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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간음이죠? 65세 노교수의 대놓고 스킨십

이혼녀_제가 만만해 보이신 거죠?

by 꽤 괜찮은 사람
간음하지 말라 , 출애굽기 20장 14절

성경에는 무수히 많이 간음에 대해서 경고한다.

"또 간음치 말라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만일 네 오른눈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은 것이 유익하며. 마태복음 5장 27-29"

무섭다. 눈을 빼 버리라고 하니...





60을 훌쩍 넘은 노교수. 낯선 남자인 그가 우산을 씌워주면서 어깨를 잡는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이라 '어머, 왜 이러세요?'라고 하기에는 다소 과장된 몸짓이다.



노교수: 나는 너를 아껴. 참 소중한 사람이야. 그래서 오래 보고 싶어.

나: "네, 뭐.. 저도 교수님을 존경해요.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세요. 그런데. 교수님, 절 잘 모르시잖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농담처럼 대꾸했다. 존경하는 것은 맞은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가 멈추질 않는다.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내 손을 잡는다.

이거 뭐, 이렇게 '훅' 들어와? 60이 넘으면 이렇게 진도가 빠른 거야?

나랑 '썸'타는 거야? 아니면, 내가 만만한 거야?


이혼했다고 제가 우스우세요?


더 웃긴 건, 이 애매한 경계에서 내 마음은 널뛰기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나보고 예쁘다고 칭찬을 퍼부어대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문제는 점잖은 듯한 그의 스킨십을 거부할 타이밍을 자꾸 놓친다는 것이다.

'도끼병'이라도 걸렸다고 할 까봐, 나이 지긋하신 그 교수의 농담을 제대로 받아치기 애매하다.


나는 이미 '간음, 불륜'이란 단어 속에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노련한 그 교수의 속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한테 왜 갑자기 '사랑고백'을 하는지...


'이 노친네, 진정 노망 나셨습니까?'

일로 만난 은퇴한 교수,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력까지 갖춘 그가 왜 하필 나에게??




노교수는 밥을 먹으면서 내 어깨를 잡고 나보고 예쁘다고 한다.

20대 젊은 남녀가 할 만한 야한 톡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온다.


노교수 톡 : 나, 0 선생과 외국인식 인사로 키스를 반드시 할 거야.

(그는 나를 0 선생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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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미치셨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게 대체 어디까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된다.

"ㅎㅎㅎㅎㅎㅎ."


애매한 캐릭터 이모티콘만 연달아 보낸다.

(그는 언론인. 언변의 천재. 내가 놀아나는 것 같은데 자꾸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름 방어책을 세웠다. 존댓말을 하다가 아무래도 꽤나 나와 나이차가 나는 것을 알려주려고

'교수님 편하시게 말 놓으세요.'라고 했다.

(저, 아직 50대가 아니고 좀 나이 차이가 나요. 저희는... 당신은 할아버지. 저는 아직 팔팔하다고요)


아뿔싸! 그의 톡이 더 노골적이 되었다.


노교수 톡 : 뭐 하니? 보고 싶다. 나 00 아빠가 부러운데.

(그는 나의 이혼을 알고 있다.)

나: "네.^^ 뭐 잘 지내요. 저희는 쇼윈도 부부죠. 뭐.."


그한테 매일 톡이 왔다. 자꾸 보자고 한다.

'00 상담, 00회의, 더운데 빙수나 먹자. ' 등등 만나는 제목과 이유는 점점 공적에서 사적으로 변했다.


그는 절대 자신의 좋은 외제차를 내게 내어 주지 않는다.

자꾸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내 똥차를 탄다. 어른이니 태워 드리는 것이 당연한데.

나이차가 15살이 넘는 이 애매한 관계가 뭘까 고민하게 된다.

사람 많은 데는 못 간다고 한다. '대인기피증'을 갖고 계시단다.

그냥 웃자! 이 양반이 나갖고 지금 장난하시는 거죠?




나: "교수님, 그런데 저도 교수님을 존경하거든요.. 너무나 멋지시고요.

그런데 저희 이렇게 따로 만나고 그럼 안 되잖아요. 사모님께 잘해 주세요."


노교수 : 왜 가족 이야기를 해?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우리는 FELLOW 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를 무조건 의지하고 믿어 주는 응원가 이자, 친구이고 멘토이고 멘티이고.

0 선생은 그냥 나만 믿어. 나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은 존재야.


나: "네? 그건 아무래도.... 제가 고민을 했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왜 좋으세요?

절 언제부터 보셨다고요?"


노교수: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난 0 선생이 너무 좋아. 우아하고 예쁘고. 섹시해.


나: "네? 제가요? 저 완전 아동틱 한데요."

또 그가 농담을 넘었다. 은근슬쩍 농담하고 은근슬쩍 차 안에서 손을 잡는다.

손을 뺐더니, 나보고 오버한다고 한다.


그가 나보고 '키스'를 한다고 한다. 미치셨습니다. 진짜!!

날이 더우니 더위 먹은 듯 그의 농담은 점점 드세졌다.

그는 자꾸 내 차를 타자면서 사람들이 없는 빈 캠퍼스를 가자고 한다.


나: "제가 아무래도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이렇게 계속 보기 힘들어서요."


노교수: 0 선생은 너무 흑백 논리야. 루틴 하게 가면 되지 꼭 절대적 기준을 스스로 잡으려고 그래?


: " 그건 제 삶이 구질구질해서 그래요. 저는 정답 아니면 오답인 사람이에요. 정말 불편해요. 제가요.

저를 좋아하시는 거예요? 저랑 연애하시는 거예요? 그거 아니시잖아요."


노교수: "아냐, 그냥 루틴 하게 오래 보자고."


나: "미친 XXXX "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어금니 꽉 물고 그를 차단했다.





기름값을 준 것도 아니면서, 내 차를 함부로 탄 죄.

내 손을 네다섯 번 정도 은근슬쩍 잡은 죄.

나한테 함부로 야한 농담을 던진 죄.

백발을 날리면서 나를 안은 죄.

우산을 씌워 준다면서 어깨를 잡은 죄.

'대인기피증'이라고 하면서 은밀한 곳을 찾으러 다닌 죄.

당신의 가족들을 언급하지 못하게 한 죄.

죄인 줄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 흑백 논리로 정죄한 죄.

나의 이혼을 악용한 죄.

내 마음을 함부로 짓밟은 죄.

이혼한 여자를 만만하게 본 죄.

...........................................


수없이 많은 죄목을 만들었다.

멍청한 나는 NO! 를 당당하게 못 외치고 '이혼녀'라는 이름 하에 자존감을 스스로 망가뜨렸다.

내 안에 있는 내 남자의 존재를 당당하게 외치지 못한 나의 죄도 추가다.


이혼한 것이 죄는 아니지만,

위의 모든 것은 명백한 죄다.

고로 나는 당신의 눈을 빼 버리리라. 간음을 간음으로 보지 않은 그 거짓의 눈동자.


그의 위선이 안타깝고 그의 가족이 가여울 뿐이다.


하지만 감사한다.

그로 인해서 내 마음속에 '내 남자의 대한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 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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