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놓치다

엄마의 실수

by 세모

2015년 가을 어느 평범한 월요일 아침.


늘 그랬듯 나는 식탁에 앉아 미역국을 떠먹고 있었고,
엄마는 출근 준비로 분주한 채 뉴스를 흘려듣고 있었다.


그날 뉴스는 수능 이야기로 가득했다.

올해 응시자 수가 작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데이터로 비교하며 설명하기 바빴다.


순간 이상했다.


“이번 연도 응시자가 몇 명인지 저 사람들은 어떻게 알지?

나 아직 원서 접수 안 했는데.”


"잠깐만, 엄마가 알아볼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든 엄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효은아 엄마 지금 교육청 다녀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나간 엄마는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불안해진 나는 교육청으로 직접 가보기로 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아침,

나는 내 인생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양산교육청으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한 발짝 내딛기가 무섭게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쫓아 나도 모르게 2층으로 향했다.


“학생.. 엄마 찾으러 왔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해…”


그리고 그제야 보였다.

2층 복도 한가운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비에 쫄락 젖은 채 무릎 꿇고 빌고 있는 엄마가.


“제발 우리 딸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우리 딸 의대 갈 거라고 진짜 공부 열심히 했어요.

올해 점수 다 만들었는데

이번에 시험 못 보면 얘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나와 엄마를 번갈아 보며

뭐라고 할 말을 잃은 얼굴이었다.


동정과 미안함이 섞인,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표정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원서 접수는 지난주 금요일에 이미 마감됐고,

기간이 지나면 추가 인원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수능 원서접수 같은 중요한 일을

엄마에게 전적으로 위임해 버렸던 나도

이렇게 된 상황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아이처럼 펑펑 울고 있던 엄마를 보며

나는 이 일로 절대 엄마를 원망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는 담담하게, 최대한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나 괜찮아. 집에 가자.”


일단 엄마를 그곳에서 데리고 나와야 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힘이 쭉 빠진 엄마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


“엄마 잘못이라고 원망 안 할 테니까 비행기 표만 좀 끊어줘.

수능 날 한국에는 도저히 못 있을 것 같아. “


누구보다 치열하게 이를 악물고 버텨낸 지난 3년이

하루아침에 통째로 부정당한 기분이었기에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슬퍼하는 엄마 앞에서 내색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무너지는 걸 보면

이 사건으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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