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 태도가 오래 간다

시간의 결을 따라, 마음의 방향으로

by 찌니


새해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부족했던 부분을 떠올리고, 이제는 더 나은 내가 되자고 다짐한다. 그 다짐은 다정한 위로이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격려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 그 믿음 하나로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누군가는 운동을 결심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또 누군가는 이제는 그만 놓아야 할 관계를 마음속에 정리해둔다. 그렇게 새해는 매번 변화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처음의 다짐은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진심으로 세운 계획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고, 일상이 다시 제 자리를 찾기 시작하면 그 계획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몇 번 빠지면 괜찮다고 여겼던 것들이 결국 습관으로 굳고, 그렇게 계획은 하나씩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자책이다. 왜 또 지키지 못했을까, 왜 나는 늘 똑같은가, 나는 정말 변할 수 있는 사람일까.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결국 마음을 접는다.

나는 오랫동안 이런 패턴을 반복해왔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고, 실망하고,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반복.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너무 ‘계획’에만 의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계획을 지키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계획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더 중요했던 건 아닐까?

계획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삶은 늘 예측할 수 없고, 변수는 우리의 의지보다 쉽게 현실을 흔든다. 하지만 태도는 다르다. 태도는 계획이 무너졌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마음의 힘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가 지나갔을 때,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가 아니라, ‘나는 여전히 나를 믿고 있다는 감정’이다. 그 믿음이 곧 태도다.

계획은 수치로 측정된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 몇 번 운동을 했는가, 몇 킬로그램을 감량했는가. 하지만 태도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나 스스로 알고 있는 마음의 방향일 뿐이다. ‘나는 오늘 나를 위해 시간을 내보려 애썼다’, ‘오늘은 많이 흐트러졌지만, 그걸 알아채고 돌아오려고 노력했다.’ 그런 작고 내밀한 고백들이 바로 태도라는 이름으로 우리 안에 남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대신 매일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대할 것인지, 그리고 흐트러졌을 때 어떻게 다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때로는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놓치지 않는 법을 배운다. 하루의 끝에서 비록 계획한 일을 다 하지 못했더라도, 나는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태도는 길다. 서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그것은 흐르는 물처럼 우리의 삶을 따라 움직이고, 흔들리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결국 우리를 바꾸는 것은 잘 세워진 계획이 아니라, 그 계획을 마주하는 태도라고. 계획은 종이 위에 적히지만, 태도는 마음속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올해도 무너질 수도 있고,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시 나를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면, 그 마음은 이미 변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꼭 이뤄야 하는 무엇보다 그 무엇을 향해 어떤 태도로 걸어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삶은 결국, 그런 묵묵한 태도들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태도가, 끝내 나를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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