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뻔뻔함은 나의 이혼을 낳고.
며칠 전에 119차를 타고 응급실에서 밤을 꼬박 새웠을 때도 그랬다.
엄마의 따뜻한 감정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엄마: "왜?"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엄마는 짧고 매몰차게 대꾸한다.
니: "엄마, 병원 갔다 왔어?"
엄마: "머리 아파. 내가 알아서 해. 속도 안 좋고, 어지럽고. 너는 좀 그만 뭐라고 해라."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에는 아픈 사람인지 모를 만큼의 힘이 있다.
나: ".................. 그렇게 계속 아프니 아휴, 엄마! 병원을 가야지."
(성질이 났다. 꾹 참고 다시 한번 말을 했다.)
엄마: "응급실 약이 맞지도 않고. 나 속이 안 좋은데. 장루도 불편하고."
(5년 전, 엄마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다. 엄마의 투덜거림과 징징거림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어렸을 적부터 동네에서 한 치맛바람 했던 사람이다.
초등학생 시절, 거짓말을 한 동생을 참지 못해서 손에 든 옷걸이로 동생을 닥치는 대로 때렸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희망이고 자랑이었다.
엄마가 무서워서 공부를 한 것도 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칭찬을 받고 그 우쭐거림에 다시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무능하고 생활력 없었던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등바등 살아보려 했던 엄마이었건만,
엄마는 내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나: "엄마, 진짜 아니지? 이 문서 잘못된 거 아니지?"
전 남편이 엄마와 한 계약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 남편: "너네 엄마가 나 속인 거다. 어떻게 된 거야? 이 문서 다 사기야."
나: "아냐, 엄마가 왜 그렇게 해? 아무리 빚이 있어도 아니야. 엄마가 아니랬어. 말도 안 돼!"
전 남편: "그럼 어디 한 번 00 이름 걸고 물어보자."
나: "그래, 좋아. 우리 엄마가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냐."
"엄마, 00 이름 걸고 다시 말해 봐! 진짜 거짓말 아니지?"
(00은 세 살 난, 내 아들이다.)
엄마: "얘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내 아들 00 이의 이름을 걸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가 오히려 나를 노려 보았다. 백 퍼센트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나: "거 봐! 엄마가 그럴 리 없어. 지금 00 이름 걸고 말하잖아. 거짓말 아니라고."
며칠 뒤, 그 문서는 진짜 완전히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무능력한 아버지 탓을 했다.
자신이 피해자이고 그 사채 빚을 갚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사건이 터지고 몇 년이 지난 후, 엄마는 내게 잘못했다고 했다.
나는 엄마의 그 사과가 탐탁지 않았다. 악어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 아들을 걸고 '거짓말이 절대 아니다'라고 하면서 악에 받쳐 소리 지른 엄마를 잊을 수가 없었다.
독기 서린 그 눈빛은 10년이 넘도록 내 몸 곳곳을 후비고 다녔다.
이제야 알겠다.
단단했던 마음에 금이 갔다.
'나, 지금 부모한테 버림받은 거지?'
부모한테 받지 못한 그 사랑이 나를 동냥하는 "사랑 거지"로 만들었다.
.
엄마는 오늘 새벽에도 응급실을 다녀왔다.
아프면 약 안 먹고 드러눕고 찬물에 밥을 말아서 김치와 밥을 먹는다.
비싼 한약도 비위 상한다고 먹지 않는다.
타이레놀은 먹으면 속이 뒤집히고 저혈압 때문에 00 약은 안 된다고 한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한다.
'죽으면 죽어야지. 이제 살 만큼 살았어.'라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대장암 말기를 판정받을 때, 울고불고 살려 달라고 했다.
빚을 내서 엄마를 살렸다.
내가 사다 주는 비타민과 먹거리는 입에 안 맞아서 뒷전이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형식적인 한 마디에는 감동을 받는다.
아프다고 하면서 병원은 안 가고, 약도 안 먹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을 때, 단 한 번도 '왜'라는 단어가 생략된 적이 없었다.
엄마의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몇 년을 열심히 노력했는지 모른다.
최근에 내가 좀 착해진 거 같다. 용서의 기도까지 하나님께 드렸다.
하지만 내 마음속 가라앉은 흙탕물이 다시 출렁인다.
엄마는 80이 가까운 그 나이에서 더 단단하게 바뀌지 않는 자신의 성을 지킬 것이다.
세상 일이 뭐든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버림받은 것에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살아야 할까?
사랑은 꽤 힘들다.
이별도 만만치 않다.
어른, 진짜 힘들다.
때로는 이 힘든 것을 왜 하고 있나 싶다.
나이 앞에 숫자만큼 관계의 난이도는 비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