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 회사는 설립 목적이 다르다. 학원은 교육이 목적이며 회사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그럼에도 학원이 회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수순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직장인에서 강사로 전향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두 조직의 성격은 너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학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일하지만 회사는 "눈에 보이는 것"을 위해 일한다.
학원의 목표는 아이들의 실력 향상이다. "점수"라는 눈에 보이는 지표가 있긴 하지만 시험의 종류도 여러 가지고 한 아이의 성장은 점수 외에도 수업 태도의 향상, 개인적인 동기부여 등 다른 정성적인 것들에 의해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회사는 매출, 판매량 등 눈에 보이는 지표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학원의 기업화가 시작되는 지점은 "눈에 보이는 것만 좇기 시작할 때"이다. 점수, 등급, 대학 레벨 만을 성장의 지표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학원의 기업화가 시작된다.
학원의 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성적이 좋은 학생만 받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성과 지표가 잘 나온다. 방송에 나온 한 일타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잘 될 아이만 받겠다는 거죠." 맞다. 이미 태도와 동기부여 모든 게 갖춰져 있는 아이만을 받겠다는 의도다. 그러면 성과 지표가 잘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습 태도와 습관부터 코칭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강사의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학원의 추가적인 노력이 적게 들기 때문에 학원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진다.
셋째,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는 학원의 마케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유도하게 된다.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입시 경쟁 속에서 그 학원의 입지가 단단해지는 것이다.
학원의 기업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학원도 경쟁을 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고 생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원의 설립 목적은 점점 희미해진다. 학원이 더 이상 실력 향상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성과를 내는 기관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는 성적이 낮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학원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기업화된 학원은 정말 학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교육하기보다는, 성과 지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여긴다. 이렇게 학원의 기업화가 결국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