨 있다. 1908년 작품인 <축구 선수들(The Football Players)> 은 마치 축구 선수들이 우리를 향해 공을 던지려는 듯 역동적이다. 그림 속 형태들은 평면적이면서 화면에서 살짝 나오는 듯 보이는 독특하고 기발한 스타일로, 이것이 루소가 본 현대 세계이며 그를 독창적인 예술가로 만든 특징이다.
바실리 칸딘스키(Vasily Kandinsky)의 1908~09 년 작품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 과 클라우드 모네(Claude Monet)의 <The Palazzo Ducale, Seen from San Giorgio Maggiore> 외 다수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는 27세에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어두운 색조로 농촌의 삶을 묘사했다. 파리로 이주한 후에는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생동감 있는 색채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 건강이 악화되었고, 조용한 생레미드프로방스에서 안식을 찾았다. 그의 예술과 정신 질환 간의 관계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다음에 한 번 더 이어서 구겐하임 미술관의 By Way Of, 재료와 움직임 (By Way Of: Material and Motion in the Guggenheim Collection) 전시를 소개한다. 예술가들이 전통적인 예술 창작 방식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탈피했는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