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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Nov 10. 2022

나는 부모 갑질하는 꼰대였다.



1년- 190일 정도 되는 중학교 출석 일수 중에서 60일이 넘게 병결 처리가 났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지만 꾹 참았다. 어쩌겠니? 우리의 목표는 안전하게 중학교 졸업이다.


한동안 학교를 잘 간다 싶었던 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들은 월요일 급체를 하고 밤을 꼴딱 새 버렸다. 화요일, 수요일 연이어 1교시만 하고 조퇴를 하였다.


아들의 '꾀병+몸의 병+마음의 병' 이 심각해 지자, 나는 큰맘 먹고 일하는 것을 쉬고 함께 병원을 다녀왔다.

역시,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신경성 위염, 소화장애' (항상 '신경성' 이란 글자가 붙는 게 너무 싫다.)



'아니, 지 아픈 거 위해서 내가 일도 안 하고 병원 가고, 죽 사다 받치고, 뭐가 이렇게 당당해?'


"아들, 엄마 진짜 좋지 않냐?"

"네."

...

"죽 먹기 싫음 미음 끓일까?"

"아니요,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정 없게. 말이라도 고맙다고 하지 않고."

"엄마, 또 생색내시게요? 아픈 사람한테?"


"뭐, 생색?"

"네, 생색이요. 제가 알아서 병원 갈 수 있는데, 엄마가 그냥 간 거잖아요."

"아니, 너 걱정돼서 그렇지....."

"저 좀 아프니, 그냥 들어가서 쉴게요."


"야!"


또 버럭 소리를 질렀다.

'툭'하면 아프다고 하는 것도 기가 차다. 하지만 잘 참고 병원도 같이 가고 죽도 사 줬다. 내가 일도 쉬어 가면서. 그런데 고작 돌아오는 말이 '아,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였다.

'싸가지 없는 녀석!'


"엄마, 저 딱 한 마디만 할게요. 엄마가 좋아서 하신 거고요. 그거 갖고 너무 부모 갑질하지 마세요. 제 일은 제가 알. 아. 서. 한. 다. 고. 요!"


꾹꾹 한 자 , 한 자 담아서 말하는 녀석.



  


네가 원한 것도 아닌데

내 맘 편하자고 하고선,

'왜 고맙다고 안 하냐고'

'왜 미안해 안 하냐고'

'왜 괜찮은 엄마라고 인정하지 않냐고'

버럭 하는 나.

그래, 맞다.


나는 속 좁게 '부모 갑질' 하는 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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