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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런치에도 악플이 달렸다

악플에 대한 소심한 겁쟁이의 항변

by 꽤 괜찮은 사람

한동안 브런치 글쓰기를 뜸했다. 일기장 같기도 하고 끄적대는 연습장 같기도 하고

기억을 가물가물 더듬는 앨범 같기도 한 나의 기록지, 브런치.


오랜만에 본 내 글에 '악플' 하나가 달렸다.

아니, 전에도 달린 적이 있긴 하다.

동생과 친정 이야기를 일부 담았는데 댓글에서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의심을 받았다.

"이 글이 진짜라고요? 논픽션이라고 하기에 작가님의 필력이 의심됩니다.

글의 방향성이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서 믿음이 가지 않네요."

필력까지 의심할 만큼 글의 이야기가 믿기 어렵다는 것이, 칭찬 같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의 글을 읽어 준 그분에게 , 또 내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본 그분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이 이야기 모두 100% 진짜인데요.'


그런데 이번 편에 악플은 좀 셌다.

'어리석고 한심하고 경제관념 없는 여자.... 중략..

님은 사죄하고 반성하고... 친정과 끊고...

일종의 정신병, 친정 빚에 휘둘리고.

결국 나쁜 엄마입니다 괜찮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요...'


음,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씩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리고 싶었던 이유는

남들이 '허구 속 이야기 같다고 원래대로 글 쓰라'고 말할 만큼의

그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내 삶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결단코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괜찮은 사람으로 변화 ing이라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악플이 신경이 쓰였다. 내 잘못의 반성문이긴 한데,

여전히 나의 모습 속에서 그 변화가 안 보이나??

역시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쫄보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불편하게 했을까?


아직 내 글, 이야기는 끝이 난 것이 아닌데.

내가 '어디 남편에게 사과를 안 했다고 했을까?

나를 보증 서서 어쩔 수 없이 그 빚을 갚았어야 했던 친정 이야기까지 써야 하나?

내가 지금도 친정과 거리를 두지 않는다고 했을까?

나의 이야기를 전체를 다 읽긴 읽었을까?

지금의 내 상황을 알고는 있나?

아니면 내가 어디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했던가?' 등등.

수 백, 수 천 가지의 질문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녀의 악플에는 정말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내가 이 브런치를 쓴 진짜 이유는

모든 문제는 '내 탓'이고 '내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동안 친정의 문제 속에서 남편의 폭언폭력.

시댁과의 말할 수 없는 깊은 갈등.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빚'의 고리 속에서

허덕였고 그 속에서 '나 혼자만 피해자'라는 생각이 컸었다.

그런데 의외로 엉키고 엉켰던 실타래는 막상 풀려고 하니 쉽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전 남편에게 '자기야, 미안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이제 내가 평생 두고두고 잘할게'라는 말을 한 그 순간이 마법의 지팡이처럼 '반짝' 빛났다.

그때, 전 남편도 내게 말을 했다.


"너는 내가 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 그걸 다 용서할 수 있니? 내가 더 미안한데...."

그 사람도 그 사람의 탓을 하고 있었다.

'네 탓'이 아닌 ' 내 탓'으로 화살표가 바뀌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의 이야기는 허황된 것 같은 사건과 사고가 가득한 삶의 연장선이다.

그렇지만 그 무너졌던 것이 회복되는 것을 기록하는 한 부분이다.


삶은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무너지고

어느 순간 변화와 함께 회복된다.

누군가를 향한 원망이 결국 그들도 피해자임을 인정하면서.

'내 잘못'임이 인정되는 순간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마법의 주문이 짜잔 하고 현실로 만들어진다.


내가 했던 실언, 형편없었던 행동, 잘못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러면서 내 가족, 내 주변에 사람들에게 든든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거친 세상 속에서 내게 온 그대들을 격하게 사랑하기로 했다.

아니, 사랑보다는 하나씩 갚아가기로 했다.

파도가 칠 때, 함께 그 파도를 막아 줄 튼튼한 방파제가 되기로!!



전 남편이 아들에게 말을 했다.

"너는 나중에 결혼하면 엄마 같은 사람 만나야 해!

엄마가 예전에 아빠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아빠가 망해서 배추 장사 하면

엄마가 아빠 뒤에서 리어카 밀어준대. 어때, 멋지지?"


이제는 무너졌던 기록 말고 제2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그 '회복'의 서막으로!

나는 오늘도 리어카를 끌고, 밀고 있다.




덧붙이면서..

내 글을 읽는 독자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가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함부로 오해받고 싶진 않기에

앞으로의 글들은 멤버쉽으로 전환합니다.

대신 저의 글이 회복을 꿈꾸는 그대들에게 용기를 주었음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는 '꽤 괜찮은 사람'을 꿈꾸는 그런 못난 사람임을 알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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