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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아이들이 아픈 이유

by 하랑

오늘은 펑펑 함박눈이 내린 날이었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많은 아이들로부터 결석 연락이 온다. 결석의 이유는 다 똑같다. 열이 나거나 몸살 기운이 있거나 아파서다.




왜 눈이 오면 아이들이 아플까?


아이들이 아픈 건 속상한 일이지만, 아이들이 아픈 이유는 매우 귀엽다. 바로 "눈싸움"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눈 오는 날은 불평을 쏟아내기 일쑤다. 운전하는 사람에게나 군인에게는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이기도 한 게 바로 눈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장난감", 바로 함박눈이다.




눈 오는 날 수업을 하면 아이들의 볼은 다들 발그레해져 있다. 옷을 갈아입느라 늦는 아이들도 있고 머리를 감은 것 마냥 물에 빠진 생쥐꼴로 오는 아이들도 있다.


놀라서 물어보면 다들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이 만든 눈사람 사진을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볼이 빨개져서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웃음부터 난다.

"눈싸움 누가 이겼어?"라고 물어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제가 졌어요!"라고 대답한다. 왜 다른 싸움은 다 이기려 들면서 눈싸움은 지려 드는 건지 모르겠다.




눈을 보면 당연히 눈사람을 만들고, 당연히 눈공을 만드는 시절은 나에게서 지나간 지 오래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 파묻혀 있으면 그 시절이 영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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