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미술관의 By Way Of 전시
구겐하임 소장품의 일부를 선보이는 By Way Of: 재료와 움직임 (Material and Motion in the Guggenheim Collection) 전시는 예술가들이 전통적인 예술 창작 방식에서 어떻게 혁신적으로 벗어났는지 보여준다. 세상에서 버려진 물건과 쓰레기를 모아 작품으로 변모시키고, 전통적인 예술 재료 대신 일상적인 물건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196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의 아이디어와 아름다움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예술품을 볼 수 있는 구겐하임 컬렉션의 재료와 움직임 전시는 2025년 1월 12일까지 전시된다.
현대 예술가들이 그들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통적인 예술 재료인 나무, 대리석, 청동, 페인트 대신, 일상에서 보는 소금, 얼음, 의류, 오토바이 같은 물건을 사용해 어떻게 창작과 재료의 경계를 확장했는지를 볼 수 있다.
‘가난한 예술‘이라는 의미의 아르테 포베라 (Arte Povera, poor art)라는 작업 방식이 있다. 이탈리아 큐레이터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 )가 정의했으며,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뿌리내린 독특한 물건을 찾아 예술로 변모시키는 운동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는 인도를 여행하고 파자마를 뜻하는 속어인 Jammers(1975~76) 시리즈를 시작한다. <스포크(재머)(Spoke(Jammer)> 작품은 등나무 기둥 하나에 천을 부드럽게 매달아 끈으로 잡아당겨 유리병에 고정시킨다. 여행용 선박을 연상시키며 우리를 스튜디오 밖으로 이동해 준다. 즉, 아티스트는 움직이는 미술관(mobile museum) 인 셈이다.
이 전시는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 운동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주를 이루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주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있다.
마이크 켈리 (Mike Kelley) 의 1991년 작품 <스핑크스의 수수께끼(Riddle of the Sphinx)>는 실로 뜨개질한 담요,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 오프셋 사진 석판화로 구성된 설치 작품이다. 담요 아래에는 그릇들이 숫자에 따라 배치되어 있으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Oedipus)>에서 나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상징한다. 벽에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프린트가 담요 색상과 연관되어 걸려 있다.
마리오 메르츠(Mario Merz)의 작품 <ACCELERATION = DREAM, FIBONACCI NUMBERS IN NEON AND MOTORCYCLE PHANTOM> 은 갤러리 벽에 높이 설치된 빨간색 혼다 도미네이터 오토바이와 그 뒤를 따르는 네온 숫자로 구성된 설치 미술이다.
1972년에 제작되어 1989년에 재제작된 설치물은 갤러리 벽에 빨간색 혼다 도미네이터 오토바이가 수직으로 설치되어 마치 중력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핸들바에 거대한 앙코르 뿔이 달려 있어 기계와 동물의 결합을 상징한다.
아르테 포베라 개념은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남반구와 미국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예술가들은 일상생활의 재료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데이비드 해몬스 (David Hammons)는 페인트 대신 값싼 식용 색소를 사용한다. 자신의 손과 얼굴에 기름을 바르고 이를 종이에 찍은 후 색소를 추가하여 손바닥 자국과 얼굴을 만든다. Hammons가 자신의 몸을 직접 사용한 이 작품은 신체적 참여와 예술적 표현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는 <자체건설(Autoconstruccion)> 작품에서 쓰레기와 버려진 물건을 모아 집이라는 개념을 표현한다. 어떤 고정이나 접착 없이 조심스럽게 조립된 집은 균형 잡힌 상태에서 살아가는 양육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삶의 위태로움이 가득한 장소로 여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재창조된 센가 넨구디(Senga Nengudi) 의 작품 <물 조성(Water Composition 1)> 은 조각과 설치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식용 색소가 포함된 물이 부분적으로 채워진 투명한 비닐봉지를 사용한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는 다양한 색상을 연출하며, 벽에 매달린 로프에 의해 봉지가 들어 올려진다. Nengudi는 재료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둔다.
모나 하툼(Mona Hatoum)의 작품 <깊은 목구멍(Deep Throat)>는 1인용 테이블 세팅을 중심으로 접시에는 컬러 비디오 프로젝션이 비친다. 비디오는 내시경을 통해 음식이 식도를 지나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사적인 신체 과정을 공공의 식탁 위에서 보는 불편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같은 비밀스러운 사항들을 보는 불편함을 연상시킨다.
신익 스미스(Shinique Smith)의 2021년 설치 작품 <그녀는 그림자와 영혼 사이에서 은밀히 기다렸다(She Waited Secretly, Between Shadow and Soul)>는 재활용 의류, 리본, 실을 사용하여 천장에서 바닥까지 수직으로 뻗어 있다.
조셉 보이스(Joseph Beuys)는 <The Orwell Leg-Trousers for the 21st Century>에서 재활용 의류로 신체를 표현했다. 예술가들은 몸 전체를 움직이는 물질로 감각하고 창조한다.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상과 대규모 회화 같은 구성의 앤서니 아킨 볼라(Anthony Akinbola)의 2021년 작품 <Jubilee>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적 사건인 노예 해방 선언문을 참조했다. 또한, 이 작품에 사용된 천은 흑인 문화에서 중요한 머리 덮개인 듀라그(durag) 로 만들어졌다. 패널의 일부는 팽팽하게 당겨져 주름이 생기고, 다른 부분은 느슨하게 부풀어 오른다. 신체를 보호하는 직물의 특성을 통해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2001년 작품 <아빠, 아빠, 아빠(Daddy, Daddy, Daddy>는 미용실에서 머리말 때 사용하는 엔드페이퍼를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작가 브래드포드가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경험한 기억과 흑인 커뮤니티의 미용 스타일링의 사회적·정치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18세기 후반 이후, 특히 2차 세계 대전 후의 예술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예술가들이 스튜디오를 벗어나 전통적인 예술 제작 방법을 발전시키려는 경향이다. 변화하는 세계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재능 있는 관찰자가 되어 거리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자비에라 시몬스(Xaviera Simmons)의 작품 <지수 2에 대한 설명 구성(Index Two Composition Three)> 는 다양한 물체들로 덮인 인물의 하체가 긴치마 아래에 숨겨져 있으며, 인물은 노란 스타킹을 신은 다리만 드러내고 있는 발색(發色) 프린트이다. 치마를 들어 올려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듯한 모습이다.
장엄한 자줏빛으로 염색된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두 개의 거대한 산을 만든 마로 미칼라카코스( Maro Michalakakos)의 <오! 행복한 날들 (Oh! Happy Days, Oh! Les Beaux Jours)>이다.
작품의 제목과 모양은 1961년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희곡 <Happy Days>에서 따왔는데, 극 중 비참한 두 인물은 흙더미에 갇혀 머리만 내밀고 덧없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흙 대신 침구재로 재현해 더 낭만적인 삶의 길을 제시한다.
케빈 비즐리(Kevin Beasley)의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pair 1)> 은 다양한 일상 물건들을 하나로 묶어 천장에 매달아 둔 설치물이다. Nike Air Jordan 운동화, 스피커, 앰프 부품, 전기 코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치 전선에 걸린 신발을 연상시킨다.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Beasley는 흑인 미국인의 린칭을 항의하는 1937년 Abel Meeropol의 노래 <Strange Fruit>을 참조해 인종차별과 계급주의를 상징했다. Beasley는 매달린 스피커로 음향을 선사하며 약간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재료로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접근 방식은 오늘날에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 전시는 세상에서 우리가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 무한함을 알게 해 준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탈리아의 베니스, 스페인의 빌바오, 아부다비에도 있다. 65세 이상은 30달러에서 우대할인을 받아 19달러에 입장이 가능하므로 신분증을 꼭 지참한다.
꽃을 주제로 가죽꽃을 만드는 공예가인 나도 세상에서 버려진 물건과 쓰레기를 모아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모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주로 하고 있어 많은 영감을 주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