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윤정 만세!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나의 이혼 이야기

by 꽤 괜찮은 사람

[트로트 가수 장윤정은 좋겠다. 어린 남편이 그토록 충성하고 애처가이고. 돈도 잘 벌고 예쁘고, 잘 나가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무엇보다 내가 갖지 못한 그 결단력! 우유부단함의 끝판왕인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친정 빚만 10억 원'이란 대목이 눈에 들어왔고, 친정 엄마, 친정 오빠의 채무 관계. 그리고 그 속에 과감히 친정 식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한 그녀가.... 그 뒤에 서로를 고소하고 소송하는 것 등등은 내게 중요치 않았다. 그냥 깔끔하게 '정리'를 한 그녀가. 그리고 10억 원. 그 낯익은 숫자가 기억날 뿐이다.]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yNTAyMjRfMTAw%2FMDAxNzQwMzYwMjM3OTIy.jhsuLwPJpJsd0hc2ODuyDjNCAPmg9B6K4pxKWy_wHIgg.NNSL5FZ-58qBEt09jeNvHUr6OJj6zdidTSgedPJBQAIg.PNG%2Fimage.png&type=sc960_832






Q: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때도 똑같이 그러시겠어요?

나: 네?! 제가 미쳤어요? 그냥 부모 없는 고아라고 생각하고 남편이랑 새끼랑 잘 살 거예요. 제가 무슨 효녀라고.. 절대 다시는 그런 짓 안 해요.


[10억 원의 빚. 갚느라 죽는 줄 알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콩쥐도 못 하는 일이었다. 말했듯이, 나는 자존심만 세고 자존감은 바닥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친정 집이 보기 좋게 망하고 나니 쓸데없는 오기만 생겼다. 나는 나 살자고 내 옆에 있는 남자를 기어이 두꺼비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나보다 더 우유부단했던 그 남자는 나를 보호한다고 용감히 독 속으로 들어갔다. 미. 친. 놈!!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만만할까?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자수성가한 시댁 어른들을 속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가려지겠나?]





Q: 근데, 정말 왜 이혼하셨어요? 남편이 함께 책임지신다고 했다면서요?

나: 네... 그런데 돈은 사람을 아주 치사하게 만들더라고요. 돈에 쪼들리고 거짓말을 하게 되니, (그리고 그거 아실까 몰라요.) 이름 석 자도 듣기 싫은 장모 장인과 한 집에, 그것도 단칸방에 살아야 하는 그 현실.

집도 없고 자기 새끼 돌보기도 힘든데. 기자님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냉정한 현실이 사람을 바꿔 놓더라고요. 하소연할 때가 없으니 저한테 화풀이를 하더라고요. 욕을 하고. 때리고. 술을 매일 먹고 오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이혼한 건 아니에요...........(사실 몇 번 안 된다. 이래서 맞는 여자들이 스스로 가스라이팅에 조정당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남편이 나에게 했던 그 행동들을 모두 이해한다. 나는 맞아도 싸다.)





[나도 장윤정처럼 용감했으면, 매몰차게 내 부모를 버렸으면 좋았는데. 나는 그렇게 못했다.

집도 잃고 사람도 잃고 평생 살아왔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그들이 가여워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사업을 한 것도 그들의 잘못이고 귀가 얇은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사채 빚을 진 것도 그들이 책임질 문제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들이 사기를 당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악순환의 연속이 모두 당연한 이치였다.

모두가 그들을 버릴 때, 오갈 데 없이 길바닥에 두 중년의 부부가 버려질 때.

왜 갑자기 잠잠했던 K-장녀, 아니 잔 다르크 신드롬을 일으킨 것인지.

눈 딱 감고 나도 잽싸게 거기서 도망 나왔음 되는데. 가여웠다. 불쌍했고.

노숙자로 버리기에는 쓸데없는 동정심이 나를 붙잡았다. 효녀도 아닌 주제에.]






Q: 남편의 폭력이 결국 이혼이신 줄 알았는데요. 아니라면 그럼 남편이 혹시 바람이라도??


: 아니요, 독에 빠진 두꺼비는 그럴 위인도 못 돼요. 우리 남편, 완전 바보거든요. 진짜..

술 먹고 와서 욕하고 때리면서 미안해하고. 저는 그런데 이해했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화가 난 게요.

방 안에서 제가 맞는 것을 알고 욕을 밤새 먹는 것을 아는데, 제 부모가 저를 위해서 나오질 못 하더라고요.

당신들이 한 잘못이 너무 끔찍한 죄이니 나올 면목이 없고 용기도 없는 거죠.

꽁꽁 숨더라고요. 마지막에는 거짓말시킨 것도 모두 시댁이 알게 되고.

숨겨 왔던 진실이 밝혀진 날, 시댁 어른들이 저보고 이혼하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나중에 저를 용서하신다고 했지만....)

아시죠? 저, 자존심만 센 거! 그래서 결심했어요.

이 모든 지옥에서 모두를 살릴 것은 '이혼'.

아이들한테 더 이상 싸우는 것 보여주기도 싫었고.

남편도 가여웠고. 나를 이렇게 망쳐 놓은 친정 부모한테 복수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혼하자고 제가 당당히 말했어요.



미. 친. 년!

삶이 귀찮았다.

복수하고 싶었고, 망가질 방법을 찾았는데

대놓고 망가지긴 싫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이혼을 요구한다 하여도 내 남자가 절대 그것을 응해 줄 리 없다는 것을.

그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가수 장윤정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도 대놓고 비빌 언덕은 있었다.

뭘 해도 날 이쁘다고 할 사람이 있다.

내가 술을 먹고 길거리에 똥을 싸도 얼른 나를 들쳐 엎고 뛰어 줄 남자가 있었다.



세상에는 절대 진리가 있다.

나쁜 짓 하면 벌 받고, 남의 마음 악용하면 결국 벌 받고.

착한 척하면 얼마 안 가 들통난다는 사실.



나는 그의 그 진심을 이용했다.

나는 착하지도 않은 데 착한 척했다.

좋은 딸인 척, 좋은 엄마인 척, 좋은 며느리인 척, 내가 제일 상처받은 피해자인 척.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열심히 내 글에 내가 신이 나서 쓰는지 모르겠다. 그냥 쓰면서 시간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나는 북 치고 장구 치고를 잘하는 편이다. 고로 나는 철이 없다. 그냥 이렇게 살란다. 혼자 울고 웃고 위로받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은 나의 이혼 이야기 중에서.]


keyword
이전 10화잔 다르크 신드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