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side up Oct 26. 2024

바게트 베이비

바게트를 뜯어먹으며 채우는 공허함 

발레히 오늘 밤에 다 모이자!

나딜: 나 피곤해..

발레히: 무슨 소리야, 꼭 나와!


... 


써니(나): 얘들아, 미안.. 피곤해서 못 나갈 거 같아.. 



젊음의 밤을 불태우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자 했지만

겁이 났다. 


꿈을 이루기 위해 왔는데 


의미 없이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가 불태워질까 봐.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불타면 어쩌지 하는 '겁'이 있었다. 


스스로를 책임질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게 참 외롭다고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해가 떨어지려고 하면 신데렐라처럼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방은 언제나 고요했다. 

고요함은 바게트 씹는 소리로 채워졌다. 


한 번에 반도 못 먹던 바게트 하나를 10분 만에 해치우고서는

동그란 쌀 뻥튀기 위에 크림치즈, 라즈베리잼을 올려 쌀 뻥튀기 한 줄을 다 비우고,

얼려둔 초콜릿 푸딩을 두 개씩 꺼내 퍼 먹었다. 


자기 직전까지 마음의 허기짐을 그렇게 음식으로 채웠다. 

그 대가로 한 팔로 가슴을 퍽퍽 치며 잠에 들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이상이 생겼다. 

두드러기가 올라왔고,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여기 이렇게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겼어요. 그리고 계속 퍼지는 거 같아요.'

'매일매일 샤워를 하세요.'

'저 매일매일 샤워해요!'


매일매일 샤워를 하라며 처방해 준 샤워 젤을 들고 

'몽펠리에' 최고의 바게트 샌드위치를 파는 빵집에 갔다. 

몽펠리에 바게트 샌드위치 맛집, pain depi 베이커리



자그마한 빵 집 안에 육중한 몸을 가진 아저씨가 사장님과 유쾌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여느 날처럼 '치킨 바게트 샌드위치'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다. 


그 아저씨는 자그마한 동네 빵집에 있는 동양인 여성이 신기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

"프랑스어 공부는 어때?"

"프랑스어로 숫자 세는 법 알고 있어?"


오랜만에 받는 악의 없는 인간적인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 

실은, 반가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저씨가 말했다. 

"동양인들은 다 말랐어."

그래서 난

"저 뱃살 많아요."하고 

최근에 폭식으로 찐 뱃살을 자랑하듯 손으로 통통 튀기며 보여주었다. 


"허허허 그 정도는 말랐지."

장난을 치고 싶었던 난 이렇게 말을 이어보았다.

"저 임신했어요"

"정말로? 프랑스인 아기야?"

"바게트 아기요."


아저씨는 재밌다는 듯 한참을 웃으셨다. 

곧바로 남자친구가 프랑스인이냐고, 프랑스인 아기냐고 물어보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느껴졌다.

진심이..


그날 저녁은 샐러드를 먹었다. 군것질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개운하게 일어나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혼자를 책임지는 것도 이렇게 외롭고 힘든데,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더라.'

'아침부터 눈물 나게' 










이전 06화 프랑스 노숙자가 손에 쥐어준 7만 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