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끔 입에 올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자퇴"다. 옛날에 자퇴라는 건 상상도 못 했었는데 요즘은 자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주위에 자퇴를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왜 아이들은 자퇴를 고민하는 걸까?
학생 수가 적으면 내신 성적을 따기가 어렵다.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려면 내신 성적이 3~4등급은 되어야 한다.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4~11% 3등급은 11~23%이다. 등급 비중은 학교 정원에 상관없이 적용된다.
즉, 정원이 100명인 학교에서 1등급을 하려면 전교 4등 안에 들어야 하고, 정원이 500명인 학교에서는 전교 20등 안에 들면 된다. 학생수가 적을수록 높은 등수를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원이 많은 고등학교나 내신 등급을 받기 좋은 고등학교에 배정받지 못하면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 내신을 받기가 어려우니 아예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내신의 경우 등수가 아닌 등급이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한 등수 차이로,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경쟁에 내몰린다. 경쟁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1년에 4번이나 받아야 하니 내신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생 수의 감소와 자퇴생의 증가로 학교 정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부담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커진다.
때문에 내신 성적이 낮거나 내신을 받기 어려운 학교에 배정받은 학생들은 내신 지원을 포기하고 수능 점수로만 대학에 지원하는 정시 지원으로 방향을 돌린다.
정시 지원을 결정한 학생들은 학교 교육은 짐으로 여긴다. 그 이유는 학교 교육 일정이 중간, 기말고사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수업이 내신 범위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게다가 학교는 시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학교 행사, 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시간 낭비로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차이가 있다 보니 정시 지원을 선택한 학생들이 자퇴 후 수능 공부에 전념하기로 결심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에게 "자퇴 = 내신 버리고 수능 공부"라는 공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내신을 선택하든 정시를 선택하든 진로를 향한 길이 다를 뿐 다 같은 아이들이다. 진로 방향이 조금 다르더라도 아이들을 포용해 줄 수는 없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교육도 조금 세분화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곳이고 운동을 하는 곳이고 노래를 하는 곳이고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등급을 따기는 어렵지만 여러 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이런 학교의 역할과 장점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있지 않을까.
"자퇴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친구들, 기억들, 추억들에 대해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이 모든 걸 상쇄할 "성적"이라는 큰 짐이 어깨에 지워져 있다.
물론 자퇴하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 아닌 투정일 것이다.
그래도 그런 투정을 들을 때마다 성적만을 이유로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들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