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 비해 고3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원인의 배경에는 학생 수의 감소가 있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학생 수도 많이 줄고 그에 따라 입시 경쟁률도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변화일 뿐 조금 더 학생들 속으로 들어가 보면 더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하며 오히려 진로가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다 보니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진로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가느니 내 꿈을 일찍 찾아보겠다는 인식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이러한 생각에는 뼈가 있다. 이렇게 대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찾는 학생들은 공부에 쓰는 에너지를 진로 찾기에 쓰는 경우가 많다. 미용, 메이크업, 베이킹, 행정, 공무원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에 맞는 진로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그 자체로 아이들의 열정과 힘이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이 주어졌을 때 아이들은 맑고 멋진 표정을 갖게 된다.
최근에 "수도권 대학에 못 가면 일찍 사회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라는 인식이 약해진 이유 중에는 "수도권 집중화"도 있다. 언론에서는 연이은 지방 대학교의 폐교 소식이 이어지고 지방 국립대들이 힘을 잃으면서 입시도 수도권 집중화가 극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도권 대학이 아니라면 사회로 나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학교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다.
취업의 양극화로 문과는 소멸 분위기다.
아이들이 대학 진학보다 사회를 택하는 이유는 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 이후로 취업은 이과 대학을 고점으로 양극화되었다. 문과 전공자들에게 취업문은 코로나가 지난 지금까지도 바늘구멍보다 작다.
아이들도 이러한 현실을 어른만큼 잘 안다. 그리고 이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온다. 문과 전공을 희망하고 싶은 학생도 있고, 수학은 못하지만 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모든 다양성을 배제하고 취업을 하려면 이과를 전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문과를 전공하면 취업을 못한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대학 진학이란 이과 전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안 그래도 좁은 길을 더 좁게 만든다. 많은 아이들에게 대학은 길을 넓혀주는 곳이 아니라 좁히는 곳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학생 수의 감소로 대학 입시의 문은 더 좁아졌다. 수도권 대학, 이과 대학처럼 학생들의 입장에서 "가고 싶은" 대학의 문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대안으로 대학 밖 진로의 길이 넓어지고 있다. 많은 고3 학생들이 전문대 박람회나 취업 박람회, 교육 박람회에 참여한다.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눈에 생기가 도는 걸 보면,
똑똑한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길을 직접 개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