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학생으로 남아있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싫어요!!"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시험을 보기 싫어서다. "이걸 어떻게 또 해요, 쌤!!"이라는 아우성이 돌아온다.
학교에서 보는 중간, 기말고사는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것이 맞다. 그 외 고시나 자격증, 대학원 등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취업과 동시에 시험은 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생 시험은 졸업과 함께 시작이다. 그것도 무려 7교시짜리다!!
이 시험에는 특이한 규칙이 있다. 한 과목을 망치면 다음 과목에 불이익이 있다는 점이다. 불이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 과목 시험을 잘 본 사람이 분명 유리하고 격차를 쉽게 벌린다.
전 과목 시험을 잘 보면 완벽히 사회에 어울린다고 평가받는다.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단어가 이런 인생 시험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시험을 이탈하는 방법도 있다. 대기업 취업이 아닌 창업을 하거나 꿈을 찾아 떠나거나 등 사회가 주는 시험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사회의 시선과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를 견뎌야 한다. 나의 이탈이 얼마나 위험한지, 미래에 얼마나 불행할지 수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잔소리를 견뎌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날 사랑하는 부모님의 걱정 어린 말은 외면하기 힘들다. 투자를 배우려던 친구는 직장에 들어갔고, 창업을 해서 투자까지 받은 친구는 혼기가 찼다는 성화에 결혼을 했다. 다들 부모님의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부모님의 말이 맞았을 수 있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이제 아무도 모른다.
어릴 때 어른들은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들 하셨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꿈을 이루라고들 하셨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는 순간 세상은 오만 정답을 들이민다. 인생의 모든 단계에 정해진 답에 나를 맞추는 기분이다.
아이들을 보면 이런 어릴 때 나의 꿈이 생각난다. 난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재밌고 진취적인 경험을 많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30대가 된 이후 이런 나의 꿈은 빛이 바래 제목도 알아볼 수 없는 책처럼 변해 갔다. 취업에 치이고 가족에 치이고 현실에 치여가며, 뽀얗게 먼지가 쌓인 채 마음속 책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아이들은 나의 옛날을 떠올리게 해 준다. 그래서 난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 세대처럼 현실에 치여서가 아닌 꿈에 치여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렵겠지만, 아이들에게 정해진 삶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