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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무지개는 내가 풀어놓은 물푸레나무였어

by 김성신 시인

성신/ 무지개는 내가 풀어놓은 물푸레나무였어


무지개는 내가 풀어놓은 물푸레나무였어


표본실에서 날아온 초록나비가 달려든다

눈송이가 나선을 그리며 흩날린다

밤의 가장자리에 부드러운 생각이 쏟아진다


지난 일들은 왜 꿈속에선 스치기만 할까

물푸레 물푸레 이름을 끝까지 걸어가지

꽃가루가 온통 퍼져 구름 위로 날아갔어


하루를 미행하던 구름이 점점 창백해질 때

하늘에 떠 있는 피레네 성엔 고독이 창문이 되지

몸 안의 상상을 들여다본 적 없는데 침상 속에서 말라가는 다리도 볼 수 있어


비탈을 따라 흰 토끼를 쫓아가며 잠깐 다른 호흡으로 숨을 쉬었어

리는 어디까지가 마음이었을까

분과 분 사이에서 휘묻이 되는

빨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


빛나는 것들은 곧잘 사라지고

제자리라고 부르고 싶은 요원한 세계

귓바퀴의 굴곡을 따라 사라진 음성이 들릴 때

자정에만 듣는 Vincent*

어떤 사색은 꿈까지 침범해 사지四肢로 흘러내렸지


물푸레 물푸레, 추위를 안타는 그림자

내 어깨가 늘어날 때 당신의 다리는 짧아지고

당신의 다리가 길어질 때 허공이 피워 올랐어


우리의 가슴이 광장에서 부풀 때 바람은 집요해졌지

원근을 드러내는 종이 새,

기억이 맞닿는 곳마다 아주 멀리까지 돋는 무지개

저쯤에 모여 기억을 지우거나 새로운 행선지를 모의하지


*Don Mclean이 부른 노래


-2024년 시인정신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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