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결을 따라, 마음의 방향으로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달력 한 장이 바뀐다. 날짜가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은 괜스레 달라진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숫자들이, ‘1월 1일’이라는 이름 아래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날을 기점으로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 같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조급함이 인다. 어쩌면 새해는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담긴 시기인지도 모른다. 희망으로 마음을 다잡기도 하지만, 그 희망을 지켜낼 수 있을까 두려운 시점이기도 하다.
늘 그렇듯, 우리는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하고, 작년에 못 했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올해는 관계를 더 잘 맺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도. 일주일쯤 지나면 처음의 결심은 희미해지고, 일상이라는 현실은 다시 묵직하게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고, 실망하고, 결국은 ‘나는 왜 늘 이 모양일까’ 하는 자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계획이나 목표보다는 ‘태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구체적인 목표는 성공과 실패를 나누게 하지만, 태도는 방향을 정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올해는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목표는 작심삼일의 실패로 끝나기 쉽지만, “올해는 내 몸을 더 소중히 대하겠다”는 태도는 중간에 넘어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준다. 태도는 어떤 날의 실패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지닌다. 그리고 그 너그러움이야말로 우리가 새해에 진짜 필요한 마음 아닐까 생각한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처음’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처음 같지만, 사실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어떤 날은 겨우 버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어떤 날은 잠깐 멈추는 선택이 가장 현명한 걸음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날들을 지나며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새해란 무엇을 새로이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이미 살아가고 있는 나를 다시 마주하고 이해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올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기로 했다. 더 대단한 내가 되겠다는 욕심보다,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려 한다. 매일 아침을 정직하게 시작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한 번 더 진심을 전하고, 지친 나에게는 조금 더 관대해지려 한다. 어쩌면 그런 작은 마음들이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들이 모여 결국 한 해를 바꾸게 될 것이다.
새해는 달력의 일이 아니다. 마음의 일이다. 스스로를 향한 마음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한 해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올해는 조금 덜 조급해도 좋고, 덜 완벽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마음 하나면, 새해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