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동화

by 인산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적한 오후, 옥수수가 심심했는지 졸고 있는 단수수에게 말했습니다.


“넌 왜 수염이 없어?”

“어? 하음! 졸리다. 몰라. 처음부터 그랬어.”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왜 그런지 알려줄까?”

“이유가 있는 거야? 궁금하네. 알려줘.”

“넌 얼굴이 두꺼워서야. 수염이 나올 수 없을 만큼. 흐흐흐”


갑자기 단수수는 잠이 싹 달아났습니다. 옥수수가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습니다.


“뭐? 내 얼굴이 두껍다니? 내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다는 말이야?”

“벼나 수수를 봐. 익으면 고개를 숙이잖아.”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넌 열매를 맺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잖아! 고개를 뻣뻣이 들고 하늘로 쳐들고 있잖아. 그래서 수염이 없는 거야.”

“뻣뻣하긴 너도 마찬가지잖아.”

“적어도 수염은 있지.”

“그래? 그러면 수염고래는? 거긴 부끄러움이 많다는 뜻이야? 얼굴이 두껍지 못해 수염고래가 된 거야? 링컨은? 그런 얼굴로 어떻게 대통령이 됐을까? 온통 수염이잖아?”

“화낼 것 없어.”

“화낼 것 없다고? 나보고 뻔뻔하다며? 당연히 화가 나지. 그러면 여자들은? 모두 얼굴이 두꺼운 거야?”


수염 자랑을 하던 옥수수는 지나치다 싶었는지 얼굴이 노래졌습니다.

지나가던 농부가 옥수수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올해도 옥수수 농사가 풍년이구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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