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본 적 없는 나의 친아빠
크롱이는 나에겐 목숨과도 같은 강아지였다.
강아지를 극도로 혐오하고, 공포증까지 앓던 엄마가,
자해를 반복하던 나를 지켜보다 못해
정신병원 입원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어느 날,
반려동물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며칠을 밤새 고민한 끝에 허락해 준 생명이었다.
그런 크롱이에게,
그날 저녁 아빠는 보란 듯 치킨 뼛조각을 던지며 말했다.
“크롱아, 이거 먹고 죽어라~"
가족 싸움으로 경찰까지 두 번 찾아온 그날 밤,
아빠는 엄마와의 오랜 약속을 깨고 숨겨온 비밀을 밝혔다.
“너 내가 법정 가면 네 친아빠가 누군지 다~ 밝혀줄게."
나는 저 인간이 또 시작이네 싶었지만,
옆에 있던 엄마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 말을 지금 하면 어떡해…”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 위로,
아빠는 하하하 큰소리로 웃으며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마치 재미있는 광경이라도 보았다는 듯.
그제야 엄마는 나를 불렀다.
“엄마가 아빠랑 스무 살 때 결혼하고
10년 동안 아이가 안 생겨서 병원에 가보니
네 아빠가 무정자증이었어.
그래서 너는 기증 정자를 받아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야.
네 생물학적인 아빠는 부산대 백병원 의대생이었고,
나도 만난 적은 없어서 누군지 몰라.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혈액형밖에 없어.”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들었다.
내가 저런 사람의 친자식이 아니라니.
심지어 내 생물학적인 아빠는 의사라니.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아빠가 왜 내가 공부하는 걸 그렇게 못마땅해했는지.
아빠는 갑자기 달라진 나를 보며,
내가 결국 핏줄 따라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거라 여겼다.
그 생각은 아빠의 열등감을 건드렸고,
의대를 목표로 악착같이 공부하는 내 모습은
그에겐 그저 수치스러운,
오래된 비밀을 상기시키는,
불편하고 못마땅한 장면일 뿐이었다.
엄마아빠는 이날을 계기로 완전히 이혼했다.
하지만 한 달은 집도 처분해야 했고
이혼 조정기간이라는 명목 아래
엄마와 나는 아빠라는 사람과 같은 집에 살아야 했다.
엄마가 출근한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아빠는 심심할 때면 내 방문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너 같은 년한테 내가 양육비로 십 원 한 장 줄 줄 아나 보자.
너네가 나 없으면 행복할 것 같지?
둘이 아주 얼마나 잘 사는지 내가 두고 볼 거야."
나는 방 안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크롱이를 품에 안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틀어 현실을 막았다.
혹시나 아빠의 발길질에 방문이 부서지고
크롱이가 튀어나가 해코지라도 당하진 않을까,
나는 방문 옆에 가구를 쌓아두고
바닥에 웅크려 크롱이를 껴안은 채
부서질 듯 진동하는 문을 온몸으로 막으며 울었다.
그렇게 매일 엄마가 퇴근해서 돌아오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이 일 이후 나는 더욱 독하게 마음먹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내 진짜 아빠가 졸업한 의대에 입학하기로.
내 생물학적인 아빠가 누군지 찾아서 꼭 만나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