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가 되고 나서 오리엔테이션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이들을 만나서 앞으로 어떤 수업을 할지 소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아이들 앞에 섰을 때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날 좋아할까, 싫어할까, 긴장한 티가 나면 어쩌지.
아이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호기심, 경계심, 반항심, 무관심.
내가 바라는 건 한 가지였다. 아이들이 나에게 마음을 여는 것. 아이들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내 강의를 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내가 아마 시시콜콜한 공부 잔소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건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드러났다. 어떠한 기대도 설렘도 없는 표정이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새로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노트와 펜을 꺼내 들고 난 아이들에게 주문했다.
순간 공기가 바뀌며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아이들도 있었다. 난 아이들의 이름 옆에 MBTI를 받아 적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렇게 빼곡히 MBTI를 받아 적은 뒤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자, 이제 내 MBTI를 맞춰봐!
맞춘 사람은 단어 시험 면제권을 줄게!
아이들은 까르르 좋아하며 나에 대해 관찰하고 열심히 내 MBTI를 예측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맞춘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시작점은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관심과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향한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으로 택한 질문이었는데,
고맙게도 아이들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그 이후에도 좋아하는 음식 말하기, 아이돌 최애 말하기 등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잔소리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