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 되어 갑니다.
혼자만의 명절을 보낸 어느 날,
첫 째 시누이에게 전화가 왔다.
직접적으로 내가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시누들에게 나는 참 '밉고 원망스러운 올케' 임에 틀림없다.
나: "언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시누: “그렇지 뭐. 너는 별일 없니?
엄마가 요즘 네 이야기 자주 하신다. 제주도 한 번 내려오래."
그 집에 대한 미안함이
조용히 가슴 밑에서 피어올랐다.
나는 그저 조용히 대답했다.
10년의 기다림이었다.
나: “그래요…”
그 한마디를 하는데 목이 메었다. 그 말 한마디에,
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
솔직히, 잘못은 우리 쪽이었다.
내가, 그리고 나의 친정이.
그분들이 그렇게 화낼 만했다.
정직한 피해자는 그분들이었고,
나와 친정은 세상과 사람의 결을 몰랐다.
‘우리도 그렇게 될 줄 몰랐어요.’
그 말은 무지 뒤에 숨은
가해자의 구차한 변명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제일 부끄럽다.
시누이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시누: “엄마가 그러시더라.
십 년을 한결같이 사는 당신 아들을 보고
이제야 너를 인정한다고.”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찔렀다.
인정이라기보다 체념 같았다.
좋아서가 아니라,
이제는 어쩔 수 없어서.
그래도 괜찮다.
그날 밤, 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십 년 만의 제주행이었다.
용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을 마주하기 위해서였다.
비행기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그 바다는 변함없이 넓고, 깊고, 정직했다.
정직함은 때로 잔인하지만,
그 잔인함이 진실을 드러낸다.
숨겨진 진실 앞에서 힘겹지만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진다.
나는 이번엔 그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볼 것이다.
변명하지 않고, 꾸미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이제 제주로 간다.
용서받지 않아도 괜찮다.
잘못을 인정하는 마음,
그것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돌아 왔어도 괜찮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뭐든 안 해 본 것 보다는 나으니까.
최소한 스스로한테 당당할 수는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