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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보다 예쁜 여자 Oct 11. 2024

덴두르 신전, 나일강에서 뉴욕까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덴두르 신전



고대 이집트 신전이 번화한 뉴욕의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동쪽의 5번가(5th Avenue)이다. 메트(The Met)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고대 이집트의 덴두르 신전이 맞아준다. 뉴욕을 여행할 때 반드시 한 번은 가야 할 곳이다.





세계 3대 미술관의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은 1870년 설립 초기부터 고대 이집트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1906년 이집트 미술부가 설립되면서 이집트에서의 발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이집트의 관대한 발굴물 공유 법률 덕분에, 발견된 유물 중 약 절반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구석기시대부터 로마 시대까지의 예술적,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지닌 약 30,000점의 고대 이집트 예술품은 1층 이집트관 38개의 갤러리에 역사에 따라 전시되어 있다. 가장 멋진 전시로 손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덴두르 신전이다.





이집트 신전은 단순히 신의 형상을 모시는 장소가 아니었다.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개념을 그 디자인과 장식으로 표현해 신과 인간이 소통하는 매개체였다. 이집트인들은 신전 안에서 매일 신을 위한 의식을 거행하며 신의 은혜를 받기를 기원했다.


고대 이집트에는 나일강 근처에 많은 신전들이 세워졌는데 대표적인 신전으로 카르나크신전(Karnak temple), 룩소르 신전(Luxor temple), 아부심벨 신전(Abu Simbel temple) 등이 있다.


몇 년 전에 이집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아스완공항에서 자동차로 사막을 4시간 달려 아부심벨신전에 갔다. 다시, 배 타고 건너서 필레(Pilae) 신전을 보고 아스완에서 1박 후, 다음 날 새벽에 차로 4시간 가서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을 보았다. 카이로에서 새벽에 출발한 1박 2일의 여행사 상품인데, 그런 고생을 감내하면서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좌: 사막길 우: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


룩소르에 위치한 룩소르 신전과 카르낙 신전은 연결되어 고대 이집트의 종교와 왕권의 중심지로 여겨졌다. 룩소르 신전은 거대한 입구, 석상, 오벨리스크, 스핑크스 거리가 특징인 대규모 신전이다.





카르낙 신전은 이집트 최대의 신전 복합체이다. 방대한 규모와 웅장한 건축물 중에서 특히 ‘열주실’이라 불리는 거대한 구조물의 134개의 거대한 석주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신전은 보통 크고 웅장한 기둥, 경사진 벽, 토러스(둥근 모서리 장식) 등의 전형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신전마다 모시는 신이 다르기 때문에 그 신의 특성에 맞는 상징물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태양신 라(Ra)에게 헌정된 신전은 태양과 관련된 상징물이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집트 공화국을 건설한 나세르 대통령(Gamal Abdul Nasser)이 1960년대에 나일강의 범람을 막고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아스완 하이댐(Aswan Dam)을 나일 강 상류에 건설했다. 누비아(Nubia) 지역의 수많은 고대 유적지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행된 국제적인 노력이 누비아 유적 보호 운동이다.



아스완하이댐 위에서 본 나일강 하류


유네스코(UNESCO)가 주도했으며, 세계 각국이 참여하여 중요한 유적들을 구하고 보존하는 데 기여했다. 아스완하이댐건설로 수몰위기에 빠진 14개의 신전이 안전지대로 옮겨졌는데, 이 운동의 대표적인 성과는 아부심벨신전 (Abu Simbel Temples)과 필레 신전(Philae Temple)의 이전이다.


당시 그 기록영화가 대한뉴스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고 누비아유적보호운동기념우표도 발행되었다. 현대 기술로 고대 유적을 보호한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아부 심벨 신전은 필레 신전과 함께 1979년 ‘누비아 유적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필레 신전( Pilae temple)



필레 신전(필라에 신전)은 나일강의 작은 섬에 위치했던 이시스(Isis) 여신을 위한 신전이다. 필레 섬은 이시스 여신 숭배의 중심지로, 고대 이집트 후기부터 로마 제국 시대까지 이시스 신앙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시스는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여신으로, 오시리스(Osiris)의 아내이자 호루스(Horus)의 어머니이다. 이집트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랑, 모성, 마법, 치유를 상징한다.



필레(필라에) 신전


필레 신전은 해체되어 인근의 아길키아(Agilkia) 섬으로 옮겨졌다. 신전에는 아름다운 기둥들과 이집트 신화의 다양한 장면들이 새겨져 있으며, 특히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이야기가 주요 주제이다.


신전의 기둥과 벽면에는 파라오(고대 이집트 왕)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이 자주 새겨졌다. 자연세계를 신전으로 표현해 바닥은 땅을, 기둥은 하늘로 뻗어가는 식물들을 상징하며, 파피루스와 같은 식물 요소가 기둥과 벽에 장식되어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고대 이집트 신전들이 자연과 우주의 창조를 상징하는 장소였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 구조는 고대 이집트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부심벨(Abu Simbel temple) 대신전


아부심벨 신전은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두부모처럼 절단하여 높은 위치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다. 람세스 2세가 기원전 13세기에 건설한 거대한 암석 신전으로, 웅장한 크기와 정교한 조각들로 유명하다. 람세스 2세와 태양신을 위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신전 내부의 파라오의 조각상과 람세르 2세가 승리를 거두는 그림들은 파라오가 지닌 초인적인 힘을 깊이 심어 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왕비 네페타리를 위한 소신전


아부심벨신전을 이전할 당시 미국이 특히 많은 지원을 하였고, 이집트 정부는 감사의 표시로 아스완 하이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있었던 덴두르 신전을 미국에 기증하였다. 1967년, 존슨 대통령 때,  신전을 분할하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로 이전한 후 다시 조립하여 전시 중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새클러윙은 고대 신전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히 지어져, 뉴욕 한가운데 도심에서 우리가 실제 이집트 신전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새클러(Sackler) 가문의 많은 기부로 덴두르 신전을 옮길 수 있었으나, 최근 새클러의 제약회사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인 옥시콘틴을 판매해 수천 명이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 메트로폴리탄은 이런 비윤리적 사실에 새클러윙이라는 이름을 갤러리(Gallery) 131로 바꿨다.





덴두르신전(The Dendur)은 로마 제국의 첫 황제인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위대한 여신 이시스와 누비아의 영웅인 두 형제 페데시(Pedesi)와 피호르(Pihor)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클레오파트라와 마크 안토니우스를 물리친 후, 기원전 30년에 이집트를 정복했다. 정치적 수완이 뛰어났던 아우구스투스는 이집트에서 자신의 권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원전 15년경, 누비아 북부의 덴두르라는 마을 근처에 건축된 덴두르 신전은 고대 이집트 건축 양식과 로마의 영향을 동시에 보여준다.




덴두르 신전은 이집트의 다른 거대한 신전에 비하면 소형이지만 대문, 전실(포티코), 공물실, 성소 등 신전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전면에 꽃 모양의 머리를 가진 두 개의 기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기둥머리에는 식물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파피루스 줄기와 연꽃이 묶여 하늘로 뻗어 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나일강의 신 하피(Hapy)로 상징된 물에서 신전의 기단을 따라 자라는 모습으로 자연세계를 표현했다.



원래 신전은 진흙 벽돌로 된 보호벽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18세기에 처음 유럽 탐험가들이 신전을 보았을 때는 그 벽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 벽은 여기서 거친 돌들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 홈페이지


신전의 문과 입구 위에는 태양신(Ra)의 원반이 날개를 펼친 모습이 하늘의 신 호루스(Horus)의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다. 신들의 힘과 왕의 권위를 나타낸다. 벽과 문에는 파라오(pharaoh)가 신들에게 공물을 바치는 장면이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오른쪽에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가 프넙스의 토트 신에게 술을 바치고 있다. 내부 방은 양각 부조로 장식되어 있어 고대 이집트의 독특한 건축 및 예술적 특징을 보여준다.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식물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바로크적 건축 양식이나, 신전의 기능과 외관은 완전히 이집트식이다. 덴두르 신전은 고대 이집트와 로마의 역사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세크메트 Sakhmet (Sekhmet)



덴두르 신전의 주위에는 태양신과 파라오의 강력한 수호자인 세크메트(Sakhmet))의 사자 머리 조각상이 줄지어 있다. 세크메트 여신은 사자의 머리와 여성의 몸을 가진 모습이다. 고양잇과 동물의 머리 주변에는 인간의 몸과 연결되는 가발이 있으며, 큰 구슬로 만든 목걸이, 발목장식, 팔찌와 같은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다. 머리 위에는 큰 태양 원반이 있는데, 태양신(Ra)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세크메트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전쟁과 치유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사나워 분노와 복수를 상징하는 강력한 존재였지만, 또한 병을 치료하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여신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녀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많은 제물을 바쳤다.



실제로 이집트 의사들은 질병 치료를 세크메트를 달래는 행위로 여겼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세크메트의 제사장이기도 했다.


그녀의 무릎 위, 뻗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생명’을 상징하는 앙크(ankh)이다. 앙크는 고리 모양의 상단과 십자 형태로 이루어진 상징물로, 흔히 이집트 신들이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생명의 열쇠 또는 영생을 의미하며, 고대 이집트 예술과 상형문자에서 자주 등장한다.


다음에는 이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집트관의 전시와 함께 실제 이집트 국립 박물관의 전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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