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의 옥상전시와 이집트관
가을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방문하면, 울굿불굿 단풍이 든 센트럴파크를 옥상 정원(roof garden)에서 전시를 보며 즐길 수 있으니, 즐거움은 배가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과 맞닿아 있는 뉴욕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공원인 센트럴파크(Central Park)는 세상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에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이라는 설계 의도가 담겨 있다.
1858년, 조경건축가인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보(Calvert Vaux)가 디자인 공모에서 선정되어 설계 조성했다. 약 843 에이커의 공원 안에는 동물원과 큰 호수(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도 조성되어 계절에 따라 그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메트로폴리탄마술관은 흔히 줄여 메트(the Met)라 부른다. 10년 넘게 연속으로 열리고 있는 메트의 연례 옥상 정원의 올해 전시를 지난 번에 소개했었다.
작년(2023년)에는 로스앤젤리스(Los Angeles)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36세의 젊은 미국 아티스트이자 활동가인 로렌 할시(Lauren Halsey)가 맡았다. 그녀는 루프탑 가든에 22피트(6.7m) 높이의 이집트풍 건축물을 설치하였다. 4개의 스핑크스와 기둥, 벽면의 부조형의 단어, 그림은 메트의 이집트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4세기 기반 유적들과 흡사하다.
로렌 할시는 자신을 타고난 활동가라고 말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과거와 현재의 흑인 대중문화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데 전념했다. 흑인아메리칸의 얼굴을 4세기의 스핑크스에 입혀 그녀가 자란 중남부 로스앤젤레스의 흑인의 삶과 역사, 도시의 활력을 표현했다.
로렌 할시는 우주적이고 강한 이집트 여신 해더(Hathor)의 이미지를 중남부 로스앤젤레스의 친구들의 모습으로 대체했다. 4개의 스핑크스의 얼굴은 가족구성원의 초상화이다.
벽에 새기고 부조형으로 만든 비문은 그녀가 자라고 살고 있는 남중앙 로스앤젤레스의 기업, 단체 등 이웃의 역사와 모습을 700 개 이상의 콘크리트 패널에 문자와 그림으로 새겨 넣고 조각해 표현했다. 현대적인 활자체와 그라피티(낙서) 글꼴의 문구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집트인들이 그들의 무덤과 사당에 그린 삽화 <죽은 자의 책>(the Book of the Dead) 대신 로렌 할시와 그의 팀은 <일상생활의 책>(the Book of Everyday Life)을 그렸다.
로렌 할시는 공용공간에 고대 이집트의 상징들을 1960년대의 유토피아 건축 및 그라피티와 같은 현대 사회의 시각 표현 등으로 흑인의 삶과 역사를 표현해 모든 관람객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10월에 전시가 끝나고 이 건축물은 중남부 로스엔젤레스로 옮겨졌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대표적인 전시 중 하나가 고대 이집트 유물이다. 이집트에서의 30여 년 간의 발굴 작업으로 이집트 유물청에서 미술관에 기증해 수집된 기원전 3000년부터 서기 4세기까지의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개인 컬렉션도 구매나 기증을 통해 추가되었으며, 현재도 이집트의 최고 유물위원회 감독 아래에서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번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덴두르 신전을 자세히 소개하였었다. 1967년, 이집트 정부는 아스완 하이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있었던 누비아 유적들에 많은 지원을 해 준 미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나일강변의 덴두르 신전을 기증하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새클러윙은 덴두르 신전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히 지어져, 뉴욕 한가운데 도심에서 우리가 실제 이집트 신전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기부를 했던 새클러(Sackler) 가문의 제약회사에서 최근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인 옥시콘틴을 판매해 수천 명이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 메트로폴리탄은 이런 비윤리적 사실에 새클러윙이라는 이름을 갤러리 131로 바꿨다.
1983년에 개장한 1층 이집트관에는 38개의 갤러리에 걸쳐 방대한 고대 이집트 예술(Egyptian Art)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관 101에서 왕조 이전 시대(기원전 약 4500년) 이집트 국가의 부상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약 4500년 전, 궁정 관리 페르넵(Perneb)의 마스타바 무덤으로 들어가는 문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집트 예술 컬렉션의 입구와도 같다.
고대 이집트 제5왕조 후기, 궁정 관리 페르넵은 사카라(Saqqara)에 지하 매장실과 마스타바가 있는 무덤을 지었다. 석회암으로 지어진 직사각형 모양의 무덤인 마스타바(Martaba)에는 예배실과 영혼이 드나드는 조각상 방인 세르답(serdab)이 있다. 1913년 이집트 정부로부터 구입되어 1916년부터 전시되고 있다.
예배실에는 페르넵이 제단 앞에서 친척들에게 음식을 받는 부조로 새겨진 그림이 있다. 이 그림들은 마법처럼 살아나 죽은 자에게 영원한 양식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이집트인들은 죽음 이후에도 삶이 계속된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신념을 반영하는 위대한 예술과 건축이 많이 만들어졌다.
고대 이집트 후기 구왕국과 중왕국 시기에는 중요한 무덤의 벽에 부조를 새기는 것 외에도, 고인의 무덤에 작은 조각상이나 모형을 함께 두는 관습이 있었다. 이러한 모형들은 종종 한 개 이상의 배 모형과 함께였다. 기원전 1990년경 메케트레(Meketre)의 중왕국 무덤에서 발견된 섬세한 나무 모형들은 현존하는 모형 중에서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다. 모형 노 젓는 배(Model Paddling Boat) 는 1920년 허버트 E. 윈록이 이끈 박물관의 이집트 탐사에서 발견되었다.
아비도스(Abydos)의 항해는 고대 이집트 장례 의식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죽은 자가 오시리스(Osiris) 신에게 헌정된 성지 아비도스로 상징적 순례를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집트인들은 이 항해를 통해 죽은 자가 사후 세계로 이동한다고 믿었으며, 이를 위해 무덤에 배 모형을 두는 관습이 있었다. 배에는 고인의 동상과 제사장들이 함께 배치되어 의식을 수행하고, 사후 세계에서 필요한 것들을 함께 했다.
오시리스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죽음, 부활, 사후 세계를 주관하는 신으로, 생명의 신인 이시스(Isis)의 남편이자 호루스(Horus)의 아버지이다. 이집트 신화에서 죽은 자들의 심판을 주관하며 그들의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시리스 신화에 따르면, 그는 동생 세트(Set)에 의해 살해되고 몸이 조각나 강에 버려졌지만, 그의 아내 이시스가 몸을 찾아 조각들을 모아 다시 부활시켰다.
오시리스는 사후 세계와 재생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이집트인들은 죽은 자가 오시리스의 심판을 받아 그들의 영혼이 영원한 생명을 얻거나 사후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시타토리유네트(Sithathoryunet) 공주의 펙토랄(pectoral, 가슴 장식)과 목걸이는 고대 이집트 중왕국 시대에 제작된 보석으로, 파라오 센우세레트 2세(Senwosret II)의 이름을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다. 금으로 된 펜던트를 포함하며, 372개의 반귀석(semiprecious stones)이 세공된 이 펙토랄은 태양신과 왕의 영원한 생명과 지배를 상징하는 상형문자와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왕국 시대 왕실 여성의 보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왕권과 신화를 상징했으며, 특히 중왕국 시대 펙토랄은 파라오나 왕족의 이름을 새겨 영원한 생명과 지배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마법적 힘을 지닌 것으로 여겨졌다.
양쪽의 매는 하늘의 신 호루스(Horus)를 나타낸다. 머리 위의 원반은 태양을 상징하며, 왕실 코브라가 각 원반을 감싸고 있다. 코브라에서 매달린 루프가 있는 십자가 모양의 상징은 생명을 뜻하는 앙크(Ankh)이다. 매들 사이 무릎 꿇고 있는 파란 남자는 영원의 신 헤흐(Heh)이다.
센우세레트 2세는 기원전 19세기에 약 9년간 통치했으며, 이 목걸이와 펙토랄은 왕실 가족인 Sit-Hathor-yunet공주에게 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트셉수트(Hatshepsut)는 이집트의 가장 성공적인 여성 통치자 중 하나로, 의붓아들이자 조카인 투트모세 3세(Thutmose III)의 치세 2년에서 7년 사이에 스스로 파라오의 모든 칭호를 채택했으며, 그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칭호는 즉위명인 마아트카레(Maatkare)였다.
이 실물 크기의 하트셉수트의 앉아 있는 석상(Seated Statue of Hatshepsut)에서 하트셉수트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착용하는 파라오의 상징적인 의상인 네메스(Nemes) 머리 장식과 쉔디트(Shendyt) 킬트를 입고 있다.하지만, 다른 조각상과는 달리 여성적인 분위기를 뚜렷하게 풍긴다.
남성과 여성을 결합한 새로운 존재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한 이집트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조각상은 성소에 보관되었으며, 동이 틀 때 햇빛이 반사되어 하셉수트의 영혼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기원전 15세기 하트셉수트가 테베(지금의 룩소르) 서쪽에 위치한 데르엘바하리(Deir el-Bahari)에 지은 신전이 하트셉수트 장제전(Deir el-Bahari Temple)이다. 건축적 아름다움과 하트셉수트의 강력한 통치력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고대 이집트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문 신에게 바쳐진 신전이기도 하며, 세 개의 테라스 형태는 계단식으로 지어져 경사로로 연결되고, 신전이 절벽에 맞닿아 있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신전 벽면, 기둥의 하트셉수트의 업적, 신화, 그리고 신 아문(Amun)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야기나 탄생을 묘사한 부조는 통치 권위를 강조한다. 하트셉수트 사후, 후계자였던 투트모세 3세는 그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신전의 많은 부조와 조각상을 훼손했으나, 현대에 들어와 신전은 복원되어 고대 이집트 건축과 예술의 뛰어난 예로 남아 있다.
전시관 138에서 로마가 이집트를 점령한 마지막 단계인 서기 400년으로 고대 이집트 전시가 끝난다. 이러한 연대기적 전시 내에서 중요한 무덤 그룹, 물건, 장례 전통 등 이집트 역사 문명이 존재했던 약 5,000년 동안의 고대 이집트인의 미적 가치, 종교적 신념과 일상생활을 시간 순서로 눈으로 보며 여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