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을 찾아서
"예전에는 여행하면 새로운 경험이어서 좋았는데,
요즘은 여행하면서 익숙한 사람들 만나면 집에 돌아온 느낌이라 좋아."
"그러게, 최근에 파리 갔을 때 한국에서 만났던 프랑스인 친구가 집에 초대해 줬거든. 그때 다들 환영해 주시는데 따뜻하고 좋더라. 나를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집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
해가 저물어가는 마드리드의 한 광장에서 우리는 타지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서로 공감을 했다.
프랑스로 떠나기 일주일 전 만났던 그.
그도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있지 않아 네덜란드로 왔고, 우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요새 한국어로 된 글을 읽고 싶어서, 김영하의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을 읽고 있어."
"나도 최근에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읽었는데, 읽어봤어?"
"아직"
"거기서 여행의 이유가 환대의 연속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맞는 거 같아.
우리가 타지에 있음으로 환대받는 경험이 없어지는 거 같아."
"그래서 환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게 여행처럼... 동시에 집처럼 느껴지는 거구나."
"맞아, 그래서 지금은 거꾸로 익숙한 것을 찾는 여행을 하지!"
어둑해진 광장에 노란 불빛이 하나 둘 연속적으로 켜졌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음에 감격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추로스!! 대왕 추로스 먹어봐야 하는데!"
잠깐의 정적이 깨졌다.
"마감까지 5분 남았어."
그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뛸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가자.'
그렇게 우리는 마드리드의 한 추로스집을 향해 뛰어갔다.
전속력으로 뛰어 마감 시간 정시에 도착한 추로스집.
다행히 직원들이 우리의 주문을 받아주었고, 누구보다 기쁘게,
한국에서 보다 살이 두 배로 찐 청년 두 명이 추로스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 광장에 앉아 못다 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네덜란드 온 뒤로 계속 먹게 되니까 이해가 돼. 아 추로스도 너무 맛있어."
의자에 놓인 대왕 추로스와 일반 추로스를 번갈아 가며 먹는 우리의 표정은
잠시 동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었으리라.
어느덧 숙소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 노래 알아? 친구가 추천해 준 노래인데"
"이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페퍼톤스의 chance! 노래를 틀고 몸을 둠칫 둠칫 움직이며
사람들도, 달빛도 잘 보이지 않는 스페인의 거리를 거닐었다.
"우리 소리 지를까?"
"그럴까?"
"악!"
"아,, 악! 막상 지르려니까 잘 안 나오네"
"우리 미친 거 같아"
"그러니까 말이야."
역에 다 달아 인사를 해야 했을 때, 그의 품에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네가 보고 싶어서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되었단 걸, 알까.
이 짧았던 여행은 나를 잔잔하게, 오래도록 위로했다.
그동안 느낀 헛헛함의 이유가 '환대'라는 단어로 명확해지니 마음이 편해졌다.
무엇보다 나랑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네덜란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마드리드에 가기 전, 바르셀로나를 들렸었다.
작년 여행에서 묵었던 호스텔을 찾아가 같은 사람에게 체크인을 받을 때 느꼈던 '반가움'
그때 같이 시간을 보냈던 친구를 또 만났을 때 느꼈던 '반가움'
스페인 교환학생 중인 친구 두 명을 만났을 때 느꼈던 '반가움'
'모두 환대의 경험이었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어서 내가 그를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하는구나.'하고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이게 되었다.
우리는 다시 서로의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