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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ide up Oct 15. 2024

페이루 광장, 피크닉

"우리 모두 예뻐"




You guys are all beautiful 

어디가 맘에 안 든다느니 하는 말 말아. 







반 친구들이랑 페이루 공원에 왔다. 

강의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오렌지 향이 코 끝을 찌를 듯이 강렬하여,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공원으로 달려온 것이다. 


 돗자리는 없었지만 쉬는 시간에 학교 건물에 비치된 신문을 가지고

슈퍼마켓에서 치즈, 와인, 마카롱, 바게트를 사고

배고픈 우리의 소울을 달래줄 '프랜치 타코스'까지 포장해서 


초록의 색이 드문 드문 보이기 시작하는 곳에 신문지를 깔았다. 

페이루 공원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크기의 나무들이 정갈하게 줄 지어 있는 곳으로,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루마니아,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칠레, 한국에서 온 다섯명의 여성은 


봄이 다가온 것을 축복하며 잔을 기울였다. 


"너희는 프랑스 와서 놀란 게 뭐야?

 나는 프랑스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다 아름다워서 놀랬어."

베네수엘라에서 온 엘비야가 말했다. 


남미 여성들과 다르게 프랑스 여성들은 다 길쭉 길쭉하고 마른 몸을 가졌다며 부럽다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남미 여성들이 가진 골반 라인과 풍만함이 부럽던데?"

루마니아에서 온 오아나가 말했다. 


그렇게 각 나라가 가진 미의 기준(뷰티 스탠다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는 자신의 외모의 어떤 부분을 고치고 싶다는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었다. 


"난 가슴이 더 컸으면 좋겠어"

"나는 내가 길쭉했으면 좋겠어"

"나는 얼굴이 작아졌으면 좋겠어"


차례대로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아서 

'나는 어떤 부분이 제일 못났지?'하고 찾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온 발레히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우리 모두 아름다워. 어디가 못 났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마"


그녀의 한 마디는 우리 모두를 '아름다움'이라는 끈으로 묶어버렸다. 

대화의 흐름을 타서 자연스레 나의 못난 점을 찾고 있던 난, 대화를 듣는 동안 '발레히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하고 감탄했다. 동시에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녀는 진정으로 자기를,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제서야 왜 그녀가 왜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바라만 봐도 사람을 읽어버릴 것만 같은 강인한 눈빛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로 오게 되었지만 언제나 활력이 가득한 모습이었던 것도, 

 깊은 곳에서부터 빛나는 자신감을 품었기 때문이 아닐까. 


"써니 정말 미안해. 오늘 못 나갈 거 같아."

"무슨 일 있어?"

"방금 피어싱을 뚫었는데 너무 아파"

"어디에?"

"꼭지에!"



갈색의 얇은 안경을 끼고,

레몬 색처럼 톡톡 튀는 색감의 옷을 즐겨 입고, 

자신감과 강렬함으로 무장한 그녀는

정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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