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몽펠리에 생활이 현실이 되는 순간
1월의 햇볕은 참 따스했다.
3.5유로짜리 런치박스를 사서 선베드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눈을 살포시 감았다.
주황빛이 보였다.
런치박스를 뜯고 토마토소스에 절여진 뇨끼를 바라보다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허벅지 안 쪽에서 끈적한 것이 늘어났다.
씹다 버린 껌이었다.
따뜻한 햇볕 같던 몽펠리에 생활은 간간히 '불쾌감'을 느끼는 현실이 되어갔다.
런치 박스를 사러 학교 카페테리아(식당)를 두 번째로 찾은 날이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카운터 직원, 백인 아줌마는 어딘가 불편한 듯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녀는 말도 없이, 어떠한 시선도 없이 계산을 해주었다.
"일회용 수저를 줄 수 있나요?"
"..."
나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는 다음 손님을 맞이 했다.
쌓여있는 일회용 수저 중 하나를 집었다.
'No!(노!, 안돼!)'
그녀가 뒤를 돌아 나를 향해 소리쳤다.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쳐다보며,
"일회용 수저를 사야 하나요?"
"..."
그녀는 이번에도 대답 없이 노려볼 뿐이었다.
결국 난 옆 계산대에서 '일회용 수저를 살 수 있냐고' 다시 물어보았고,
불쾌한 마음과 일회용 수저를 얻었다.
이전날은 런치박스를 사자, 다른 캐셔분께서 수저를 바로 챙겨주셨다.
그래서 이번엔 정신없이 바빠서 까먹었구나.. 하며 집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화낼 일인가'
'이게 인종차별인가'
싶었다.
그 뒤로 그 아줌마가 있는 카페테리아는 찾지 않았다.
뽈 발레리 대학의 카페테리아는 두 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카페테리아(식당)에서 일하는 남성이 나한테 소리를 치는 일이 일어났다.
트레이(쟁반)를 반납할 때
무슨 연유인지 나를 향해 '그렇게 하지 말라고'하며 소리를 쳤다.
소리에 화들짝 놀랐고,
'어떤 실수를 한 것인지' 바로 되돌아보았다.
그런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어서
그 사람의 눈치를 보며 트레이를 가로로도 놓아봤다가
쌓여있는 트레이 사이로 트레이를 넣으려고도 했다.
거구의 그 남성은 답답해하며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다가왔다.
'확'하고 쟁반을 낚아채더니 두 손으로 쌓여있는 쟁반들로부터 맨 위에 올려 두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건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열이 살짝 삐뚤어졌었나? 두 손으로 안 올려서 그랬나? 생각하다
의미 없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그 뒤로는 학교 식당을 찾는 게 눈치가 보였다.
그 남성이 식당에서 보이는 날이면 긴장이 되고,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크루아상은 정말 맛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아침에 크루아상을 사러 학교 식당에 들른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 남성이 계산대에 있었다.
우물쭈물하다가 크루아상을 하나 놓았다.
그는 웃어 보이며 나에게 아침 세트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자, 친절하게도 직접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와 푸딩 한 개를 꺼내주었다.
계산하는 내내 약간 어색하면서도 친절한 미소를 유지했다.
'고마워요'하고 얼떨떨하게 인사하며 식당을 나왔다.
터벅터벅 걷다가 잠시 멈추어 생각했다.
'그날의 행동을 그도 미안해하고 있는 걸까?'
'나를 싫어한 게 아니구나.' '다행이다.'
눈물이 차올랐다.
위축되었던 마음이 풀어졌다.
이유 없는 미움에서 벗어난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이제 크루아상도 더 자주 먹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